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트클리닝을 위한 준비

지난 십여 년은 세탁업계의 고난의 연속이었다. 긴 세탁업의 불경기에 이어 팬데믹이 결정타를 날리면서 세탁업은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위기를 맞고 있다. 필자는 직업상 매일 전국에서 세탁업에 종사하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들의 얘기를 종합한다면 팬데믹으로 인한 불경기는 3, 4월에 바닥을 치고 현재(7월) 팬데믹 이전 기준 약 65%까지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4차 확산으로 인해 회복세는 그마저 주춤하는 상태라고 보인다.

많은 업소가 고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폐업이 늘어날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얼마 전 미국 상무부에서 우리로선 매우 비관적인 예측을 발표했다. 이번 팬데믹 사태에 세탁업이 가장 피해를 보는 업소 중 하나이며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약 3분의 1 가량의 세탁소가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역경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자에겐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그 기회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팬데믹 이후 세상은 많이 바뀔 것이다. 특히 건강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질 것이며 필자는 이미 그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세탁인들 또한 변화하는 세상에 빠르게 대응해야만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Ÿ웨트클리닝이야말로 그 대답이라고 확신한다.

최근 팬데믹 기간 동안 클리닝을 시작하려는 분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펄크의 전면 규제와 맞물려 새로운 세탁 방법을 찾고 있는 분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결같이 클리닝을 시작하는 데엔 대단한 준비가 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그에 대한 조언을 부탁한다. 사실 웨트클리닝을 시작하는 데엔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 현재 가진 시설을 이용해서 클리닝 방법만 바꾼다면 아쉬운 대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웨트클리닝이 아닌가 싶다.

웨트클리닝을 시작하는 데엔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할 것이다. 첫째는 장비일 것이고, 둘째는 케미컬, 그리고 셋째는 세탁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이번 호에는 그 세 가지를 설명함으로써 웨트클리닝을 시도하려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장비 (웨트클리닝 워셔, 당김식 장비)

  1. 워셔의 선택.
    현재 시중엔 많은 웨트클리닝 장비들이 나와 있지만 각 장비마다 세탁 방법에 장단점이 있어 어느 것이 최상의 워셔라고 딱 집어 말하기는 곤란하다. 그런데도 필자는 다음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장비를 선택하라고 권장해오고 있다.

    첫째는 드럼이 클수록 좋다는 것이다. 웨트클리닝은 같은 기계에 셔츠 론드리를 기준으로 절반 정도를 넣고 빠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옷들이 서로 심하게 비벼대지 않아 색과 광택이 마모되지 않고 안전하게 세탁된다. 특히 옷을 많이 넣을 땐 울 종류가 Felting 현상이 일어나 줄 확률이 높다. 따라서 50파운드 워셔보다는 약간 더 투자하고 80파운드, 아니면 그 이상으로 구입하기를 권장한다.

    둘째는 워셔에 물을 많이 넣을 수 있는지를 보라는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물을 많이 넣고 세탁하는 것만이 안전하고 좋은 품질을 얻을 수 있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물을 많이 넣는다는 것은 옷과 옷 사이에 물이 완충 역할을 해주어 서로 마찰하지 않고 세탁될 수 있다. 이는 색의 마모, 광택이 죽는 현상, 이염, 옷이 주는 현상 등 고질적인 사고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많은 분이 한국산 세탁기로 보조로 하는 웨트클리닝을 시도하는 것을 보아왔다. 그러나 국산 세탁기는 우수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지만, 물이 너무 적게 들어간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어 상업적인 웨트클리닝으로 쓰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차라리 값이 싼 미제 세탁기는 많은 물을 사용할 수 있어 웨트클리닝을 하기에 무난하다고 본다.

    웨트클리닝을 시작함에 있어 전용 세탁기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위에 설명한 요건만 갖추고 델리케이트 사이클만 있다면 어떠한 세탁기로도 손색없는 웨트클리닝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1. 당김식 장비 (Tensioning Unit)
    물론 당김식 장비가 있다면 다림질이 편해져서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데엔 이의가 없다. 그래서 요즘엔 웨트클리닝 뿐만 아니라 드라이클리닝에도 당김식 장비가 많이 도입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만약 웨트클리닝에 당김식 장비가 꼭 필요한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케미컬, 특히 컨디셔너를 제대로 쓰고 건조를 정석대로 한다면 다리는 데에 아무 불편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팬츠 탑퍼나 수지로도 손색없이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케미컬

그동안 누누이 강조해 왔듯이 웨트클리닝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은 케미컬이다. 좋은 케미컬은 웨트클리닝의 품질을 크게 좌우하고 이염과 색바램 등 각종 사고를 근본적으로 없애주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분이 과거 물빨래 경험을 바탕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론드리 케미컬로 웨트클리닝을 시도하는 경우를 보아왔다. 그러나 거기엔 많은 제약이 있다. 론드리 케미컬로는 색이 진한 실크, 캐시미어, 울 양복, 가죽, 모피류 등을 좋은 품질로 처리해내지는 못할 것이다. 이는 웨트클리닝 케미컬과 론드리 케미컬은 근본적으로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는 좋은 웨트클리닝 케미컬들이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다. 필자의 경험으론 아무리 좋은 케미컬을 쓴다 해도 케미컬의 추가 비용은 매출 대비 약 0.5% 안팎이다. 그러나 그 작은 지출이 주는 이득은 0.5%를 훨씬 넘어 그 세탁소의 작업을 편하게 할 뿐 아니라 품질을 높여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웨트클리닝 케미컬은 비누, 컨디셔너, 그리고 스팟팅 케미컬로 이루어진다. 좋은 케미컬은 색상과 조직에 안전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웨트클리닝에는 반드시 웨트클리닝 케미컬을 사용함을 원칙으로 해야 할 것이다.

 

세탁 방법을 익힌다

장비와 케미컬이 갖춰졌다면 그다음은 웨트클리닝 세탁 방법을 익히는 일일 테다. 웨트클리닝은 물빨래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처리되어야 하므로 20년, 30년 세탁 경험이라 할지라도 웨트클리닝엔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서 웨트클리닝을 시도하려 한다면 과거 물빨래 경험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웨트클리닝이 어렵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웨트클리닝을 정석으로 배워서 실행한다면 그처럼 쉬운 세탁은 없을 것이다.

짧은 지면상에 웨트클리닝 방법을 다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우선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말한다면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물을 많이 사용하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옷을 적게 넣거나 물을 많이 넣어서 옷이 뭉쳐서 서로 비벼대지 않도록 설렁설렁 빤다면 사고의 90%는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위에서 장비를 선택할 때 드럼이 큰 것과 물을 많이 넣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하라고 강조했던 것이다.

필자는 지난 2년여 동안 ‘월간 세탁인’에 매달 웨트클리닝의 기술적인 문제들을 기초부터 다루어 왔다. 현재로선 웨트클리닝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아닌가 싶다. ‘월간 세탁인’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면 필자의 칼럼을 처음부터 읽어보기를 바란다. 이는 웨트클리닝을 시도하는 분들에게 매우 유익한 정보가 될 것이다. 혹시 ‘월간 세탁인’을 버리고 없다면 웹사이트(www.cleanersmonthly.com)에서 구독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웨트클리닝 교본’ 만들고 있다. 언제가 될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내년 중에는 완성되어 웨트클리닝을 하는 분들에게 배부될 수 있을 것이다.

Picture of 김양수

김양수

필자는 아쿠아매스터 웨트클리닝 케미컬 개발자이며, 100% 웨트클리닝 스토어인 그린 라이프 클리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201) 699-7227 또는 yangkim50@gmail.com로 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