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트클리닝: 사실 대 고정관념

경험치 클수록 새로운 ‘사실’ 앞에 고정관념 고집

드라이클리닝 대 웨트클리닝. 어떤 상황이건 쉽지 않은 주제이다. 된다 안 된다부터 시작해 ‘난 이걸 물에 넣었다가 망했다’는 공포 체험형, ‘나는 계속 연구한다’는 탐구형, ‘8 대 2가 한계’라는 체념형까지 세탁인 모임에서 말다툼이 생기기 딱 좋은 소재이다.

그리고 실제로 세탁인 모임에서 말다툼이 생겼다. 독자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월간 세탁인은 카카오톡에서 ‘월간 세탁인’이란 이름으로 단톡방을 운영하고 있다. 8월 하순 경 월간 세탁인이 여름철 솔벤트 냄새 문제를 언급하면서, 간단한 예방 방법을 소개한 후, 여름에 습기와 땀이 찬 옷은 드라이클리닝으론 답이 없으니 웨트클리닝으로 해결하라고 했다. 전문 웨트클리닝 장비가 없더라도 핸드워쉬 기능이 있는 가정용 세탁기라도 사용해 시도하라는 조언과 함께.

그리고 이어진 여러 톡 중 일부를 소개한다 (굵은 글씨는 월간 세탁인의 톡임):

  • “지금 가계에 퍼크 쓰는데 이제 좀 있으면 못 쓴다고 하고… 해서 걱정이 많습니다. 부촌이라 양복하면 막 몇천 불에서 코트는 몇만 불 짜리도 오고 해서 물 빨기가 너무 겁이 나네요”
  • “혹시 양복이랑 실크 울 등은 웨트크리닝으로 할수있나요?”
  • “네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웨트크리닝을 하고 있습니다.”
  • “저도 지금 퍼크 기계를 쓰고 있습니다. 웻클리닝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레이블 잘보시고, 대부분 핸드 와쉬로 처리하고, 드라이 할 때 수분의 20%만 없애고 걸어 자연 건조. 어차피 수만불 짜리 기계를 가지고 있어도 못 빼는 스테인은 못 뺍니다. ㅎㅎ”
  • “양복을 웨트로 할 수 있다고요….? 잘 되나요. 궁금도 하고… 걱정이… 자세히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 “캐나다구스 코트 중에 가죽 트림이 있는것 때문에 물 빨래 했는데 가죽에서 물 빠져서 물어준 적도 있습니다. 너무 어렵네요.”
  • “물세탁은 결국 물세탁일뿐입니다. 모험 하실 필요 없습니다”
  • “물빨래가 말처럼 쉬웠으면 왜 100년 동안 기름으로 세탁했겠습니까. 어렵지만 뚫고 나가자는 것이 웻클린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취지 입니다.”
  • “웻클리닝만 합니다. 그냥 10년 동안 유니맥 두대와 LG 가정용 1대 그리고 아주 작은 통돌이 150불정도 1대로 합니다. 특별한 비누도 없습니다. 4개의 웻클리닝 비누를 사용해 보았습니다. 저의 빨래 방식은 손명식 사장님과 거의 같습니다.”
  • “오줌 지린 똥 싼 울 바지 받을 때, 음식 냄새 풀풀 나는 울 코트나 정장 받을 때, 웻크린이 절실합니다.. 100% 웻크린 하시는 분들 보면 PSR, 기름제거제, awesome 용액으로 기름때 지우시는게 일상이시겠지만, 드라이클리닝 할 때 안 해도 되던 걸 하려니까 조금 불편하겠다는 짧은 생각도 들긴 하구요^^”
  • “저는 웻크리닝을 하면서 검은색 옷에 소프트너가 스테인을 만드는 현상이 있어서 고생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 문제는 이제는 없어졌나요?”
  • “손명식 사장님 비디오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Wet clean을 배워보려 합니다.”
  • “저는 아이퓨라하고 웻크린머쉰을 같이 사용해보니 장점이 많은 거 같습니다. ”
  • “젖은 상태로 드라이기에 돌리면 보풀 생깁니다. 그래서 얼마 전 소개된 웻클린 머신 설명에서 바로 드라이기에 돌려 말릴 수 있다고 해서 저는 조금 의문이 있었습니다. ”
  • “웨트클리닝 얘기만 나오면 늘 ‘예전에 겪었던 문제점’이 거론되는 것 같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뉴저지 인근에 계신 분은 직접 가서 보세요.”
  • “저는 지난 2년 동안 하루에 평균 800에서 천 가지의 세탁물을 다루어 왔고 그중에 80% 물세탁 하고 있습니다. 물로 빨아서 100% 수축이 발생하지 않는 기술과 제품이 있다면 노벨상감이라 생각됩니다”
  • “그리고, 웻클리닝, 드라이클리닝에 대한 제 생각은,… ‘각자 일장일단이 있으니 하나에 몰빵 하지 말고 둘 다 갖춰서 필요에 따라 쓰면 된다’입니다.”
    “저희 가게에 오셔서 직접 한번 보시지요. 저도 당연히 돔 안 받습니다. 이번 기회에 아주 웻클린 도장 깨기 배틀을 한번 할까요?”
  • “‘도장 깨기’ 좋아요 함 합시다”
  • “‘내가 더 잘 한다’는 토론의 초점이 아닙니다. 생초짜도 웨트클리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초점입니다. 토론이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제가 새로 나온 장비를 보고 느낀 점을 알릴 뿐입니다. 그걸 사라는 말도 아니고, 다른 장비가 나쁘다는 말도 아닙니다.”

지금 간단하게 일부만 발췌했지만 역시 웨트클리닝에 대한 토론은 예민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처음에는 ‘물 빨래 했다가 옷이 망가졌다,’ ‘웨트클리닝은 불필요한 모험이다,’ ‘안 해도 되는데 왜 하냐’는 식으로 부정론이 많았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사람이 ‘나는 오래 전부터 하고 있다’는 식으로 경험담이 나오더니, 결국은 ‘가정용 세탁기로도 다 하고 있다,’ ‘비싼 전문 장비 필요 없다,’ ‘비싼 전문 케미컬 필요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결국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며 ‘도장 깨기’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고, 월간 세탁인이 과열된 대화를 중단시켜야만 했다.

웨트클리닝의 현주소

위의 웨트클리닝 토론에서 월간 세탁인이 강조했던 점은 “웨트클리닝이 폭넓게 보급되려면, 드라이클리닝처럼 버튼만 누르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현재 그렇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쿠아맥스 하나뿐이란 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월간 세탁인이 제품 광고하냐?’는 비난이 나왔다.

만일 월간 세탁인이 ‘어떤 새 드라이클리닝 머쉰이 좋다’고 했다면, 이를 의심의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웨트클리닝 머쉰이 좋다’라고 하면 의심을 받는다. 아마 ‘웨트클리닝은 한계가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보니, ‘그렇지 않다’는 말을 의심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새로운 상품 정보’가 ‘광고’로 오해 받는 게 아닐까?

수십 여 세탁인이 참여한 작은 규모의 토론이었지만, 이를 통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난 수십 년간 쌓인 웨트클리닝에 대한 고정관념은 토론 정도의 정보 교환으론 절대로 허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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