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까지는 웨트클리닝의 간단한 기본 이론을 정리해서 소개했다. 이 번호엔 본격적인 실전을 위해 웨트클리닝 스팟팅에 관해 본인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웨트클리닝은 일반 론드리와 달리 다루는 직물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별도의 사전지식이 필요하리라 본다. 본격적인 스팟팅을 다루기 전에 이번 호에서는 가장 기본인 스팟팅 케미컬을 정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많은 업소를 방문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비치하고 있는 케미컬의 종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스팟팅 보드 주변엔 의례 아주 많은 종류의 케미컬이 검은 먼지가 수북이 달라붙은 채 방치된 것을 볼 수 있다. 종류가 많아서 나쁠 건 없지만 문제는 그 많은 종류의 케미컬 성분과 용도, 그리고 사용 방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개 세일즈맨의 “기똥차게 빠집니다. 퍽퍽 나갑니다” 등의 감언이설 때문에 들여놓긴 했는데 그다음부턴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잘 몰라서 몇 번 시도하다 그냥 굴려두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케미컬은 종종 사고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본인은 그동안 웨트클리닝은 드라이클리닝보다 훨씬 쉬운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또한, 웨트클리닝 스팟팅은 전문가가 아닌 어느 누구라도 쉽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실제로 본인이 운영하는 업소는 늘 종업원들이 빨래를 담당하고 있는데 모두 이틀 정도 트레이닝을 거친 후면 한, 두 아이템을 제외하고 거의 완벽하게 스팟팅을 소화해 낼 수 있었다. 물론 그 한, 두 아이템도 2, 3개월 후면 별도의 도움 없이 모두 훌륭하게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10년간 웨트클리닝으로 인한 사고는 제로, 즉 전혀 없었음을 참고로 알려드린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첫째, 안전한 케미컬을 사용하는 것과 둘째, 케미컬 종류를 간소화하는 것이다.
본인 업소는 사진에 나오는 케미컬로 99% 이상의 스테인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의 목적은 종류와 가지 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꼭 그 제품을 쓰라는 얘기가 아니고 유사한 제품의 선택은 각자에게 맡긴다.
사진은 왼쪽부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순서대로 스테인 아웃(Stain Out), 그리스 아웃(Grease Out), 스프레이 오일 제거제, 녹 제거제(Rust Remover), 단백질 분해제, 잉크/페인트 제거제, 그리고 표백제 등 일곱 가지이다.
사진상의 케미컬은 표백제를 제외하고 모두 비교적 안전한 제품들이다. 또한, 종류가 간단하므로 각각의 특성과 용도를 익히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Stain Out과 Grease Out 만으로 90% 이상의 스테인을 제거할 수 있고 나머지는 보조용품이라고 보면 된다. 나머지 제품들은 지난 수십 년간 판매되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세탁인이라면 누구나 내용과 사용법을 알고 있으리라 믿기에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Stain Out과 Grease Out은 비교적 생소한 것이기 때문에 내용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 Stain Out: EMC 제품으로 다용도 스테인 제거제이다. 중성에 가깝기 때문에 색과 모든 직물에 안전하다. 음식물, 기름, 피, 단백질, 크레용, 립스틱, 구두약, 잉크, 목때, 겨드랑이 디오더런트, 커피, 와인 등 거의 모든 스테인을 처리한다. 그러나 스테인이 오래된 경우 사진 상의 보조 케미컬로 집중 처리할 필요가 있다.
스프레이 통에는 Satin Out을 물과 1대1로 섞은 용액이 들어있다. 면적이 넓은 스테인이나 솔질이 불가능한 니트류, 집중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스테인에 분사해서 처리한다.
▲ Grease Out: EMC 제품으로 기름 제거제이다. 주원료는 감귤류(Citrus)에서 추출한 식물성 솔벤트이다. 따라서 강한 오렌지 향이 특징이나 직물을 빨아 말리면 냄새는 증발되어 없어진다. PH 7으로 중성이며 색과 모든 직물에 안전하다.
사진상 앞쪽 유리그릇에는 Stain Out 16온스, Grease Out 16온스, 그리고 물 1갤런을 섞어놓은 용액을 따라놓은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스테인을 이 용액을 부드러운 브러쉬를 사용해서 처리한다. 색에 비교적 안전하고 용도가 다양하다. 웨트클리닝뿐 아니라 셔츠 목때 처리에도 많이 사용한다. 많을 물에 희석해서 쓰기 때문에 비용면에서도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 표백제(Clorox Bleach): Bleach는 잘 쓰면 명약이고 잘못 쓰면 독약이다. 노련한 고수들은 bleach를 잘 사용해서 거의 불가능한 문제를 마술처럼 처리하곤 한다. 그러나 bleach를 잘못 쓸 땐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진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표백제를 포함시켰으나 혹시 모를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선반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만 꺼내 쓴다. 즉각적인 효과는 덜하지만 많은 경우 Oxygen Bleach나 과산화수소를 사용하기도 한다.
혹 독자 중에 사진에 보이는 케미컬 외에 여러 보조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굳이 반론할 뜻이 없다. 그러나 본인의 경우 사진 외의 케미컬을 써본 경우가 거의 없다고 기억한다. 물론 스팟팅 케미컬 외에 기본 세제인 산성 비누와 컨디셔너 그리고 론드리 세제를 제외하고 말이다.
결론은 스팟팅을 쉽게 처리하는 첩경은 안전한 케미컬의 선택과 케미컬 종류를 최소화 하는 데 있다고 본다. 또한, 몇 가지로 정리된 아이템은 그 내용과 사용법을 확실히 숙지해야 할 것이다. 혹시 세탁소 안에 알지도 못하는 케미컬 통들이 몇 년째 먼지를 뒤집어쓰고 방치되어 있다면 미련 두지 말고 없애길 바란다.
김양수
필자는 아쿠아매스터 웨트클리닝 케미컬 개발자이며, 100% 웨트클리닝 스토어인 그린 라이프 클리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201) 699-7227 또는 yangkim50@gmail.com로 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