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나고 슬픈 일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인해 이스라엘은 전시상황을 선포했고 미국과 여러 나라도 지원군을 보내기로 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 이어 세상은 아비규환의 비명이 가득한 전운 가운데 표류하고 있다. 수많은 사상자가 생겼고 한순간에 온 가족을 잃어버린 처참한 슬픔에 차마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는 영상은 가슴을 더욱 시리게 한다. 지구의 온난화로 캐나다엔 산불이 지속되고 그중의 50%는 속수무책이다. 모로코엔 지진으로 수만 명의 피해자가 울부짖고 있다. 무엇 하나 우리 마음을 덥히는 소식이 없음이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가 하면 어제까지 멀쩡한 것 같던 사람이 불치의 병에 걸려 몇 개월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고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 되었다. 이런 상황을 잘 버텨나가게 해줄 수 있는 감사 제목을 찾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불안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감사 제목을 찾아내야 할까?
옛날에 심술 많은 시어머니와 착한 며느리가 살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하는 일마다 꼬투리를 잡고서 며느리를 구박했다. 밥을 좀 넉넉하게 하면 알뜰하지 못하다고 야단을 치고, 밥을 조금 덜 하면 며느리가 자기를 굶겨 죽이려고 작정했다고 동네가 떠나가도록 크게 소리를 쳤다. 고단한 시집살이에 잠시 쉬려고 앉으면 그렇게 게을러서 어디에 쓰냐고 야단을 치고, 혼날까 봐 앉지도 못하고 종일 서서 일을 하면, 정신 산란하게 왔다 갔다 한다고 화를 냈다. 배가 너무 고파서 식은 밥이라도 좀 먹으면 비싼 쌀을 축낸다고 호통을 쳤다. 며느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도 시어머니의 마음에 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구박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기만 했다. 그렇게 맵고 호된 시집살이와 제대로 먹지도 못해 그녀는 서서히 뼈만 앙상하게 남을 정도로 마르고 건강이 매우 나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는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기로 작정했다. 한참을 울다가 엄마 없이 살아야 할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너무 불쌍했다. 자식들 때문에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마음을 고쳐먹은 며느리는 한의원을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자신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약을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 며느리의 얘기를 듣던 의원은 한참 동안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약을 먹어봐야 시어머니가 계속 그렇게 혹독하게 부려먹고 구박을 하면 원기를 회복시킬 수 없소. 그러니 이렇게 하시오.
내가 환약을 만들어줄 테니 가지고 가서 시어머니가 잡수시도록 하시오. 그냥 드리면 의심이 생겨 안 잡수실지도 모르니 찹쌀떡을 맛있게 만들어서 그 안에 내가 준 환약을 넣어 드리시오. 서서히 기력이 없어지고 오래 살지 못하게 될 것이요.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찹쌀떡을 드리면서 ‘어머니,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잊으시면 아니 되오. 며느리는 의원이 만들어준 환약을 가지고 오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다. 시어머니가 살아계셔서 계속 구박을 하면 자기가 불쌍한 아이들을 두고 먼저 죽을 것 같고, 의원이 시키는 대로 하면 시어머니를 죽게 하는 불효를 하는 것이었다. 한참을 생각한 며느리는 시어머니보다는 아이들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의원이 시키는 대로 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 날 저녁, 며느리는 쫄깃쫄깃하고 달콤한 찹쌀떡을 만들고 그 안에 환약을 넣었다. 그리고 시어머니께 가서 이렇게 말했다. “어머님이 출출하실 것 같아 찹쌀떡을 만들었어요. 맛있게 잡수세요. 그리고 어머니 고맙습니다.” 사사건건 화만 내고 야단을 치는 자신에게 찹쌀떡을 만들어주고, 게다가 고맙다고까지 말하는 며느리가 조금은 이상했다. 하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찹쌀떡을 받아 든 시어머니는 역시 며느리의 군기를 잘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장하던 차에 찹쌀떡을 맛있게 먹었다. 시어머니가 맛있게 찹쌀떡을 잡수시는 모습을 본 며느리는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자기가 살아야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다는 확고한 모성애가 더욱 컸다. 며느리는 매일 밤 찹쌀떡을 만들어서 시어머니께 드렸다. 그리고 언제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일주일, 보름… 시간이 지나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어머니의 구박과 핀잔은 점점 줄어들고 오히려 며느리를 생각하고 챙겨주기 시작한 것이었다. 밭을 매느라 땀 흘리고 있는 며느리에게 그늘에 가서 좀 쉬면서 하라고 하고, 배가 고플 텐데 뭘 좀 먹으라고 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우리 며느리 같은 효부가 없다고 칭찬도 하고…. 며느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며느리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매일 찹쌀떡을 해드리니까 어쩌다 그런 마음이 들었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예전처럼 구박하고 역정을 낼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태도는 날이 갈수록 살가워졌다. 이제는 마치 친정엄마처럼 따뜻하게 말하고 배려해 주었다. 겨울이 되자 날이 추우니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며 아끼던 자신의 솜 저고리를 벗어 입혀주는가 하면, 며느리가 기운이 떨어진 것 같다고 보약을 지어 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시어머니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던 며느리의 마음도 서서히 녹아내렸다. 종종 마치 친정엄마라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시어머니에게 자기가 못 할 짓을 하고 있음을 깨닫고 환약을 만들어 준 의원에게 달려갔다. “의원님, 잘못했습니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좀 우리 시어머님을 살릴 수 있는 환약을 다시 만들어주세요.” 그러자 의원은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 그 환약? 그건 찹쌀떡 안에 넣는 팥 단지였다오. 아마 찹쌀떡이 꽤 맛이 있었을 거요. 시어머니가 돌아가실까 봐 이렇게 급하게 달려온 것을 보니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아주 열심히 했나 보구려, 허, 허, 허.”
노래는 부를 때까지 노래가 아니고, 종은 울릴 때까지 종이 아니며, 사랑은 표현할 때까지 사랑이 아니고, 축복은 감사할 때까지 축복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축복이 되는 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감사로 받아들이지 않아 축복을 받지 못한 경우가 있지는 않았는지… 잠시 감사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자. 매달 내야 하는 모기지가 버겁기는 해도 저녁이면 들어가서 쉴 수 있는 따뜻한 집이 있음에 감사하고, 아침이면 나가서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음에 감사하고, 종종 감기몸살에 걸려 며칠씩 시름시름 앓기는 해도 시간이 지나면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건강이 있음에 감사하고, 살면서 때로는 티격태격해도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음에 감사하다. 생각해보니 감사 제목이 너무도 많다.
시어머니의 구박 때문에 자살까지도 생각했던 며느리가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찹쌀떡이 아니라 ‘고맙습니다’라는 말이었다.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상황이라 도저히 감사할 수 없었지만 억지로라도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함으로써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아지고 자신의 건강도 회복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감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렇듯 ‘감사’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육체를 다듬어줄 수 있는 영혼의 언어이다.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삶은 감사가 없는 삶이고, 이 세상에서 제일 복된 삶은 범사에 감사하는 삶인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제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보자. 촛불을 보고 감사하라. 그러면 하나님은 달빛을 주실 것이다.
달빛을 보고 감사하라. 그러면 햇빛을 주실 것이다. 햇빛을 보고 감사하라. 그러면 하나님은 일곱 날의 빛을 주실 것이다. – 찰스 스펄전 목사
참된 지자(知者)는 모든 교우에게 배우는 사람이요, 참된 강자(强者)는 자신을 제어하는 사람이요, 참된 부자(富者)는 가진 것에 감사하는 사람이다. – 탈무드
추수 감사절은 영어로 ‘Thanksgiving Day’이다. 이것은 ‘Thanks – 감사’라는 말과 ‘giving – 드린다’라는 말의 복합어이다. 우리가 너무도 자주 쓰는 말 ‘Thank You’라는 감사하다는 말이다. 성인이 되면 평균 26,000개의 단어를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어떤 조사에서 사람을 즐겁게 해주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50개를 선별했는데, 그중에서도‘Thank you’가 28%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처럼 감사한다는 말은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범사에 감사드리는 마음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꾸만 감사할 일이 더 많이 생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제 계절은 넓은 들판에 땀의 결실인 알곡을 가득 남겨주고, 잠시 동면으로 들어갈 채비를 하는 것 같다. 여전히 세상은 슬프고 힘들게 하는 얘기들이 더 많다. 그런데도 이른 아침 차가운 서리가 하얗게 내리고 초겨울 높새바람이 휑하게 불어 옷깃을 여미게 해도 떠오르는 아침 햇살은 서슬 퍼렇게 기세를 부리던 서리를 녹여 오색 영롱한 보석을 만들어 우리의 마음에 비춰줄 것이다. 골로새서 2장 7절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라는 성경 말씀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사함이 떠나지 않는 11월, 그리고 추수 감사절이 되면 좋겠다.
월간 세탁인 독자 여러분, 오늘도 하! 하! 하! 많이 웃으세요!
캐롤 남
필자는 다이아몬드 컴퓨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문의는 (224) 805-0898로 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