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서 가죽류가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최근 가죽 전문업체들이 속속 문을 닫는 추세여서 맡길 곳이 없어 난감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웨트클리닝처럼 가죽류를 깨끗하고 부드럽게 처리하는 방법은 없다고 본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가죽류는 받는 가격에 비해 의외로 손쉽게 웨트클리닝을 할 수 있다. 올바른 케미컬의 사용과 세탁요령만 터득한다면 양질의 가죽세탁을 해낼 수 있다. 본인업소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가죽과 모피류를 아무 사고 없이 처리해오고 있다. 소문이 나서 그런지 겨울이 온화한 텍사스임에도 금년엔 유난히 많은 가죽과 모피제품들이 들어오고 있다 . 종류가 다른 가죽제품 처리방법을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준비물:
- 산성 비누 – EMC Aqua Master 제품으로 pH 1.5의 산성.
- 컨디셔너 – EMC Aqua Master 제품으로 중성.
- Grease Out – EMC Aqua Master 제품으로 중성.
- Stain Out – EMC Aqua Master 제품으로 pH 8.5의 약알칼리성.
스팟팅
모든 가죽류의 스팟팅은 스팟 부분을 물에 적시거나 물을 분사한 후 스팟팅 용액을 쓰기를 권장한다. 이는 스팟팅 부분의 심한 탈색과 링이 선명하게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스팟팅 용액은 Grease Out 12~16온스, Stain Out 12~16온스, 그리고 물 1갤런을 섞어 사용한다. 이 용액은 비단 가죽뿐 아니라 일반 웨트클리닝, 또는 셔츠 목때 제거 등에도 널리 쓰이기 때문에 항상 준비해 놓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거의 중성에 가깝기 때문에 색상과 조직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많은 물을 희석해서 쓰기 때문에 비용면에서도 경제적이다.
스팟 부위를 부드러운 솔로 가볍게 두드리는 정도로 끝내는 것이 좋다. 뻣뻣한 솔로 강하게 문지르거나 스팟팅 건을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가죽 스테인은 조직 깊숙이 배어있기 때문에 탈색, 탈광이 없이 스테인을 완벽히 제거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이는 색이 진한 실크 류의 스테인 제거와 같게 생각하면 된다. 다행히 스테인의 대부분은 커피나 음료수 등 수용성 스테인이기 때문에 웨트클리닝에선 대부분의 스테인은 빨래과정에서 쉽게 제거된다. 따라서 이러한 스테인 제거를 위해 특별히 노력할 필요가 없다. 다만 위의 스팟팅 용액을 가볍게 분사해 놓으면 그만이다.
비누사용
누누이 강조하지만 모든 웨트클리닝과 마찬가지로 가죽 세탁에선 특히 산성 비누가 가장 안전하다. 가죽은 울이나 실크와 같이 단백질이 주된 성분이다. 비누의 알칼리 성분은 단백질을 공격하여 분해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샴푸가 아닌 알칼리 성분이 높은 일반 비누로 머리를 감았을 때 머릿결은 거칠어지고 손의 피부가 뻣뻣하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비누의 알칼리 성분이 모발과 피부의 단백질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산성 비누는 가죽의 표면을 상하지 않게 할뿐더러 탈색 현상을 현저하게 줄여준다.
가죽은 탈색이 비교적 쉽게 일어나므로 아무리 산성 비누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탈색은 진행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불필요하게 많은 양의 비누사용은 피하도록 한다.
검은색 가죽과 스웨이드
가죽류의 절반 이상은 검은색이다. 최근엔 여자 옷에 검은색 가죽을 부착한 제품들이 많이 들어온다. 검은 계열의 가죽세탁은 가장 쉽게 처리한다. 일반 웨트클리닝과 같이 빨래하면 그만이다. 다만 마지막 린스 때 컨디셔너를 평소의 두 배 정도 넣어주면 된다.
스웨이드의 경우 과도한 컨디셔너 사용을 피한다. 컨디셔너를 많이 쓸 경우 스웨이드 특유의 부드러운 표면이 눌어붙어 번질거리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웨이드는 추가적인 컨디셔너 주입 없이 일반 웨트클리닝과 같이 취급하면 무난하다.
강한 탈수는 가죽 표면에 주름이 접힐 우려가 있으므로 중간(Medium Spin) 정도가 좋다. 단 가죽은 탈수가 쉽게 되지 않기 때문에 두꺼운 가죽의 경우 탈수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해 줄 필요가 있다. 탈수 후 두꺼운 행어에 걸어 하루 정도 자연 건조한다.
밤색(Brown) 계통 가죽
검은색이 아닌 밤색이나 초록, 붉은색 등은 탈수 후 걸기 전 한 단계 과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 Medium Spin만으론 가죽에 많은 물기를 남기게 된다. 이러한 상태로 걸어두면 가죽에 남아있는 물기가 아래로 흐르면서 색이 뭉쳐져 부분적으로 색이 진한 줄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스웨이드의 경우 심하게 발생한다. 그렇다고 High Spin을 하게 되면 가죽에 심한 주름이 영구히 접히게 된다. 사진과 같이 Medium Spin 후에 남아있는 물기를 마른 수건으로 대충 흡수해 내면 색이 뭉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색이 부분적으로 뭉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수건을 사용하여 물기를 제거한다.
컨디셔너 후처리
가죽 특유의 은은한 광택과 부드러움을 더 해주기 위해선 별도의 컨디셔너 처리가 필요하다. 이 과정은 또한 세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탈색을 보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탈수 후 3~4시간 건조하면 물기가 많이 증발한다. 이때 사진에서처럼 컨디셔너와 물을 1대1로 희석한 용액을 분사하여 손으로 마사지하면서 컨디셔너가 전체적으로 균등하게 가죽에 스며들게 한다.
주의할 점은 스웨이드나 어그 부츠 등에는 이 과정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컨디셔너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스웨이드의 부드러운 결을 죽이고 색이 부분적으로 진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컨디셔너와 물을 1대1로 섞은 용액을 뿌리며 손으로 부드럽게 문질러 준다.
건조
모든 가죽류는 빨래 후 곧바로 텀블 드라이시키지 않고 하루 정도 자연건조 시키는 것이 정상이다. 계절과 제품의 두께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루 정도 걸어두면 약 90% 정도의 수분이 증발한다. 경우에 따라 보일러실에 걸어두기도 하는데 완전히 말리지 않도록 한다. 일반 웨트클리닝과 마찬가지로 텀블 드라이 전 약간의 습기를 포함해야 잔주름이 펴지고 부드러움과 윤기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만약 완전히 말랐다고 판단한다면 물을 약산 분사시켜 텀블 드라이시키면 된다.
자연건조 후엔 가죽이 뻣뻣해지고 볼품이 없게 되나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텀블 드라이 때 일반 다른 옷들과 함께 건조하면 옷들이 가죽의 표면을 부드럽게 마사지하게 되므로 부드러움과 윤기를 더 해준다. 온도는 섭씨 45~50도 정도가 좋다.
자연건조 때 가죽이 굳는 것은 정상이다. 텀블 드라이 전 약간의 습기가 있는 것이 좋다.
피니슁
가죽류의 피니슁엔 손 다리미나 pressing machine을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리미를 쓰게 되면 많은 경우 가죽이 오그라드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웨이드 경우 색이 부분적으로 달라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별도의 작업 없이 Form finisher에 걸어 스팀과 에어로 팽팽하게 불어주고 손으로 칼라와 주머니 부분의 형태를 잡아주는 것으로 끝낸다.
Form finisher로 마무리. 경우에 따라 주름이 다 펴질 때까지 두세 번 반복할 수 있다.
웨트클리닝만큼 훌륭한 가죽세탁 방법은 없다. 냄새는 물론 깨끗한 세탁에서 기름 빨래와는 비교가 안 되는 좋은 품질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케미컬의 올바른 사용과 몇 가지 처리 과정만 익힌다면 의외로 쉽고도 재미있는 가죽세탁이 될 것이다.
김양수
필자는 아쿠아매스터 웨트클리닝 케미컬 개발자이며, 100% 웨트클리닝 스토어인 그린 라이프 클리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201) 699-7227 또는 yangkim50@gmail.com로 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