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끝에 새로운 가능성의 ‘씨앗’이 심어졌다
1년 전 2020년 마지막을 장식하는 데스크 메모의 제목이 “다시는 오지 마라 2020년”이었다. 이제 2021년을 마감하면서 우리는 과연 2021년과 같은 한 해를 ‘다시는 오지 마라’는 진저리와 함께 보내야 할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2021년처럼 힘들었던 해도 드물지만, 2022년을 기대하게 만드는 약속의 ‘씨앗’이 심어진 한 해이기도 하다.
세탁소 1/3 은퇴 및 폐업
정확한 써베이 자료가 아니지만 5년 전과 비교해 전국 세탁소의 1/3이 은퇴 및 폐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정은 업계 전문지 구독자 수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세탁업은 지난 10년간 장기화한 불황을 겪으면서 가게를 팔지 못하고 은퇴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그리고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은 오랜 불황 속에 약화한 세탁소를 폐업으로 몰았다.
당시 견딜 수 없어 폐업한다며 이제 책을 보내지 말라고 전화하셨던 한 분은 “제가 팬데믹에 항복했습니다”라고 씁쓸해하셨던 목소리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이 업소는 1993년 창간호부터 구독하던 곳이었다.
팬데믹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지만 “코로나와 함께”란 여론 덕에 세탁소 매상은 거의 정상으로 회복했고, 주변 경쟁업소 부재와 가격 인상으로 오히려 이전보다 증가한 곳도 많다.
전체 세탁시장의 규모가 계속 줄고 있다 해도, 전국 세탁소 수가 1980년대 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팬데믹을 버텨낸 세탁소가 가질 몫은 분명 더 커졌다.
팬데믹 기간 중 소비자의 폭풍 쇼핑, 요즘 줄 서지 않고 식당에 들어가기 힘든 외식 붐 그리고 재개된 결혼식 등 각종 행사 역시 커다란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다.
전국적인 세탁요금 인상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세탁요금만 안 오른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금까지 세탁소 운영자들은 요금 인상을 꺼려 왔다.
하지만 행어, 폴리백, 각종 케미컬 등 서플라이 가격 상승,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기름값 등 모든 물가 상승 그리고 일손 부족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등 원인으로 전국의 거의 모든 세탁소가 “드디어” 세탁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지역에 따라 세탁소가 없는 타운이 생길 정도로 세탁소 수가 줄었기 때문에 경쟁 눈치 볼 일도 그만큼 줄었다.
LA Times에 따르면 전국 세탁요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상승했다. 이 자료가 사실이라면 세탁요금은 아직 더 올려야 한다. 같은 기간 전체 물가 상승률이 6.2%여서 이 정도 요금 인상은 물가 상승을 커버하는 정도밖에 안 된다.
서플라이, 유틸리티, 인건비, 솔벤트 그리고 개솔린 등 경비 상승을 고려하면 적어도 10% 정도 더 올려야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손님이 가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분명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렵게 회복하고 있는 업소 매상을 경비로 다 지출하지 않으려면 추가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현재 전국의 미디어가 인플레이션 문제를 보도하고 있으므로 소비자는 세탁소 요금 인상을 인플레이션 일부로 받아들일 것이다.
가격을 올리면서 아래와 같은 문구를 카운터에 붙인다면 손님의 공감을 좀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Due to increasing prices of supplies, utilities and gasoline, we are forced to raise our prices by 10%. We thank you for your understanding and continued patronage.
한인 세탁소 젊어질 수 있을까?
한인 세탁업 1세대들이 많이 은퇴하는데 젊은 세대의 유입이 그 빈자리를 메우지 못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미 세탁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한국인의 존재는 다른 나라 사람에게 물려줘야 한다.
한 가지 희망적인 점은 세탁소 수가 크게 줄면서 예전보다 사업성이 우수해지면 젊은 한인 사업가들이 다시 세탁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젊은 피가 들어오면 지금까지 부진했던 세탁업의 온라인/앱 서비스도 활기를 찾아 전반적인 세탁업 이미지까지 향상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2년 가까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 환한 출구를 바라보고 있다. 누가 뭐래도 2022년은 올해보다 나을 것이다. 어쩌면 2022년이 한인 세탁업 대변신의 해가 될 수 있다. 내년은 호랑이의 해다. 이제 우리가 더 강해질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