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편에 걸쳐 가죽과 모피류의 웨트클리닝을 다루었다. 이번 호엔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양털가죽 러그를 웨트클리닝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소개하자 한다. 양털 가죽 러그는 자주 세탁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바닥에 깔아두는 것이기 때문에 더럽고 냄새가 역한 상태로 들어오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태의 양털 가죽 러그는 뭐니 뭐니 해도 웨트클리닝이 상책이다. 제대로 된 방법을 사용한다면 양털 가죽 러그 고유의 탐스러움과 부드러움을 원래 상태로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냄새 또한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어 오히려 새것의 상태보다 더 좋은 품질을 얻어낼 수 있다. 그러나 양털 가죽 러그는 잘못 처리하면 가죽이 굳어 오그라들기에 십상이기 때문에 많은 분이 겁을 먹거나 아예 취급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라놀린(Lanolin)
양털 가죽이 딱딱하게 굳는 이유는 지난 호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탈지 현상 때문이다. 즉 가죽에 포함된 기름이 빨래 과정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양털 가죽이 부드러움을 유지하는 것은 가죽에 적당한 양의 기름기가 포함되어있기 때문이다. 양털의 모낭(털 뿌리)은 라놀린(Lanolin)이라는 일종의 왁스로 쌓여있다. 사람의 피부나 모낭에도 기름(정확히 왁스)을 분비하는 물질이 있는데 이를 세범 (Sebum)이라고 한다. 이 물질은 피부나 털에 기름을 발라주어 피부가 갈라지는 것을 막아주고 털을 매끄럽게 해 주어서 서로 엉기지 않게 해줄 뿐만 아니라 보온 역할도 해 주기 때문에 없어서는 않되는 물질이다. 양가죽에서 추출한 라놀린은 가공 후 화장품 원료로도 쓰인다. 그러나 가공 전 자연상태에선 냄새가 역하다는 고약한 특성이 있다. 사람도 오래 씻지 않아 얼굴은 물론 머리카락에 “개기름”이 번질거린다면 특유의 노린내가 역하게 나게 마련인데 이는 피부나 모낭에서 분비된 Sebum 때문이다. 양털가죽 러그의 웨트클리닝은 이러한 냄새조차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새것보다 더 좋은 품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준비물
- 컨디셔너 (Aqua Master): 양털 가죽 러그 웨트클리닝의 비법은 빨래 과정에서 잃게 되는 라놀린을 보충하는 데 있다. 웨트클리닝에서 쓰이는 컨디셔너는 라놀린을 대체 보완하는 일을 해 주기 때문에 모든 가죽 빨래는 물론 특히 양털 러그 빨래에선 품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준다. 다시 말해 양털 러그 빨래는 컨디셔너로 시작해서 컨디셔너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산성 비누 (Aqua Master): 매번 강조하는 말이지만 동물성 제품 즉, 울, 실크, 가죽 등을 다루는 웨트클리닝엔 산성 계열의 비누가 필수이다. 특히 양털 러그의 경우 알칼리 계열의 비누를 쓴다면 탈지현상이 심하게 나타날 뿐 아니라 가죽 표면이 손상되어 결국 딱딱하게 굳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
- 스테인 아웃 ( Aqua Master) 중성 계열의 스테인 제거제. 물과 1대1로 섞어 스프레이 통에 담아 쓴다.
빨래 요령
1. 스팟팅 : 양털 러그는 매우 더러운 상태로 들어오기 마련이다. 바닥에 깔아놓고 지내기 때문에 각종 음식물 부스러기, 커피, 주스, 흙 등으로 얼룩져 들어온다. 다행히 양털은 웨트클리닝으로 처리하는 한 이러한 스테인이 쉽게 제거되는 특징이 있다. 준비한 스테인 아웃 희석액을 스테인 부분에 흠뻑 뿌려둔다. 스테인이 진하면 부드러운 솔로 가볍게 두드린다.
2. 빨래 : 비누 사용은 보통 웨트클리닝 만큼 하되 약 6온스의 컨디셔너를 함께 넣어준다(50파운드 워셔 기준). 양털 러그 빨래엔 최소한의 미케니컬 액션이 필수다. 즉, 심하게 비벼 돌리지 말고 젠틀 사이클로 처리한다. 이때 충분한 물을 넣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털이 서로 엉기는 펠팅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소요시간 약 5~6분.
3. 중간 린스 : 2번 과정 후 배수가 끝나면 새 물을 받고 중간 린스를 한다. 요령은 2번과 같으나 비누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때 2번과 마찬가지로 약 6온스의 컨디셔너를 넣어준다. 소요시간 약 4~5분. 많은 분이 웨트클리닝을 할 때 중간 린스를 무시하는 때도 있는데 이는 빨래가 깨끗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냄새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중간 린스를 하도록 권장한다.
4. 마지막 린스: 마지막 린스에는 약 10~12온스의 컨디셔너를 넣어준다. 소요시간 약 4~5분.
5. 탈수: 통상 웨트클리닝과는 달리 셔츠 빨래처럼 강하게 탈수(High speed extraction)한다. 강한 탈수가 가능치 않다면 몇 시간 자연건조가 필요하다. 이는 다음 과정에서 행해지는 라놀린 (컨디셔너) 보충을 최대화하기 위함이다.
6 컨디셔너 보충작업 (라놀린 보충) : 빨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탈지 현상을 컨디셔너로 보충해 주는 작업이다. 탈수가 끝난 후 양털 러그를 테이블 위에 뒤집어 놓는다. 이때 마른 수건으로 가죽의 물기를 흡수하면 그만큼 컨디셔너를 많이 보충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컨디셔너와 물을 1대1로 희석한 용액을 가죽이 흠뻑 젖도록 뿌려준다.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가볍게 두드려 주면 컨디셔너가 가죽 조직 안으로 깊숙이 침투될 수 있다.
7 건조: 6번 작업이 끝나면 하루 동안 자연건조 시킨다. 습기가 어느 정도 남아있을 때 (완전히 마르지 않도록 주의할 것) 섭씨 45도에서 50도 사이의 중간 온도로 텀블 드라이시킨다. 이때 완전히 마를 때까지 돌리면서 건조하는 것이 좋다. 가죽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자연건조 된다면 마지막 습기가 마르면서 딱딱하게 굳을 수가 있다. 반면 계속 움직이면서 텀블 드라이시킨다면 굳지 않고 부드럽게 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양수
필자는 아쿠아매스터 웨트클리닝 케미컬 개발자이며, 100% 웨트클리닝 스토어인 그린 라이프 클리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201) 699-7227 또는 yangkim50@gmail.com로 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