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페이 리 씨 AMD와 82억 달러 인수 합의 끌어내
[calcalistech.com – 2026.10.02] 금요일이면 다른 프린스턴대 학생들이 주말을 보내러 떠나는 동안, 페이페이 리는 가족이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일하기 위해 뉴저지로 향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세탁소에서 일했다”며 “내가 영어를 할 줄 알았기 때문에 가게 운영을 맡았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생활은 대학원 진학 초기까지 포함해 7년 동안 이어졌다.
이번 주, 리가 공동 설립한 AI 기업 월드랩스(World Labs)가 약 82억 달러 규모의 주식 거래를 통해 AMD에 인수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발표됐다. 거래가 완료되면 리는 AMD의 수석부사장 겸 수석과학자로 합류해 리사 수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보고하게 된다.

리의 여정은 중국 청두에서 시작됐다. 그는 과학 서적과 공상과학 소설, 유럽 문학을 읽으며 자랐다. 그러나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모범생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1992년, 15세였던 리는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아버지는 그보다 3년 먼저 미국으로 건너간 상태였다. 가족은 뉴저지의 한 교외 지역에 정착했지만, 당시 리는 영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그는 2017년 인터뷰에서 “그곳이 무척 텅 빈 듯한 느낌이었다는 것이 기억난다. 수도꼭지에서 따뜻한 물이 나오는 것이 꽤 놀라웠다”고 말했다.
리는 사전과 학교 교과서를 이용해 영어를 배웠다.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중국 음식점에서도 일했다.
그가 자신의 길을 찾도록 도운 사람 중 한 명은 수학 교사 밥 사벨라였다. 학교에 리에게 필요한 심화 과정이 개설돼 있지 않자, 사벨라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일대일로 가르쳤다.
두 사람의 인연은 고등학교 졸업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벨라는 리의 대학 시절에도 계속 도움을 줬으며, 결혼식에도 참석했다. 리는 한 인터뷰에서 사벨라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의 가족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분들은 제게 미국의 가족과도 같다”고 그는 말했다.
프린스턴대에서 장학금을 받게 됐을 때, 리는 그 사실을 좀처럼 믿을 수 없었다. 학교 상담교사 두 명에게 합격통지서가 진짜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였다.
리는 프린스턴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1999년 졸업했다. 이후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일명 칼텍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 중에는 맥킨지로부터 높은 보수를 제시하는 입사 제안을 받고 전혀 다른 진로를 고민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경제적 형편과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과학 연구를 계속하기로 한 결정은 결코 당연한 선택이 아니었다.
그는 훗날 “비유하자면 어둠 속을 걸으며 내가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인지 자문했던 순간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의 표현대로 “젊은 페이페이는 마음속으로는 과학자였다.”
2007년, 프린스턴대의 젊은 교수였던 리는 훗날 이미지넷(ImageNet)이 될 구상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미지넷은 수백만 장의 이미지 각각에 그 내용을 설명하는 표지를 붙인 방대한 이미지 모음이다.
목표는 컴퓨터가 이미지에 무엇이 나타나 있는지 인식하도록 가르쳐, 컴퓨터 비전으로 알려진 분야를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리의 구상은 처음부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많은 연구자가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 개선에 집중하는 동안, 그는 수년에 걸쳐 수백만 장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분류 표지를 붙이자고 제안했다.
당시 데이터셋 구축은 높은 평가를 받는 연구로 여겨지지 않았다. 일부 연구자는 그렇게 방대한 자료 저장소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유용할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2023년 인터뷰에서 왜 포기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은 리는 부모가 보여준 본보기를 들었다.
“망상이었을까? 어쩌면 부모님을 미국으로 이끈, 헤아리기 어려운 믿음과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부모님은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했고, 두 분이 가진 돈을 합쳐도 20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학력도 없었고, 이곳에서 도움을 받을 인적 기반도 없었다. 그런데 애초에 왜 이곳에 왔을까? 어릴 때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 열정이 내가 물려받은 유산이자, 나만의 북극성을 찾도록 도와준 힘인지도 모른다.”
전환점은 2012년에 찾아왔다.
토론토대 연구팀이 비교적 새로운 접근법인 심층 신경망을 활용해 이미지넷 경진대회에서 큰 격차로 우승했다. 심층 신경망은 수백만 개의 사례를 통해 이미지 인식 방법을 학습하는 시스템이다.
이 우승은 방대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정리된 데이터셋이 이미지 인식 기술의 발전을 얼마나 가속할 수 있는지 보여줬으며, 이미지넷이 현대 인공지능 발전의 이정표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돌파구에 대한 리의 기여는 AI 분야에서 그의 입지를 굳혔고, 결국 ‘AI의 대모’라는 별칭으로 이어졌다. 다만 리 자신은 이 호칭을 다소 조심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는 2023년 CBS에 “나는 결코 나 자신을 그렇게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리의 활동 영역은 이미지 인식을 훨씬 넘어 확장됐다. 스탠퍼드 인공지능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구글 클라우드에서 AI 및 머신러닝 담당 부사장 겸 수석과학자로 일했으며, 스탠퍼드 인간중심 인공지능연구소를 공동 설립했다.
또한 AI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참여 기회가 적었던 배경의 청소년들에게 AI 교육 기회를 넓혀주는 단체인 AI4ALL의 설립에도 참여했다.
2024년에는 월드랩스를 공동 설립했다. 이 회사는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을 바탕으로 3차원 환경을 생성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한다.
첫 제품인 마블(Marble)은 사용자가 내부를 이동하며 탐색할 수 있는 가상 세계를 만들도록 해준다. 이달 공개된 아틀라스(Atlas) 모델은 여러 기능 중 하나로, 카메라 각도가 달라졌을 때 장면이 어떻게 보일지 예측하도록 설계됐다.
AMD와의 관계는 이번 주 인수 발표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AMD는 이미 월드랩스의 투자 유치에 참여했으며, 두 회사는 월드랩스의 모델을 AMD 그래픽 프로세서에 최적화하는 작업에서도 협력해 왔다.
리는 AI 개발을 모델이 실행되는 하드웨어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에서 AMD와의 관계를 설명했다.
“하드웨어에 대한 집중적인 노력이 없으면 AI의 효율성과 확장성에는 한계가 생긴다. 또한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에 비춰 보면, AI는 여전히 디지털 영역에 갇혀 있게 된다.”
그의 경력은 이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하나의 원을 그리며 이어지고 있다.
컴퓨터가 이미지 속 사물을 인식하도록 가르치는 데 기여했던 연구자가 이제 AMD에 합류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 바로 3차원 환경과 물리적 세계에서 사물이 어떻게 움직이고 작용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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