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호에 걸쳐 웨트클리닝의 개요에 대해 다루어왔다. 이번 호부터는 기술적인 문제들을 위주로 다루고자 한다. 웨트클리닝을 시도하는 분들은 물론 이미 실행하고 있는 분이라도 반드시 숙지해야 할 내용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생각 말고 사고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보길 바란다.
성공적인 웨트클리닝을 위해서 제일 먼저 터득해야 할 부분은 적정량의 물과 올바른 케미컬의 사용이다. 이는 백번을 강조해도 모자라는 매우 중요한 기본 중의 기본이라 말할 수 있어 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온 부분이다. 이 두 가지만 잘 지켜 적용한다면 웨트클리닝의 90%는 성공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현재로선 웨트클리닝의 방법이 어떤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공인된 것은 없다. 각자 방법이 다르고 또한 장비 업자나 케미컬 업자에 따라 제시하는 방법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많은 분이 희망을 품고 웨트클리닝을 시도했지만, 사전 지식이 충분치 못해 낭패를 보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대개 초보들의 실패 유형을 수축, 탈색, 이염, 탈광택, 거친 촉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렇게 처음부터 실패를 경험한 분들이 웨트클리닝에 대해 용기를 잃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적정의 물의 양과 좋은 케미컬의 사용으로 위의 문제들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물의 사용
본인은 오래 년 전 웨트클리닝 기계를 처음으로 웨어하우스에 설치해 놓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각종 테스트를 하면서 수없이 많은 사고를 저질렀다. 어떤 경우에는 테스트를 위해 의도적으로 사고를 만들기도 했으나 전혀 뜻하지 않게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
울 스웨터나 울 양복 등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진한 실크 블라우스가 희끗희끗 탈색, 탈광택되어서 나오는가 하면 흰 스커트가 이염으로 인해 석양 노을을 그려놓은 듯 전혀 다른 디자인으로 나오는 등 그야말로 사고의 연속이었다. 멀쩡한 옷들이 처참한 걸레가 되어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었겠는가? 결론을 말하자면 나의 모든 양복은 물론이고 집사람이 남편보다 더 사랑하는 옷들을 수없이 해 먹은 것이다.
테스트 초기에는 순진하게도 물 절약형 웨트클리닝에 집착했었다. 그러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웨트클리닝에 물을 적게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던가를 뒤늦게 깨달았다. 수자원 보호라는 거창한 사명을 잠시 뒤로 미루고 많은 물을 드럼에 넣고 hand wash를 흉내 낸 젠틀 싸이클로 빨래를 시작했다. 설렁설렁설렁설렁…
결과는 한마디로 와!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변화였다. Wet cleaning의 거의 모든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되는 것이 아닌가! 수축(Felting)이라든가 색의 마모, 이염 등의 치명적인 문제들이 일거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물의 효과
물의 양을 늘림으로써 얻어지는 효과는 아주 많다. 즉 드럼에 비교적 많은 양의 물을 넣으면 옷과 옷 사이에 물이 완충작용을 하게 되므로 서로 비비게 되는 일이 없게 된다. 따라서 울의 경우 felting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수축 현상을 막아준다. 또한, 옷끼리 마찰이 없으므로 색이나 광택의 마모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충분한 양의 물은 또한 이염(color transfer) 사고를 현저하게 줄여 준다는 것이다. 이유는 만약 한 옷에서 탈색(color bleeding)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많은 물에 희석이 되므로 눈에 띌만한 전체적인 이염은 거의 없어진다. 또한, 색이 서로 다른 옷끼리 붙어있을 기회가 거의 없으므로 고질적인 부분 이염 현상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충분한 물의 양은 또한 과도한 mechanical action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현상들을 막아준다.
웨트클리닝의 백미는 누가 뭐라 해도 깨끗한 빨래에 있다. 깨끗한 빨래를 위해선 어느 정도 mechanical action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경우 사고를 염려해서 드럼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세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엔 세척률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마디로 시원찮게 빨아지는 것이다. 물을 충분하게 사용한다면 mechanical action을 다소 높여준다 하더라도 옷과 옷 사이에 물이 부드러운 완충 역할을 하므로 felting이나 색의 마모현상, 또는 형태의 일그러짐과 같은 현상이 없어지면서 깨끗한 빨래를 해낼 수 있다.
얼마큼이 충분한 물의 양인가?
많은 양의 물은 안전하고 깨끗한 웨트클리닝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위에서 경험을 들어 설명했다. 그렇다면 얼마만큼 물을 넣어주어야 할까? 필자의 경험으로는 평소의 30~50% 정도 추가한다면 충분하다고 본다. 즉 사진에서 보는 것 같이 드럼 안에서 옷이 물에 푹 잠기는 정도를 말한다. 현재 사용하는 기계가 물을 더 넣을 수 있는 기능이 없다면 차라리 빨래를 한두 번 더 할 요량으로 적은 양의 옷을 넣기를 권장한다.
또한, 기계를 살 계획이라면 충분한 물을 넣을 수 있는지, 그에 따른 드럼 싸이즈는 충분히 큰지, 그만한 무게를 감당할 베어링과 모터의 용량이 충분한지 등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최근엔 한국산 가정용 세탁기로 웨트클리닝을 시도하는 업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제품의 경우 대부분 프로그램은 우수하나 물 절약형이어서 드럼이 작고 답답할 정도로 적은 양의 물이 주입되기 때문에 양복 한 벌 이상 웨트클리닝 하기엔 무리가 있다. 대단히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제품들은 가정용으로는 좋을지 모르나 세탁소에서 상업적으로 하는 웨트클리닝엔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차라리 값이 저렴한 미국 제품을 권장한다. 대부분 물을 많이 넣을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웨트클리닝을 시도하기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케미컬의 중요성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테스트 단계에서 웨트클리닝 문제점의 대부분을 물의 양을 늘림으로써 해결했다. 그러나 내 놓을만한 제품으로선 무언가 모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색상이 선명치 않았고, 광택이 죽은 것 같았고, 촉감도 거칠고, 후줄근하고, 무엇보다 다림질이 어려웠다. 나는 이 모든 문제가 케미컬에 있다고 보았다.
지금은 웨트클리닝 케미컬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케미컬 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나는 시중에서 살 수 있는 거의 모든 세제를 구해서 테스트해 보았다. 미제, 일본제, 독일제, 헤어 샴푸와 컨디셔너, 심지어 한국에서 들여온 퐁퐁까지. 그러나 아무것도 웨트클리닝으로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주지 못했다. 겨우 만족할 만한 제품이 있긴 했으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 경제성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 보급하는 Aqua Master 제품을 탄생시켜 테스트를 지속해서 진행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색상과 광택 촉감 등 모든 면에서 드라이클리닝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또한, 다림질이 한결 수월해졌다. 이로써 웨트클리닝의 모든 문제를 극복한 것이다.
지금도 많은 분이 웨트클리닝을 한다고 하면서도 Sam’s나 Wall Mart 등지에서 론드리 세제를 사 빨래하는 것을 종종 보아왔다. 이는 엄밀하게 말해서 물빨래이지 웨트클리닝은 아니다. 왜냐하면, 웨트클리닝이 요구하는 케미컬의 내용은 론드리용 케미컬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차이가 있으나 중요한 두 가지 포인트만 짚어 보고자 한다.
세제
우선 웨트클리닝 세제는 pH가 낮아야 한다. 다시 말해 중성이거나 산성 쪽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첫째, 세제가 산성 쪽으로 갈수록 염색이 안정되어 탈색이 없이 직물의 고유 색상을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론드리용 세제는 알칼리성이 강한 경향이 있는데 (중성세제라 하더라도 대부분 약 알칼리를 띄고 있음) 이는 염료를 활성화해 탈색이 진행되고 수차 세탁을 반복하면 눈에 띄게 탈색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둘째, 가죽을 포함한 모든 동물성 섬유의 조직은 단백질로 구성되었다. 단백질은 알칼리에 약하다. 즉 알칼리 성분의 세제로 울이나 실크 또는 가죽을 세탁할 때 세제의 알칼리 성분이 섬유의 단백질을 공격해서 조직을 상하게 해 촉감이 거칠어지고 윤기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빨랫비누로 머리를 감았다고 했을 때 머릿결이 어떻게 변했을까를 상상한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컨디셔너
좋은 웨트클리닝의 비결은 컨디셔너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머리를 감고 나서 컨디셔너로 린스를 해주면 머릿결이 부드러워지고 윤기가 살아나는 이치와 같게 생각하면 된다. 물론 헤어 컨디셔너와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색상을 선명하게 해주고 광택을 살리고 촉감을 부드럽게 한다는 점이다. 또한, 조직을 부드럽게 이완시켜 수축을 방지하고 다림질을 쉽게 해 준다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점 때문에 웨트클리닝은 컨디셔너로 한다는 말이 결코 과장은 아닌 것 같다.
케미컬 값을 절약한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만 웨트클리닝에서 케미컬이 차지하는 경비는 아무리 넉넉하게 사용한다 해도 매출 대비 1% 내외일 것이다. 그러나 좋은 케미컬이 주는 효과는 값으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득을 줄 것이다.
설명한 대로 간단한 이론을 숙지하고 실행한다면 사고 없는 깨끗한 웨트클리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김양수
필자는 아쿠아매스터 웨트클리닝 케미컬 개발자이며, 100% 웨트클리닝 스토어인 그린 라이프 클리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201) 699-7227 또는 yangkim50@gmail.com로 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