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님의 새로운 꿈

은자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는 게 너무 재미없단다. 매일 사는 일이 너무 지루하단다. 혹시 잘못 들었나 내 귀를 의심했다. 그녀는 항상 최선을 다해서 사는 사람이었다. 일도 열심히 했고 참 잘했다. 사업도 성공했고, 부부 사이도 좋았고, 자녀들도 잘 키웠다. 그뿐만 아니라 부지런했다. 틈틈이 시간을 내서 이것저것 배우러 다녀서, 음악, 미술, 요리, 패션 등 못 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이다. 거기다 꾸준한 운동으로 다져진 쭉 뻗은 8등신이 빛났다. 항상 자신감 넘치는 예쁜 얼굴엔 밝은 미소가 언제나 출렁거렸다. 암만 생각해도 하나님께서는 그녀에게 특별한 은총을 베푸신 것 같다. 아주 가끔 그녀에 대한 부러움에 얄미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이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은자님이 사는 것이 재미없으면 그럼 우린 어쩌라고!

한 노인이 살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 노인에게 “당신의 평생소원이 무엇이오?”라고 물으면 노인은 매번 “아주 고급 외투를 갖는 것이오”라고 대답했다. 그는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았다. 드디어 그는 꿈에 그리던 그 외투를 샀다. 노인은 너무 행복했다. 외투는 아무리 봐도 무척 멋있었다. 자신의 목적을 이룬 노인의 가슴엔 흥분된 기쁨이 가득 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외투를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만 강도를 만나서 외투를 강탈당했다. 그 노인은 절망했다. 그날 이후 그 노인은 좌절했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노인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러시아의 단편 소설 ‘외투’에 나오는 이야기다. 단순히 고급 외투를 잃은 것이 아니라 외투를 갖겠다는 목표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다시 은자님 얘기로 돌아가 보자. 며칠 후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 전화를 했다. 그녀에게 요즘은 무엇을 배우러 다니냐고 물었다. 아무것도 안 배운단다. 그럼 운동은 하냐고 물었다. 그것도 안 한단다. 그럼 아이들도 모두 제 갈 길로 떠나고 챙겨 줄 일도 없는데 뭐 하고 사냐고 물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산단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늘 생기 넘치고 자기 계발에 열심인 은자님의 입에서 나올 만한 말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한번 만나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약속했다. 드디어 그녀를 만나는 날이 되었다. 모델 같은 그녀가 카페 입구에 들어서면 앉아 있던 사람들이 어떤 스타가 들어 왔는가 하는 궁금한 눈으로 쳐다보곤 했었다. 그러나 그날은 그렇지 않았다. 부스스한 머리에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 화장기 없는 민얼굴에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 어떻게 이럴 수가!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변하게 한 것일까? 은자님은 맥없이 중얼거렸다. “하 고 싶 은 것 도 없 고 되 고 싶 은 것 도 없어.” 그래도 잘하는 것이 많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땐 그랬지, 그림을 배우면 전시회를 열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드럼을 배우면 찬양팀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있었어. 그런데 어느 날부터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나둘씩 손을 놓았지. 이제는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당연히 아무런 꿈도 없어…” 은자님의 눈망울엔 슬픔이 투영된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목표를 세우는 일이다.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사업에 성공하는 것이고, 자녀를 잘 키우는 것이기도 하고, 결혼을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당연한 일들에 구체적으로 ‘목표’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낯설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소망하는 것을 향해 지속적인 노력을 한다. 그런데 종종 그 목표를 놓쳐 버리는 일이 생긴다. 나이가 들었다는 핑계로, 지금 시작해서 언제 잘 할 수 있겠냐고 미리 포기하거나, 잘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는 자기 비하 등이 바로 목표조차 못 갖게 하는 방해물이다. 잠언 19장 18절 말씀에 ‘꿈이 없는 백성은 망한다’라고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목표가 없으면 무기력해진다. 목표와 꿈이 있는 사람은 활기차고 밝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허탈함과 공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은자님은 목표 없는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아침이면 일어나서 밥을 먹고 습관적으로 일터로 나갔다. 이런저런 일들로 시달리다가 밤이면 집으로 돌아온다. 대충 저녁 식사를 하고 유튜브를 잠시 보다가 고단한 몸을 침대에 누인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간 것이다. 내일도 또 똑같은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이런 삶은 시간이란 올가미에 몸을 맡기고 살아가는 삶이다. 때 되면 자고, 먹고, 일하고… 이것은 기본일 뿐, 아무런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피폐해진 정신과 육체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자기 발전이 없는 삶, 스스로 인생에서 자존감을 찾지 못하고 삶의 시간을 흘려보낸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자기 발전과 자존감을 채울 방법은 목표를 세우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내 마음에 간절한 소원, 분명한 목표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이것을 위하여 내 정성을 쏟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춰야 한다. 마음속에 간절한 소원을 갖고 확고한 목표를 세워 그것에 몰두하면 자신 안에 감춰져 있던 놀라운 능력을 찾아낼 수 있다. 물론, 목표를 정하더라도 당장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당장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우리는 너무 쉽게 포기한다. 하지만 당장 할 수 없더라도 시일을 두고 조금씩 하다 보면 언젠가 큰 그림이 보이게 된다.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의지다.

얼마 전, 신문 사설에서 ‘70세 여대생이 계속 나와야 행복한 나라’라는 제목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100세 시대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60 초반에 은퇴한다면 장장 40년이나 되는 긴 시간을 살아야 한다. 주변의 60대나 70대의 어른들을 뵈면 손주나 봐주고 매일 골프나 치러 다니기엔 너무도 젊어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스스로 나약한 노인임을 인정하고 시간을 대충 보내며 낭비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자존감의 결여로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노인이 많은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칼럼에서는 40년 이상을 더 살아갈 때,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만으로는 절대로 부족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지식의 재충전과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70대의 한 여자분은 여고 시절 생활이 어려워 감히 엄두도 못 냈던 미술 대학에 입학했다. 컴퓨터도 열심히 배우고 유튜브 영상도 만들어서 나누면서 배움의 시간에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씀하신다.

나이가 들어 공부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을 염려했는데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정으로 잘 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60대의 또 한 분은 보험 라이센스를 따서 새롭게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은퇴한 경험자로서 젊은 사람들에게 노후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욱 잘 설명해줄 수가 있어서 젊은 가입자들이 많다고 한다. 또 한 분은 현대는 모든 일이 컴퓨터로 진행됨을 인식하고 컴퓨터를 더욱 깊이 있게 배우고 있다. 일하기에 바빠 다른 것을 배운다거나 무엇인가 해 보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은가?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행복은 물질 소유가 아니라 존재에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열심히 일하면 돈은 조금 더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질 자체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그것을 이용해 자기 계발을 시켜 자존감이 충만해질 때 행복할 수 있다. ‘행하는 자 이루고, 가는 자 닿는다’라는 故 이병철 씨가 평생 실천하고 가르쳤던 말이다. 무엇을 행해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지속적인 노력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은 없다. 이것은 100세를 살아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임에 틀림이 없다.

얼마 전 다시 은자님을 만났다. 놀랍게도 지난번보다는 건강하고 표정도 훨씬 밝아졌다. 그녀가 말했다. “작은 꿈을 갖고 구체적 목표를 향해 살았을 때는 바빠도 아프지 않았어, 그리고 매 순간이 즐겁고 행복했지. 그런데 어쩌다 그 꿈들을 놓아 버리니까 삶이 한순간에 남루하게 되었었어. 하지만 이제 다시 새로운 목표를 가졌어. 그것은 성경 말씀을 통암송하는 것이야. 기억력이 쇠한 만큼 시간을 더 쓰면 외워지더라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성경 말씀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시는 약속들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지. 이제 나의 새로운 꿈은 앞으로 살아 있는 날 동안 계속해서 성경 말씀을 통째로 암송할 거야. 그 시간이 바로 살아 계신 하나님과 함께 기뻐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란 것이 확실하거든. 혹시 100세까지 살아 있다면 100살 생일 기념으로 성경 100장 통암송회를 가져 보려고 해. 나의 새로운 목표야. ” 은자님의 얼굴엔 예전의 멋진 모습이 다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마도 러시아 소설에 나왔던 ‘외투’를 다시 찾은 것이 확실하다.

벌써 10월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물난리, 산불, 가뭄, 전쟁, 전염병 소식들이 가득했지만 감사하게도 이런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우리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바로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는 믿음, 그리고 또 한가지는 아름다운 꿈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삶이 우리를 지치게 할 때 그 아픔으로부터 우리를 숨겨주며, 또한 영적, 육체적으로 풍요로운 삶으로 이끌어준다. 그게 바로 어두운 밤을 투명하게 비춰주는 별빛 같은 것이 아닐까? 이사야 40장 31절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의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치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치 아니하리로다”라는 성경 말씀을 상고 하면서 100세 시대를 행복하게 살게 해줄 새로운 꿈, 목표를 꼭 만들고 그것을 당당하게 이루어 가는 축복된 10월이 되면 좋겠다.

월간 세탁인 독자님들을 참~~ 많이 사랑합니다. 오늘도 하하하!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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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남

필자는 다이아몬드 컴퓨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문의는 (224) 805-0898로 하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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