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태생으로 현재 샌 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프로그래머 스테판 토마스 씨는 2억2천만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거머쥘 수 있는 암호를 이제 2번 더 시도할 수 있다. 암호만 찾으면 아이언키라고 불리는 소형 하드 드라이브를 열 수 있고, 그 안에는 7.002개의 비트코인이 보관된 디지털 지갑을 열 수 있는 비밀 열쇠가 들어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지난 월요일 크게 떨어졌지만 한 달 전보다 50%나 올라 지금까지 신기록인 2만 달러 선을 넘어섰다.
문제는 토마스 씨가 아이언키를 열 수 있는 암호를 적은 종이를 오래 전에 잊어 버렸고, 10번의 시도에 실패하면 하드드라이브가 완전히 잠기고 내용을 암호화 해 영원히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사용했던 암호 형태를 연구해 8번을 시도했고, 모두 실패했다.
토마스 씨는 “침대에 누워 이 생각만 한다”며 “그러다 새로운 전략을 세워 컴퓨터로 가 시도를 하고 실패하면 다시 절망에 빠진다”고 말한다.
현재 존재하는 1천8백50만 개의 비트코인 중 1천4백억 달러에 달하는 20%가 사라졌거나 주인 잃은 디지털 지갑에 들어있다고 가상화폐 데이터 전문회사 체인어낼러시스 사는 밝힌다. 이중 많은 사람들이 아무도 그 값어치를 예상하지 못했던 십년 전 비트코인 초창기부터 비트코인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다.
전통적인 은행 계좌나 온라인 지갑이나, 웰스파고 같은 은행 또는 페이팰 같은 재정관련 회사는 암호를 잃어버렸을 경우 이를 찾아주거나 리셋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런 도움을 줄 “회사”고 존재하지 않는다. 사토시 나까모토란 이름으로 알려진 가상화폐의 창조자는 비트코인의 주된 목적이 어떤 정부도 막거나 규제할 수 없는 디지털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마디로 비트코인 시스템 하에 누구나 비트코인 지갑을 만들 수 있고 아무런 재정기관에 등록하거나 신원 조회를 거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을 만들 때 사람들이 암호를 기억하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능력이 얼마나 떨어지는 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토마스 씨는 비트코인이 어느 국가나 회사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며, 스위스에 살던 2011 한 초기 비트코인 광신도를 위해 비트코인 소개 비디오를 만들어주고 비트코인 7,002개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해에 비트코인이 든 지갑을 열 수 있는 디지털 열쇠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자신이 자신의 은행이 된다는데, 당신이 신는 신발을 직접 만듭니까?”라고 반문하며 “우리가 은행을 이용하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 은행이 하는 모든 일을 하기 싫어서 아니냐”고 지적한다. 토마스 씨는 다행히 암호를 잃어버리지 않은 다른 비트코인 덕분에 엄청난 재산가가 될 수 있었다.
그는 요즘 암호를 잃어버린 아이언키를 비밀의 장소에 숨겨 놓고, 복잡한 암호를 깰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잠시 잊고 사는 게 속편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지난 일은 잊어버리자는 생각에 삽니다. 안 그러면 돌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