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징글징글한 한 해가 막을 내리고 있다. 2020년 경자년(更子年)은 흰색 쥐의 해라서 재물운이 좋다더니 흰쥐 대신 시커먼 박쥐가 전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말았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만 해도 날이 따뜻해지면 괜찮아질 것이라 기대했었지만 코비드-19은 춘하추동 계절에 관계없이 극성을 떨었다. 2020년 한 해가 거짓말처럼 녹아 없어진 셈이다.
천만다행히 현재까지 개발된 3가지 백신이 95%가 넘는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에 독감 백신은 70~80% 효과를 갖는다. 3월 중순까지는 모든 국민이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으니 이제 효과적인 치료제만 나오면 코비드-19은 역사에 지독했던 “독감”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코비드-19의 비포와 애프터는 우리가 분명 걱정해야 할 부분이다. 절반으로 토막 난 세탁소 매상이 과연 얼마나 회복될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현재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 중 얼마가 사무실로 복귀할지도 우리가 걱정해야 할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가 미래의 “노멀”(normal)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많다. 재택 근무의 효율성 논란을 제쳐놓고라도 1년 가까이 집에서 일하다 보니 이제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접촉하는 걸 갈망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회사 입장에서도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게으름 필거라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코비드-19 동안 피자 가게와 리커 스토어는 대박이 났다. 아마존 등 온라인 비즈니스 역시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다. 세탁소는 절대로 사라질 수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다만 이번 위기가 지나갈 때까지 버티는 게 관건이다. 이를 위해 우리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해보자.
1. 당신의 Cleaner는 Clean합니까?
우리가 일하는 업소 이름이 Cleaner인데 솔직히 지금까지 다니면서 정말 깨끗하다고 느낀 세탁소는 많지 않았다. 예전에는 일이 바빠서 그랬다고 핑계라도 댔지만 이젠 그 핑계도 댈 수 없다. 코비드-19으로 소비자들의 위생 관념이 극상으로 올라갔으니 남는 시간에 업소를 광이 나도록 닦자. 단지 카운터와 가게 앞만 말고 작업장으로 들어가 묵은 린트까지 다 털어낸다. 기계와 파이프에 쌓인 린트를 제거하려면 Goo-Gone과 같은 그리스 리무버를 넉넉히 사다 놓고 틈이 날 때마다 닦는다. 기계 한 대 당 2, 3일 정도를 투자한다는 느긋한 마음으로 꼼꼼하게 닦는다.
2. 마지막으로 가격을 올렸던 게 언제입니까?
이 세상에 모든 물가가 오르는 데 세탁 요금은 크레이지 글루로 붙인 듯 꼼짝 하지 않고 있다. 최저 임금 $15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데 아직도 10년 전 가격을 받고 있다면 분명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더군다나 코비드-19로 매상이 반 토막 난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가격 인상이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오는지 간단하게 살펴보자.
주 매상이 $5000이던 가게가 코비드-19로 $2500이 됐다고 가정하자. 계산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 평균 가격 $5에 500 피스로 한다. 가격을 $1 인상하면 500 피스에 주 매상 $3000이 된다. 매상이 20% 늘면서 전년대비 60% 수준으로 회복된다. $2 인상하면 주 매상 $3500이 된다. 이는 40% 증가에 전년대비 70% 수준으로 회복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물량이 변하지 않아 경비는 같은데 순수익만 그렇게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가격 인상 얘기만 나오면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손님이 떨어진다”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피스 카운트가 417개로 떨어져도 매상이 줄지 않는다 (417×6=2502). $2 인상한 경우 358개까지 떨어져도 손해 보지 않는다.
더군다나 코비드-19는 세탁 요금을 인상할 수 있는 최고의 명분을 마련해 주었다. 코비드-19 사태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안내문을 써붙이면 공감하지 않는 손님이 없을 것이다 (Due to difficulties caused by COVID-19, a small price increase was inevitable. Thank you for your kind understanding.).
3. 서비스 다변화를 고려해보셨습니까?
가장 먼저 고려할 추가 서비스는 “스마트폰 앱”이다. 요즘 판매되는 컴퓨터 시스템들이 대부분 앱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확실치 않다면 사용 중인 컴퓨터 회사에 문의하면 될 것이다.
스마트폰 앱과 함께 픽업 & 딜리버리 서비스를 추가하면 고객 호응이 더 좋아진다. 코비드-19로 “언택트”(무접촉)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진 만큼 앱을 활용한 라우트 서비스는 이제 필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워쉬 & 폴드 서비스는 젊은층을 끓어 들이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고압 스팀 프레싱으로 완전 살균”(High-pressure steam pressing kills all germs and viruses)라고 한 문구 추가하면 세탁소를 찾지 않던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할 것이다.
마침 겨울이 왔으니 어그 부츠 클리닝, 가죽 의류 클리닝, 운동화 빨래 등 서비스 역시 별 다른 투자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4. 동네에 세탁소가 몇 개나 있습니까?
코비드-19가 지나가고 나면 경제가 무서운 속도로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과연 지난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의 온-라인 판매는 전년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대대적 세일을 기다리고 기다렸다가 구입한 옷들이 과연 물빨래 해 입는 옷이었을까? 고가의 옷이었을 만큼 드라이클리닝 오운리 옷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랜 불경기와 코비드-19로 많은 세탁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살아남은 세탁소가 기대할 수 있는 매상 회복은 크다. 비공식적인 자료지만 전국의 세탁소 수는 5년 전보다 6천 개 이상 줄어들었다고 추정된다. 이는 공식적인 조사 자료가 아니라 업계 전문지들의 구독자 수를 갖고 추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전국의 세탁소 수가 80년대 세탁업 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걸 의미한다. 따라서 세탁 시장 규모가 줄어들었을 망정 각 세탁소가 가질 수 있는 매상은 오히려 더 많아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가격 인상까지 더한다면 매상 증대 효과는 더 커진다.
다가오는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즉 소의 해다. 2021년이 2020년보다 분명히 더 좋을 것이다. 위에 던진 4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소처럼 묵묵히 실행에 옮긴다면 우리는 최악의 한 해를 넘기고 최고의 한 해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