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 경기는 돌아왔다. 하지만…

장비업자들 신규 장비 판매 부재로 서비스로 힘들게 버티는 중

세탁소 매상이 이제 팬데믹 이전의 80%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세탁소에 물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관련 업자, 특히 장비업자들은 여전히 부진한 장비 판매에 고전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각종 장비는 물론 그 부품 공급도 원활하지 못해 장비업자들은 대부분 서비스 콜에 의존해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남가주에 자리한 베스트텍 장비의 김옥환 사장은 “요즘 새 기계를 사는 사람이 없다”라며 “전에는 슈퍼마켓이 있는 몰에 세탁소가 당연히 들어갔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다. 새로 플랜트를 짓는 곳이 별로 없다”라고 말한다.

김 사장은 “그동안 소리소문없이 문 닫은 세탁소가 많고, 한국 사람보다는 외국 사람이 들어온다”라며 “이제 남가주 세탁소 중 한인 비중이 50% 수준으로 줄어든 것 같다”라고 말한다.

김 사장은 “드라이클리닝 장비 공장들이 몇 개만 남고 사라졌듯 결국 장비업자도 지역별로 소수만 생존하지 않겠느냐?”라며 “장비업은 팔 때마다 내 시장이 줄어드는 셈이라 결국 서비스 손님만이 진정한 ‘내 손님’”이라고 지적한다.

노쓰 캐롤라이나주에서 Dryclean101.com 장비를 운영하는 손환 사장은 “세탁소 매상은 70~80%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그게 아직 장비업으로 오지 않고 있다”라며 “다른 산업으로 빠지는 미케닉이 늘고 있다”라고 말한다.

손 사장은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 차질로 심지어 장비 공장들도 스탁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다”며 “요즘엔 파트 구하기도 힘들 때가 많다”라고 답답해한다.

신규 장비 판매가 고갈되면서 장비 회사들은 서비스 콜을 통해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뉴저지주에 자리한 재 엔지니어링의 오재옥 사장은 “랜드로드의 요구가 있지 않은 한 새 장비를 찾는 사람이 없다”라며 “어떻게든 고쳐서 쓰려 해 서비스 콜은 꾸준하게 들어온다”라고 말한다.

오 사장은 “팬데믹이 처음 시작될 때는 다들 금방 끝날 것으로 생각해 중고 기계라도 팔렸는데, 코비드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중고도 안 움직인다”라고 지적한다.

오 사장은 “기존의 세탁소 업주들이 노령화하고 있는데, 이들을 대체한 ‘젊은 피’가 수혈되지 않고 있다”라며 “오히려 외국 사람들이 세탁업에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DC/MD/VA 지역에서 YK 엔지니어링을 운영하는 김영찬 사장은 “이제 세탁소들이 거의 다 주 6일 기계를 돌리고 있어 서비스 콜은 꾸준하게 들어온다”며 “하루에 두, 세 콜은 무난하다”라고 말한다.

김 사장은 “솔직히 가을부터 웬만큼 돌아갈 것을 기대했는데 벌써 가을 아니냐?”며 “팬데믹이 다시 심해지는 것 같아 앞을 점치기 힘들다”라고 답답해한다.

김 사장은 “성경에 ‘그분의 옷은 세상에서 빨래하는 자가 더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하얗게 빛났다’라는 문구가 있듯 세탁업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미래에도 절대 없어지지 않을 업종”이라며 “결국 잘 견디는 사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익명을 당부한 한 장비업자는 “그동안 PPP 지원과 SBA 융자를 받은 돈으로 버티는 세탁소가 많다”라며 “이제 매상도 많이 돌아와 기계를 사려면 살 수 있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에 목돈을 투자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지적한다.

그는 “30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세탁소 하는 분 중에 돈 있다고 하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다”라며 웃는다.

뉴저지에 자리한 이스턴 장비는 오직 보일러 서비스만 하는 곳으로 유명한데, 덕분에 보통 한가한 7, 8월에도 매우 바빴다고 한다. 박진현 사장은 “세탁소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80% 선은 회복됐다고 하니 가을부터 괜찮아질 것”이라며 “문 닫은 가게가 늘어나면서 우리도 서비스가 80% 선에 와 있다”라고 말한다.

역시 보일러를 전문으로 하는 한미 보일러의 피터 박 사장은 “올해 들어 보일러 판매가 늘어 이미 코로나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라며 “작년에 미뤘던 보일러 교체가 올해로 몰린 것 같다”라고 말한다. 그는 “아직도 문 닫는 가게가 계속 나오는데 연말까지는 안정세를 보이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반문한다.

문 닫는 업소가 많다 보니 장비철거로 명목을 유지하는 장비 회사도 있다. 뉴욕에 있는 한 장비 회사는 서비스 콜이 별로 안 들어와 장비철거를 많이 하다 보니 입소문이 난 덕분에 가게를 닫는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장비철거는 일은 힘든 만큼 돈이 되지 않아 나름 고충이 크다고 한다.

또 다른 장비 회사 역시 장비철거로 버티고 있다는데, “돈이 될만한 중고가 나오면 좀 괜찮다”라고 말한다. 그는 “그동안 ‘좋은 기계’만 판 덕분에 내 손님은 서비스 콜이 별로 없다”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장비업에서 신규 판매가 고갈됐다면, 서플라이 업계는 심각한 공급난으로 ‘팔고 싶어도 팔 물건이 없는’ 상황을 겪고 있다. 세탁소 경기가 풀리기 시작한 5월쯤부터 시작된 행어 파동으로 셔츠 행어가 $40 그리고 바지 행어가 $7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가격이 껑충 뛰었지만 팔 물건이 없다는 것.

뉴저지주에 자리한 클린에어 서플라이의 홍승재 사장은 “행어를 공장에서 만들어도, 이를 담을 빈 컨테이너를 확보하기 힘들고, 컨테이너에 물건을 실었어도 이를 운반할 선박 예약이 어렵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컨테이너 운임까지 천정부지로 올라 행어 가격이 치솟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홍 사장은 “4천 불 정도 하던 컨테이너 운임이 처음 두 배로 뛰었을 때 내리기를 기다린 업자들이 많았는데, 내리기는커녕 이제 2만 불도 넘었다”라며 “지난 7월 1일부로 현지 와이어 가격도 25% 올라 악재가 겹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서플라이 가격 파동은 행어뿐 아니라 폴리백과 케미컬에까지 번지고 있다. 팬데믹으로 케미컬 원료 생산이 줄었고, 또 화학 공장 화재 등 사고까지 겹쳐, 제품을 만들 원료 확보가 어려워진 것이다. 홍 사장은 “벌써 몇 달 전에 주문한 제품들이 아직도 다 받지 못하고 찔끔찔끔 들어오고 있다”라며 “폴리백 역시 원자재 가격이 껑충 뛰면서 소매 가격이 거의 $50 수준(30 파운드)으로 올랐다”라고 밝힌다.

장비 업계가 완벽한 바이어 마켓으로 바뀌었다면, 서플라이 업계는 완벽한 셀러 마켓이 된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세탁소가 6천 개 이상 문을 닫으면서 이제 전국의 세탁소 수는 80년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팬데믹과 문 닫은 가게에서 쏟아져 나오는 중고 장비로 세탁 장비 업계는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장비업은 PPP 지원도 별로 받지 못해, 창고를 줄이고, 직원을 줄이면서 버티고 있다.

한 장비업자는 “세탁소 주인은 일이 없을 때 골프를 치러가도, 우리는 못 간다”라며 “언제 콜이 들어올지 모르니 항상 대기해야 한다”라고 한숨을 쉰다. 그는 “이미 작년 말에 복합건물에서 펄크 기계가 금지됐으니 머지않아 장비 판매가 픽업될 것”이라며 “코비드 불황으로 경쟁이 줄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