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트클리닝 컨디셔너의 중요성

지난 호에서 산성비누의 특성과 장점들을 설명한데 이어 이번 호에는 컨디셔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컨디셔너가 없는 웨트클리닝은 상상하기 어렵다. 오늘날 웨트클리닝이 성공적으로 발전하게 된 일등공신은 좋은 컨디셔너의 개발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컨디셔너를 잘만 사용한다면 드라이클린보다 우수한 품질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컨디셔너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컨디셔너 없이 비누만으로 빨래를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 업소마다 웨트클리닝이 아니더라도 많은 부분을 물빨래로 처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물빨래가 가능한 직물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업소마다 물빨래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 경우 거의 대부분은 컨디셔너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옷 표면이 거칠고, 윤기가 빠지고, 잔주름이 잘 펴지지 않아 다림질이 어렵다는 등의 문제들을 갖고 있을 것이다. 마치 거친 손에 로션을 바르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만약 이런 경우 적정의 컨디셔너를 마지막 린스 때 첨가한다면 품질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이는 머리를 감고 나서 컨디셔너를 사용하면 머릿결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윤기가 나는 이치와 같다. 컨디셔너가 주는 이점들은 매우 많으나 그 중 알아야 할 몇 가지만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직물의 수축을 방지한다

옷이 줄 수 있다는 것은 웨트클리닝 초보들이 가장 신경 쓰는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웨트클리닝을 정석대로 하는 이들에겐 옷이 준다는 것은 이미 관심 밖 얘기다. 그들이 즐겨 쓰는 컨디셔너는 직물의 조직을 이완시키는 (Fabric Relaxing)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 잘 못 빨아서 줄어든 울 스웨터나 다른 모직류가 있다면 컨디셔너 용액에 침전 시킨 후 늘려 주면 많은 경우 원래 사이즈로 복원될 수 있다.

 

직물을 부드럽게 한다.

컨디셔너 특유의 매끈하고 부드러운 성분은 직물을 부드럽게 하는 특성이 있다. 실크나 캐시미어 등은 촉감을 부드럽고 매끈하게 살리는 것이 관건이다. 컨디셔너를 잘 사용한 웨트클리닝은 드라이클린보다 훨씬 촉감이 좋다. 때문에 많은 분들은 셔츠 론드리에도 컨디셔너를 사용해서 셔츠를 실크처럼 매끈하게 뽑아내기도 한다. 요즘은 옛날과 달리 손님들은 직물이 부드러운 것을 선호한다. 컨디셔너엔 sizing 성분이 들어있어 다림질 후 너무 후들거리는 것을 방지해 준다. 좋은 컨디셔너의 특징은 직물의 부드러움을 살리면서도 다림질이 잘 되도록 sizing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데 있다.

 

색을 돋보이게 하고 윤기를 살린다.

스팟팅 실수로 옷에 변색 얼룩이 생겼다 (왼쪽). 아쿠아 매스터 컨디셔너와 그리스 아웃으로 얼룩이 완전히 제거됐다.

컨디셔너는 물에 녹는 (수용성) 기름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기름은 색을 깊고 진하게 하는 특성이 있다. 특히 겉이 희끗희끗하게 마모된 실크 등은 컨디셔너로 처리한다면 깨끗하게 원래 상태로 복원시킬 수 있다. 이러한 수용성 기름은 직물의 윤기를 살려낸다. 컨디셔너를 잘 사용한다면 같은 옷을 장기간 반복해서 세탁한다 해도 원래의 색상과 윤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색이 부분적으로 빠진 실크 블라우스라도 컨디셔너로 처리를 잘한다면 원래의 색과 윤기를 살려낼 수 있다.

 

잔주름을 펴준다.

웨트클리닝 초보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 중 하나는 잔주름이 많아 피니싱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일 게다. 이 역시 컨디셔너가 해결 해준다. 적정의 컨디셔너를 사용해서 자연건조 후 약간의 습기가 남아있을 때 낮은 온도로 텀블드라이 시킨다면 다림질 전 상태가 드라이클리닝과 같은 상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죽과 모피 세탁에 필수

그동안 여러 차례 가죽과 모피의 웨트클리닝에 대해 다뤄왔듯이 가죽과 모피에는 컨디셔너의 바른 사용이 필수다. 가죽류는 적정양의 기름을 포함하고 있어서 고유의 부드러움을 유지한다. 빨래 과정에서 이러한 기름기는 빠지게 마련이고 보완작업이 없는 상태라면 가죽은 뻣뻣하게 굳어진다. 컨디셔너의 역할은 빨래 과정에서 잃어버린 기름을 보충해 줌으로 가죽이 굳는 일을 막아준다. 가죽과 모피류 웨트클리닝은 한마디로 컨디셔너로 시작하고 컨디셔너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빨래에 남아있는 비누거품을 제거한다

웨트클리닝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깨끗한 빨래에 있다. 나는 웨트클리너들에게 마지막 린스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권장한다. 만약 컨디셔너를 사용하지 않거나 적정량 미만으로 썼다면 마지막 린스에 비누 거품을 보게 될 것이다. 웨트클리닝뿐만 아니라 일반 셔츠 론드리라도 마지막 린스에 거품을 보였다면 이는 깨끗한 빨래가 아니다. 왜냐하면 거품엔 많은 이물질이 (때가) 묻어있기 때문이다. 거품이 있다면 이러한 이물질이 완전하게 배출되지 않고 옷에 남게 된다. 비 오거나 습한 날 퀴퀴한 냄새가 옷에서 난다면 대게 마지막 린스가 깨끗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컨디셔너는 남아있는 비누 성분을 중화시켜 거품을 완전히 잡아준다. 따라서 적정의 컨디셔너를 사용한다면 빨래의 깨끗한 마무리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회사 제품을 사용하길 권한다

다른 회사의 세제와 컨디셔너를 함께 사용하면 잘 녹지 않을 수 있다

제조회사가 다른 비누를 사용했을 때 컨디셔너가 잘 풀어지지 않을 수 있다. 웨트클리닝을 하는 분들 중 더러는 가격을 이유로 비누와 컨디셔너를 각기 다른 회사 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경우를 보았다. 이는 전혀 성분이 다른 제품이 될 수 있어 컨디셔너의 역할을 상쇄하는 일이 있다. 비누와 컨디셔너는 각 제조회사마다 서로 호환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제조회사가 다른 제품을 쓴다면 컨디셔너가 제대로 용해되지 않을 뿐더러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케미컬 비용을 절약하는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그릇된 케미컬 사용은 품질에 결정적인 하자를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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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수

필자는 아쿠아매스터 웨트클리닝 케미컬 개발자이며, 100% 웨트클리닝 스토어인 그린 라이프 클리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201) 699-7227 또는 yangkim50@gmail.com로 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