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스승이 한 제자에게 돌멩이를 하나 주면서 말했다. “이것을 시장에 가서 팔려는 척하되 팔지는 마라. 그리고 최대한 대답을 아껴라.” 이 말을 들은 제자는 스승의 말씀에 따라 작은 돌멩이를 들고 시장으로 나갔다. 제자는 시장의 한 모퉁이에 하얀 보자기를 펴 놓고 그것을 올려놓았다. 어떤 사람은 무심히 돌멩이를 쳐다보면서 지나갔다. 또 어느 사람은 그 돌멩이 안에 어떤 특별한 것이 들어 있는지 궁금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별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돌멩이를 앞에 놓고 앉아 있는 청년이 매우 이상해 보인다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돌멩이를 앞에 두고 서 있는 청년을 먼발치서 바라보며 안쓰럽게 느낀 어떤 노인이 다가와 친절하게 물었다. “젊은이! 그 돌멩이를 얼마에 팔 작정이오?” 그러나 그 제자는 스승의 말씀에 따라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그 노인이 다시 말했다. “젊은이, 날씨도 쌀쌀한데 내가 엽전 한 푼을 줄 테니 그 돌멩이를 나한테 팔고 어디 가서 따끈한 국밥이나 한 그릇 먹고 들어가구려.” 제자는 아무 말 없이 그냥 미소만 지었다. 그러자 노인은 필시 그 돌에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엽전 두 푼을 줄 테니 팔라고 했다. 그래도 청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빙그레 웃으면서 묵묵히 앉아 있기만 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노인과 젊은이의 흥정을 보면서 한 사람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행인들의 수가 많아져서 서로 가까이서 그 돌을 보겠다고 밀고 당기고 아우성이었다. 노인과의 돌멩이 가격 흥정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다. 그 사람은 돌멩이가 예사로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가격 한 냥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저쪽에 있던 사람이 큰 소리로 다섯 냥을 내겠다고 말했다. 돌멩이값은 금방 열 냥이 되었다. 이쪽 사람이 가격을 올리면 저쪽에 있는 사람이 가격을 또 올렸다. 값이 마구 올라가자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말했다. “저 돌을 달여먹으면 만병통치약이 되나 봐요.” “그게 아니고 저 안에 금덩이가 있는 모양인데.” “저 돌을 집 안에 모셔두면 큰 복이 굴러들어 오는 모양이지.” 돌멩이에 대한 사람들의 추측은 마치 사실처럼 느껴졌고, 가격은 어느새 스무 냥으로 올랐다. 하지만 청년은 여전히 별 대꾸 없이 그저 조용히 웃고만 있었다. 그러자 안달이 난 사람들은 서로 자기가 사겠다고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돌멩이에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듯 서로 그 돌을 사려 안간힘을 다했다. 한참을 지켜본 처음의 그 노인이 큰 결심을 한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처음 그 돌의 가치를 알아보았소. 그러므로 내가 사는 것이 마땅하니 이제 더 고집부리지 말고 그 돌을 삼십 냥에 내게 파시오.” 노인의 간청에 젊은이는 “나는 이 돌을 팔 수 없습니다. 단지 시세를 알아보러 여기에 나왔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하고 주섬주섬 돌을 보자기에 싸서 돌아갔다. 시장에서 돌아온 제자에게 스승이 무엇을 느꼈냐고 물었다. 그러자 제자가 이렇게 대답했다. “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모든 가치가 정해진다는 깊은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어느새 올해도 하반기로 접어들었다. 8월의 신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울창하고. 세상은 온통 푸르름으로 가득 차 있다. 한껏 자라 빽빽하게 나뭇가지를 둘러싼 초록의 나뭇잎들은 큰 그늘을 만들어 삶의 무게에 지친 우리를 쉬게 해 준다. 세상에 나오기가 부끄러운 듯 나뭇가지 사이로 고개를 새초롬히 내밀었던 새싹의 기억이 바로 얼마 전이었는데 하늘을 모두 가릴 만큼 크게 자란 나뭇잎들은 벌써 여름의 한복판에 서서 씩씩함을 자랑하고 있다. 마치 자신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보여주고 싶은 것 같다. 문득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자신만만하던 청년 시절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직접 마주치게 되는 현실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자꾸만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에 낙담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것에 안주하게 된다. 그런데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항상 자신 있게 살아갈 방법은 있지 않을까?
감사하게도 우리의 삶은 우리 생각의 차이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변할 수 있다. 존 템플턴은 “마음속에서 일어난 생각은 그 속성상 밖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즉, 80-20 법칙에 의하면 20%의 생각이 80%의 삶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생각에 따라 말을 하고, 그 말은 행동을 낳고, 행동한 대로 습관이 되며, 그렇게 굳혀진 습관은 인생의 방향과 가치를 결정한다. 이것을 달리 설명하자면 어떤 색의 안경을 끼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 것과도 같다. 핑크빛 선글라스를 끼면 세상의 모든 것이 분홍색으로 보여 마음이 즐거워지고 검은색을 쓰면 모두가 어둡게 보여 우울해진다. 어떤 색 선글라스를 쓰고 어떤 눈과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인지는 우리가 정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코로나를 비롯한 경기침체, 전쟁, 그리고 천재지변 등 세상은 암울한 소식으로 가득하다. 내일 일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마음이 무거울 때도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비 오는 날이 있으면 반드시 맑게 갠 날도 곧 온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어떤 그것에 가장 소중한 가치를 두고 있느냐이다. 가족이 건강하다는 것, 사랑하는 아내, 남편과 함께 한다는 것, 오늘도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다는 것, 부모님께 감사하는 자녀들이 있다는 것, 연로하셨지만 아직도 부모님이 생존해 계신 것, 마음 터놓을 친구와 이웃이 있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 꼭 가게 될 천국을 향해 믿음의 걸음을 함께 걸어주는 주님 안에서 형제자매님들이 있다는 것, 이 모든 요소가 우리의 삶을 더욱 행복하고 소중하게 해주고 있는, 귀하고 아름다운 돌멩이들인 것이다. 잠언 4장 23절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라는 성경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감사와 기쁨이 충만한 8월이 되면 좋겠다.
월간 세탁인 독자 여러분을 참 많이 사랑합니다. 오늘도 하하하! 많이 웃으세요!
캐롤 남
필자는 다이아몬드 컴퓨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문의는 (224) 805-0898로 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