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가죽과 스웨이드 처리를 다룬 데 이어서 이번 호엔 모피류를 다루고자 한다. 모피류에 대한 칼럼은 이미 월간세탁의 지면을 통해 두어 번 소개한 바 있었으나 그래도 계속되는 문의 때문에 반복 학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다시 싣고자 한다.
모피류 처리는 고가의 서비스에 해당하기 때문에 밖으로 내보내기가 아까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가죽 전문 공장에 맡긴다 하더라도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고 솔벤트 냄새가 진하게 배어있기 때문에 비싼 값을 받고 손님에게 내어줄 때 찜찜한 느낌이 들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아직도 많은 분이 가죽과 모피류는 기름빨래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가죽류는 대량의 물을 사용하여 원피를 세척하고 가공하기 때문에 물로 세탁한다는 것엔 전혀 이상한 점이 없다. 다만 올바른 케미컬의 사용과 함께 몇 가지 주의사항만 지킨다면 기름빨래엔 비교가 되지 않는 깨끗하고 훌륭한 품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평소 Professional Wet Cleaner라고 자부한다면 이러한 제품들은 능히 해결해야만 한다고 말 해왔다. 그래서 그동안 가죽과 모피 처리에 관해 몇 차례 칼럼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올해 들어 유난히 많은 분이 이에 대해 문의를 하고 있으므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중요한 포인트만을 뽑아 집중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모피류를 다루고 각종 가죽류는 다음 호에 연재하고자 한다.
준비물:
- 산성 비누 (EMC 제품. Aqua Master Detergent)
- 컨디셔너 (EMC 제품. Aqua Master Conditioner)
- 스테인 아웃 (EMC 제품. Aqua Master Stain Out)
모피류
얼마 전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여우 털 재킷이 들어왔다. Made in Italy로 40년 이상 된 제품인데 그동안 망쳐질까 두려워서 한 번도 세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의 퀴퀴한 냄새가 진하게 배어있어 웨트클리닝 외엔 답이 나오지 않았다. 세탁비용 $180.
▲ 스팟팅
모피류는 스테인이 쉽게 지워지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집안의 강아지가 진흙 구덩이에 뒹굴며 쓰레기통을 뒤져서 그야말로 개차반이 됐다 하더라도 샴푸 한번 하고 드라이시키면 언제 그랬냐 싶게 새 강아지가 된다. 신은 동물의 털을 깨끗하게 보존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피류엔 각종 향수나 화장품으로 냄새가 진하게 배어있기 마련이다. 사진과 같이 Stain Out을 물과 1대1로 섞은 용액을 뿌려 스테인과 함께 냄새를 제거한다.
▲ 빨래
다시 강조하지만, 모피류의 웨트클리닝은 컨디셔너로 시작해서 컨디셔너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된 이유는 세탁 후 모피 가죽이 탈지(기름기가 빠져나가는 현상)로 인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동물의 모낭(털 뿌리)에는 기름 주머니가 있어 피부와 털에 기름을 공급함으로써 보온을 돕고 물에 젖는 것을 방지한다. 양털의 경우 이 기름을 라놀린이라 한다. 세탁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없어지는 기름을 보충하기 위해선 충분한 컨디셔너의 주입이 필수다.
빨래를 시작할 때 사진과 같이 산성 비누와 컨디셔너를 함께 넣어준다. (이 경우 비누 2.5온스, 컨디셔너 4온스) 모피류는 때가 쉽게 지워지기 때문에 비누를 평소의 절반 정도만 사용한다. 물을 많이 넣고 넉넉하게 돌려주는 것은 필수다.
▲ 중간 린스
빨래 사이클이 끝나고 중간린스에도 컨디셔너를 사용한다. (사진의 경우 약 6온스)
▲ 마지막 린스
중간 린스가 끝나고 마지막 린스 때에는 비교적 많은 양의 컨디셔너를 사용한다 (사진의 경우 약 12온스)
▲ 탈수
일반 가죽과 달리 모피의 경우 강하게 탈수해도 무방하다. 오히려 약한 탈수는 모피가 물을 많이 먹어 무거워져서 걸었을 때 옷이 늘어나는 폐단이 있고 건조시간이 오래 걸린다.
▲ 건조
자연건조 후 약간의 습기가 남아있을 때 텀블 드라이를 시킨다. 이때 온도는 섭씨로 약 40에서 50도 사이가 좋다. 주의할 점은 완전히 마를 때까지 텀블 드라이를 계속한다. 마지막 습기가 빠져나갈 때 생기는 경화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대개 모피류는 여러 개의 좁고 긴 가죽대를 이어붙여 만들어진다. 섬세한 박음질이 특징이나 오래된 것들은 실이 약해져서 연결 seam이 뜯어지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텀블 드라이 과정에서 가끔 꺼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옷핀으로 고정해두면 좋다.
네트 백에 넣고 돌리는 것은 털이 탐스럽게 살아 나오는 것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건조가 다 끝나면 재킷은 탐스럽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별도의 다림질 없이 마감하면 된다.
김양수
필자는 아쿠아매스터 웨트클리닝 케미컬 개발자이며, 100% 웨트클리닝 스토어인 그린 라이프 클리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201) 699-7227 또는 yangkim50@gmail.com로 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