한 은퇴한 세탁인의 회상

세탁소를 정리하고 십 년이 지난 지금, 지난날을 생각해 보니 그때 그만두기를 잘 했다 싶다. 미국 이민 생활 힘들고 어렵다 해도 우리 부부는 힘든 줄 모르고 지냈다. 덥고 힘들 때는 “남들은 우리보다 더 힘든 것 같은데 우린 이 정도면 견딜 만해” 하면서 여름철 더위가 힘들게 했지만 이십 삼 년을 잘 견디었다. 나는 좀 더 했으면 했는데 아내는 은퇴 후 여행도 하고 인생을 잘 정리하는 것이 좋다면서 그만하자고 하여 정리를 하였다. 히스패닉 사람들이 돈 버는 데보다 인생을 즐기는데 더 열심인 것을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때를 회상해 보면 우린 참 운이 좋은 것 같았다. 비즈니스 경력도 미천한데 쇼핑센터 빈 스페이스에 카운티 허가를 받고 기계를 설치하고 자금이 부족하여 은행 빚지고 크레딧 카드빚도 지고 무모하게 시작했을 때를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 그때 가장 고민이 되었던 것은 골치 아픈 문제 해결이었다. ‘월간 세탁인’ 잡지를 읽어 보면 내 잘못이든 아니든 간에 손님이 클레임을 걸어오면 어떻게 하는지 해결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영어로 싸움을 하여 이길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골치 아픈 손님 다루는 법’에 대한 책을 사서 읽어 보았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것은 첫째, 불평하는 손님이 있으면 끝까지 잘 들어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잘 알아들었다는 것을 손님에게 간략하게 되풀이 말하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만 잘 하면 문제는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둘째, 손님과 싸워서 이기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약간의 손해는 후일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배운 데로 대처하였더니 세탁소 오픈하고 나서 몇 달 내에 매상이 많이 올라갔다. 마음을 졸이며 시작한 비즈니스를 마음 놓고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면 스팟팅 경험과 기술이 부족하여 넥타이에 묻은 음식 스팟을 지운다고 스팀 건으로 살짝 불었는데 실크 타이의 물감이 보기 흉하게 나가버렸다. 멋진 귀부인이 토요일 아침 손님이 많은 시간에 컴풀레인 하러 나타났다. 가슴이 두근두근했지만 진정하고 설명을 잘 들어주었다. “내가 열심히 하다가 실수로 넥타이를 못 쓰게 만들었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래서 변상해 줄 테니 얼마 주고 샀는지 금액을 말해달라 했다. 그 부인이 활짝 웃으며 뒤에 있던 남편을 불러서 “하니! 이 세탁소 주인이 열심히 하다가 당신 타이를 망쳤다고 말하니 어떻게 할까요?” 하니까 멋쟁이 남편 왈 “잘 하려다가 그랬다니 그냥 되었어”라며 한 푼도 변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휴-! 한숨을 쉬고 “아닙니다, 정 그러시다면 오십 불 크레딧을 주겠습니다”라며 싫다는 손님에게 오십 불 크레딧을 주었다. 그날부터 이 손님이 자기 이웃들과 아들, 딸, 형제, 자매까지 다 데리고 와서 손님이 많이 늘게 되었다.

이런 경험 후 문제 해결에 자신이 생겼다. 그다음부터는 문제가 생겨서 컴플레인 하러 오는 손님이 있으면 편안한 얼굴로 대할 수 있었다. 설명을 잘 듣고 내가 약간 손해 보면 몇 배 이익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하면 불안해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지난주에 그 세탁소에 겨울옷을 맡기러 가서 새 주인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제 많이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2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생했으나 주위에 있는 세탁소 네 개가 문을 닫고 나가서 매상이 많이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세탁을 옛날처럼 많이 하지 않는 데 비하여 세탁소 수가 줄어든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은퇴는 언제 하면 좋은가?” 하고 문의하는 사람이 많다. 요즘 평균 수명이 많이 늘어서 미국 통계에는 80세로 되어있다. 길게 잡아서 85세까지로 보더라도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십여 년 정도는 편안히 쉬며 여행도 하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취미 생활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색소폰도 배워 보고 하모니카, 붓글씨, 동서양화도 배워 보고, 셀폰의 여러 가지 사용법도 배워 보고, 라인댄스나 힐링 체조도 배워 보면 좋을 것이다. 은퇴하고 자동차 여행을 많이 했는데 여행 요령은 한 번에 장시간 운전하는 것보다 두세 시간 운전하고 쉬는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에 너무 멀리 가려 하지 말고 여유 있게 천천히 다니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니까 도착 후 피곤하지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바쁜 일상 중에서는 길가의 아름다운 봄꽃이 피었어도 마음으로 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쳤었다. 사소한 것이라도 주의 깊게 관찰하면 더 즐거운 여행이 된다. 일하는 중에도 휴식을 취하고 취미 생활을 즐기며 천천히 하면 더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Picture of 로세웅

로세웅

필자는 버지니아주 레이크릿지에서 23년간 세탁소를 운영 후 은퇴했습니다. 킬리만자로의 나그네 등 시집 3권의 저자이며, 대통령 봉사상과 페이팩스 카운티 모범 봉사상도 수상했습니다. 필자는 현재 봉사활동, 여행 그리고 글쓰기로 은퇴생활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문의는 이메일(swro0403@gmail.com)로 하시면 됩니다.

1 thought on “한 은퇴한 세탁인의 회상”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