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트클리닝 케미컬 선택

얼마 전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spotting 고수가 찾아왔다. 그는 텍사스에서 유명하다는 세탁소를 두루 섭렵하며 30여 년간 빨래만 맡아 해온 최고 실력자임이 틀림없다. 필자 역시 가끔 그에게 몇 수 배우곤 할 정도이다. 비록 종업원으로 평생을 여러 주인 밑에서 일을 해 왔지만, 세탁기술에 있어선 자부심이 대단한 친구였다. 이론적인 바탕 역시 누구도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친구였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말이 많다는 것이다. 그에게 한번 걸렸다 하면 무슨 스테인이 어떻고 요즘 나온 무슨 옷감이 어떻고 하면서 속사포로 얘기를 이어 가는데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그런 위인이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세탁밖엔 없는 것 같았다.

“레오. 어쩐 일이야?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데?”

항상 밝았던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달리 어두워 보였다.

“이젠 빨래도 못 해 먹겠어. 때려치워야 할 것 같아.”

“무슨 일 있었구먼. 레오. 털어놔 봐.”

그는 지난 6년 동안 달라스에서 부자만 상대한다는 한 세탁소에서 빨래를 전담하고 있었다. 그 업소는 간단한 블라우스 한 장에 15불을 받을 정도로 고급 손님들을 주 고객으로 삼고 있는 업소다.

몇 년 전 그 세탁소 주인은 웨트클리닝에 관심을 두고 필자가 뉴저지에 있을 때 찾아와서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간 적이 있었다. 그 후로 필자가 취급하는 케미컬을 지속적으로 구입해 왔는데 최근엔 주문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지 않아도 궁금했던 차였다.

“내 보스 빅딕 말이야. 그 친구 때문에 내가 요즘 돌아 버릴 지경이야.”

그의 보스인 세탁소 주인 이름이 David인데 덩치가 300파운드가 훨씬 넘는 거구여서 사람들은 그를 Big D라고 부른다. 그런데 레오는 기분 좋을 땐 Big D라고 부르고 기분이 나쁠 땐 Big Dick이라고 부른다. 그날은 기분이 나쁜 날이었음이 분명하다.

“아니, 아낄 게 따로 있지, 나보고 케미컬을 많이 쓴다고 매일 난리 법석이잖아. 케미컬을 일부러 많이 쓰는 놈 있나? 필요한 만큼 쓰고 있는데 말이야. 한번은 월마트에서 타이드, 다우니, 또 dish washing liquid 등을 잔뜩 사 와가지고 그걸 쓰라는 거야. 말이 안 나와서 한쪽에다 처박아 놓고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더니 내가 원하는 케미컬을 사주지 않는 거야. 어쩔 수 없이 쓰긴 하지만 나는 빨래를 안 하면 안 했지 도저히 그런 거를 쓸 수가 없는 거야. 양말이나 빤다면 몰라도… 생각해 보라고 그렇게 비싸게 받는 블라우스에서 다우니 냄새가 폴폴 난다면 그 손님이 좋아하겠냐고. 간판엔 Professional Organic Cleaners라고 근사하게 붙여놓고 말이야.”

말문이 터진 레오는 속사포로 하소연을 늘어놓고 있었다. 원래 David는 덩치에 비해 쫀쫀하기로 소문 난 인사였다.

“도대체 빅딕 머릿속에 professional이라는 개념이 있는 건지 모르겠어. 케미컬을 주문하는 날이면 한바탕 소동을 벌여야 한다니까. 나는 그의 사업이 잘되기를 바래. 그래서 최고의 품질을 뽑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거든. 그런데 케미컬 갖고 매일 티격태격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 나는 어떤 케미컬이 좋고 어떻게 써야 최고의 품질을 뽑을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단 말이야. David도 그러한 점 때문에 나를 고용했고. 그런데 이게 무슨 난센스냔 말이야. 주방장에게 나무칼을 주고 고기를 썰라는 격이거든.”

“요즘 장사가 잘 안되는 모양이지?”

“고따위로 하는데 장사가 잘 될 수 있겠어? 사실 나야 매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잘 모르지만, 예전보다 빨래 양이 줄어든 건 사실이야. 그런데 그게 경기 탓은 아니야. 우리 손님들이야 경기하곤 상관없는 사람들이거든.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난 요즘 내가 하는 빨래에 자신이 없어. 손님 떨어져 나간 데도 이상하지 않아“

“그래서,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지? 케미컬 공짜로 달라는 건 아니겠고…”

“그런 건 아니고, 제발 빅딕을 만나서 케미컬의 중요성에 대해 설득을 시켜주었으면 해. 당최 내 말은 들을 생각을 하지 않거든. 세상에 아낄게 따로 있지 말이야. 그가 변하지 않는다면 나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 할 것 같아.”

“좋은 생각이 있어. 내가 빅딕, 아니 빅디한테 전화 할 테니까 언제 한번 내 세탁소로 같이 오라구. 올 때 다른 케미컬론 도저히 빨 수 없는 옷이 있다면 갖고 와.”

며칠 후 그 둘이 본인 업소로 찾아왔다. 손에 들고 온 옷은 위가 흰색에 아래가 검정색 드레스였다. 꽤나 값이 나가 보이는 고급 드레스였다. 그들 업소는 그동안 여러 번 이염 사고를 경험했기 때문에 그런 종류는 손님에게 사인을 받든 지 아예 돌려준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 조치 없이 다른 옷들과 함께 워셔에 넣고 세탁을 했다. 긴장하며 기다리던 빅디에게 아무 문제없이 깨끗하게 빨아진 드레스를 내밀자 그는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레오는 옆에서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나는 웨트클리닝에서 케미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설명 해 주었고 그 이후론 지속적인 주문이 이어졌다. 레오가 다른 곳으로 가지 않은 건 물론이다.

웨트클리닝에서 케미컬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누누이 강조해 온 이야기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분이 웨트클리닝을 한다 하면서도 론드리 케미컬로 세탁하는 것을 보게 된다. 필자는 다음의 세 가지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케미컬은 장비와는 달리 한두 번 써보고 성능을 평가하기가 어렵다. 케미컬의 성능은 장기간 사용하면서 판단할 문제다. 오랜 단골손님의 Escada Jean이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색이 빠지지 않고 그대로인지, 수십 번 빨아 댄 양복이 줄거나 변형이 없었는지, 색이 진한 실크 블라우스의 색과 광택이 여러 번 빨아도 그대로인지 등의 문제가 장기간 사용해도 이상이 없다면 그 케미컬은 좋은 것이다. 따라서 케미컬의 선택엔 장기간 써본 경험자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둘째, 케미컬은 아껴서 될 아이템이 아니다. 사람들은 싸고 좋은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세상엔 그런 것은 없다. 경기가 좋지 않은 시절에 경비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아끼려야 아낄 수 없는 아이템은 케미컬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웨트클리닝에서 매상 대비 케미컬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무리 좋은 케미컬을 쓴다 해도 1% 내외일 것이다. 셔츠는 한 장 당 1.5 센트면 훌륭한 세제를 쓸 수 있다. 거기에서 무엇을 더 줄일 수 있을까? 좋은 케미컬은 업소에 1%보다 훨씬 많은 유형, 무형의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셋째, 한번 정한 케미컬은 가급적 바꾸지 않는다. 세탁소를 방문할 때마다 보는 것은 너무 많은 종류의 케미컬이 여기저기 굴러다닌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사용자조차 그 성능과 사용법을 알지 못하고 방치해 두면서 또 다른 기적의 케미컬을 찾고 있을 것이다. 케미컬을 바꾼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그 업소의 세탁방법을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다. 케미컬 제조회사마다 내용물이 다르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니 용도와 사용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일단 손에 익고 성능이 만족하다면 같은 케미컬로 계속 나가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Spotting Tip

1. Stain Out 과 물을 1대 1로 섞은 용액을 흠뻑 뿌려둔다. 2. 싱크대의 흐르는 물에 가볍게 비벼준다. 5 – 10초면 충분. 3. 깨끗이 처리된 모습. 젖은 채로 washer에 넣으면 된다.

겨드랑이 디오더런트 처리: 겨드랑이에 허옇게 덕지덕지 묻은 디오더런트를 처리할 때 솔로 문지르거나 스팀 건으로 불어내는데 이는 시간이 걸릴뿐더러 깨끗하게 제거되지 않는다. 사진에서처럼 Stain Out을 뿌린 후 싱크대에서 처리하면 10초 이내에 깨끗이 처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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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수

필자는 아쿠아매스터 웨트클리닝 케미컬 개발자이며, 100% 웨트클리닝 스토어인 그린 라이프 클리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201) 699-7227 또는 yangkim50@gmail.com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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