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몇 편에 걸쳐 웨트클리닝과 론드리의 차이점을 설명하였고 빨래 과정에서 물의 사용량과 케미컬의 이해를 설명함으로써 웨트클리닝의 기본 이론을 정리하였다. 이번 호에는 건조 요령을 다루고자 한다.
웨트클리닝에서 건조는 매우 중요하다. 물론 세탁과정만큼 복잡하거나 노력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건조과정과 상태에 따라 품질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분과 대화를 나누었지만, 건조의 중요성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분들은 극히 드물었다. 심지어 많은 분이 행 드라이 후 텀블 드라이를 생략하고 그대로 프레서에게 주는 경우를 보아왔다. 웨트클리닝은 다림질이 어렵다거나 시간이 많이 든다는 얘기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건조에 관해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웨트클리닝이라면 옷이 건조된 후 꺼낸 상태가 드라이클린과 조금도 다름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다림질도 쉽고 좋은 품질을 얻어낼 수 있다.
걸어 말린 후 텀블 드라이? 아니면 탈수 직후 텀블 드라이?
모든 섬유는 물에 젖으면 조직이 약해진다. 이는 직물을 만드는 실이 꼬여 있다가 (Tension) 물에 젖으면 꼬임이 풀어지기(Relaxation) 때문이다. 탈수를 했다 하더라도 실의 꼬임은 많이 풀어져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상태로 드라이어 안에서 장시간 Mechanical Action을 주어 옷들이 서로 비비게 되면 여러 가지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한다.
모직의 경우 표면에 잔털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는 모사의 꼬임이 풀어진 상태로 비벼댔기 때문이다. 색이 진한 실크나 카튼류는 색과 광택이 마모되어 부분적으로 희끗희끗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이 역시 조직이 약해진 상태로 마찰이 심하게 일어났던 탓이다. 또한, 술이 달린 옷일 경우 젖은 채로 텀블 드라이를 하게 되면 그 술을 여지없이 풀리게 된다.
이러한 여러 단점을 해결하고 높은 품질을 얻어내기 위해서 필자는 가급적이면 Hang Dry를 권장한다. 옷이 자연 상태로 마르는 과정에서 풀어졌던 실의 꼬임이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즉 Hang Dry 하여 대부분의 습기가 증발한 후 텀블 드라이를 하게 되면 위에 열거한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는다. 쉽게 정리하자면 텀블 드라이하기 전 습기를 제거하여 실의 꼬임을 원상태로 복원시키고 텀블 드라이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물론 폴리에스터와 같은 합성섬유는 실의 꼬임이 풀어지지 않아 젖은 상태로 텀블 드라이해도 지장은 없다. 그러나 그 외의 섬유는 행 드라이 후 텀블 드라이가 최선의 방법이다.
Dryer의 적정 온도 그리고 수분 유지
모든 섬유는 고유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적정의 수분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카튼의 경우 약 8% 내외의 습기가 필요하고 울의 경우엔 약 13% 내외의 습기를 유지하고 있다. 젖은 옷을 고온으로 말리게 되면 물기가 증발하면서 섬유가 갖고 있어야 할 적정의 수분마저 함께 증발시키기 때문에 쪼글쪼글하게 줄어들게 된다. 이는 레이욘 등에서 심하게 일어나고 카튼이라도 예외는 없다.
필자의 경험으론 섭씨 50도 내외라면 조직 안에 자연 상태로 필요한 수분을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건조될 수 있다고 본다. 경우에 따라 온도를 약간 올리기도 하는데 55도를 넘기지 않도록 한다. 사실 50도나 55도 사이에 건조 시간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웨트클리닝의 초기 단계에 California 등지에선 습도감지기(Moisture Censor)를 부착토록 했으나 이는 실용성이 없다고 여겨지고 있다. 같은 dryer 안에서 실크류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두꺼운 코트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건조 시간
흔히 “Hang dry 후 아침에 몇 분이나 돌려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엔 일률적으로 답할 수는 없다. 텀블 드라이 시간은 옷이 얼마큼 말라 있는지, 얼마나 넣는지, 옷의 종류가 무엇인지, 그날의 습도가 얼마나 되는지, 사용하는 드라이가 무엇인지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빨래 후 젖은 옷을 돌려 말리는 것보다 시간은 훨씬 짧다는 것이다. 아침에 빨래가 마르지 않아서 프레서들이 기다리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다면 완전하게 말리라는 것이다. 50도 내외에선 오래 텀블 드라이를 해도 조직이 변형되지 않고 안전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충분히 말려주어야 한다. 불필요한 습기가 남아있다면 다림질 후 옷이 후줄근해지고 특히 봉합선 부분이 울기 때문이다.
더욱이 모피류는 완벽한 건조가 필수이다. 마지막 물기가 증발할 때 경화현상이 일어나기 쉬우므로 완전히 마를 때까지 쉬지 않고 드라이어 안에서 움직여 주어야 한다.
텀블 드라이 전 상태
드라이어에 넣기 전 약간의 습기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약간의 습기는 드라이 과정에서 잔주름을 펴주는 역할을 하고 또한 옷에 포함된 컨디셔너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여름철엔 잔주름이 펴지지 않아 다림질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런 현사의 원인은 대부분 드라이어에 넣기 전 옷이 너무 바짝 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옷이 완전히 마른 상태에선 아무리 오랫동안 텀블 드라이를 해도 잔주름은 펴지지 않는다. 만약 드라이 전 옷이 너무 바짝 말라 있다면 물을 약간 분사해 주는 것이 좋다. 이때 골고루 뿌리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어차피 드라이어 안에서 습도는 평준화되기 때문이다.
밤새 자연건조(Hang Dry) 후 아침에 Tumble Dry 하는 방법은 자칫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선입견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방법만큼 빠른 방법은 없다. 아침에 20분 내외로 한 로드씩 쏟아낸다면 그보다 빠른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장소만 있다면 Same Day Service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건조를 제대로 잘한다면 품질향상은 물론 생산성 면에서도 큰 효과를 볼 것이다. 업소의 현재 건조과정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김양수
필자는 아쿠아매스터 웨트클리닝 케미컬 개발자이며, 100% 웨트클리닝 스토어인 그린 라이프 클리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201) 699-7227 또는 yangkim50@gmail.com로 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