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으로 받은 시간을!

우리는 덤으로 받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런데 환갑 이후의 삶은 덤이다고 한다. 어느새 덤으로 사는 시간에 접어들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젊을 땐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사실은 그렇게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것들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골똘한 생각의 끝에 따라 올라오는 것은 그렇게 살지 말아야 했는데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다.

젊은 날에 삶의 목표는 대부분 성공이었을 것이다. 성공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직장을 다니고 승진을 위해 열심히 한다. 또는 푼푼이 모은 돈으로 작은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밤낮으로 땀 흘려 일한 대가로 비즈니스를 확장한다. 좋은 차도 사고 큰 집도 사고 명품 액세서리로 치장하여 자신들이 이루어 낸 부를 나타내기 원한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서 덤으로 사는 나이가 되어 지난날을 돌아보면 그런 것들은 그다지 중요한 것들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돌이켜 볼 때 그 시간 동안 내 마음은 즐거웠고 평화로웠는가 하는 질문을 맞이하게 된다. 잘살아 보기 위해 무척이나 버둥거렸다는 기억이 떠오를 때 왠지 서글픈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는 것 같다.

요즘 주변 지인들의 연배는 60 중반 이후다. 그런데 그분들의 이전의 삶과 지금의 삶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자신들에게 남은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몇 개월 동안 60대와 70대 지인들의 갑작스러운 부고로 장례식을 다녀온 일들이 자주 있었다. 그리고 간암, 백혈병, 위암으로 투병 중이신 분들도 계시다. 모두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상황이 갑자기 우리 앞에 참담하고 황당한 모습으로 서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들을 경험하면서 지혜로운 사람은 남아 있을 시간 동안 평안한 삶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제거하고 부담이 되는 것들은 내려놓기로 결단하고 모든 시간을 감사로 채워 놓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살아왔다. ‘이번 일을 끝내면 좀 더 여유가 생길 것이고 돈을 더 모으면 더 행복해질 거라며 현재의 시간을 희생한다. 그런데 황혼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진짜 행복은 아주 사소한 순간들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침에 건강한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는 것, 내 손으로 아침 식사를 준비해서 먹을 수 있는 것 그리고 노쇠함으로 조금은 느린 걸음이지만 일터로 나갈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이 감사의 제목들이다. 젊었을 때는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이제는 모든 것들이 감사거리이며 축복이 되었다.

나중에 할 거라는 말은 더는 보장이 되지 않는다. 젊었을 때는 나중이라는 시간은 항상 예정되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이제 더는 보장 되는 시간이 아닌 것을 깨닫게 된다. 하고 싶었던 여행, 배우고 싶었던 취미,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봉사하는 일, 신앙생활을 잘하고 전도하는 일 등등, 우리 생각 속에 많이 있지만 계속 미루어진 일들이라면 어쩌면 한순간에 그 모든 계획을 시도해볼 기회조차 놓쳐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냐면 우리의 시간은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꽤 늦은 저녁 시간에 마트에 갔다. 카운터엔 많은 사람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60대쯤 되신 듯한 여자분이 캐시어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몹시 화가 난 듯한 얼굴로 손님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스캔한 물건을 봉지에 대충 넣어주고 기계음 같은 목소리로 금액을 알려 주었다. 손님이 그 자리를 채 떠나기도 전에 짜증스럽게 “Next”라고 외쳤다. 줄을 서 있던 사람 중에는 젊은 연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매우 즐거운 듯 소곤거리다가 깔깔 웃는 것을 반복했다. 그들 차례가 되었다. 그들 중 여자가 캐시어의 기분을 좋게 해 주려는 듯 다정하게 “하이”라고 인사했지만 캐시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자기 여자 친구가 무안하게 느끼는 것 같자 함께 있던 남자가 활짝 웃으며 더 크게 “하이”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대꾸가 없었다. 그들의 얼굴에 불쾌감이 번졌다. 줄 지어 있던 사람들도 캐시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얼굴을 삐죽이거나 어깨를 으쓱거렸다. 계속 불쾌한 느낌을 참을 수 없는지 계산이 끝나자 남자가 물건을 들고 가면서 기분이 잡친 듯 “스투핏(Stupid)”이라고 소리치며 휙 가버렸다. 캐시어도 지지 않고 욕을 했다. 갑자기 카운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같은 줄에 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손님들의 얼굴엔 불쾌감이 더해졌다. 캐시어는 물건에게 화풀이를 하듯 쇼핑백에 물건을 마구 쑤셔 넣었다.

그런데 그 옆에 있는 카운터는 완전히 달랐다. 그분도 비슷한 연배의 남자였는데 손님이 오면 인사말부터 달랐다. “이 늦은 시간에 쇼핑을 온 거 보니까 낮에 아주 바빴군요, 바쁜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에요”라고 인사를 했다. 그러면 손님은 “맞아요, 오늘은 고단한 하루였지만 일 할 수 있으니 감사한 거죠”라고 대답했다. 캐시어는 물건을 스캔하고 비닐 백에 넣으면서 “이것은 깨질 수 있어서 따로 포장했으니 조심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들은 서로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처럼 계속 이런저런 말들을 주고받았다. 계산이 끝나자 그들은 헤어지기가 섭섭한 듯 웃으며 “굿나잇”하며 서로를 전송했다.

아프리카 부족에 관해 연구하는 인류학자가 한 부족에 함께 사는 어린이들을 모아 놓고 게임을 시작했다. 먼저 싱싱하고 달콤한 딸기를 아이들에게 한 개씩 주었다. 태어나서 처음 그렇게 맛있는 딸기를 먹어본 아이들은 매우 행복해졌다. 그는 딸기 바구니를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나무 아래에 가져다 놓고 누구든지 딸기 바구니까지 먼저 도착한 아이는 딸기를 모두 다 혼자 먹어도 좋다고 말했다. 당연히 아이들이 서로 앞다투어 딸기 바구니를 향해 뛰어갈 것을 예상했던 학자는 그들의 반응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은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손에 손을 잡은 채 일렬횡대로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곧 딸기 바구니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모두 바구니 앞에 둘러앉아서 딸기를 한두 개씩 나누어 먹으며 즐거워했다.

그 학자가 아이들에게 누구든지 제일 먼저 도착하면 바구니의 딸기를 모두 다 가질 수 있는데 왜 손을 잡고 함께 달렸느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이번에도 약속이나 한 듯이 ‘우분투(UBUNTU)’라고 합창으로 말했다. 그리고 한 아이가 이렇게 설명했다. “한 사람이 딸기를 다 먹으면 나머지 아이들은 모두 슬픈데 어떻게 나만 즐거울 수가 있어요? 함께 좋아야 행복한 것이지요”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로 ‘우분투’는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연설에 자주 강조해서 널리 퍼진 아름다운 말이 바로 ‘우분투’다.

사람의 감정은 상대방의 말을 통해 쉽게 변화된다. 며칠 전 어느 독자님으로부터 ‘행복 바이러스 전송’이라고 쓰인 그림을 받은 적이 있다. 그 그림에는 예쁜 아가씨가 손에 무엇인가를 날려 보내는 듯한 만화가 그려져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기분이 좋아졌다. 일반적으로 ‘감염, 또는 전염’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다른 의미도 있다. 다른 사람의 습관, 분위기, 기분 따위에 영향을 받아 물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한 사람이 지루한 듯이 하품을 하면 다른 사람들도 전염된 듯 줄줄이 따라서 하품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 한사람이 즐거워하며 손뼉을 치기 시작하면 큰 박수 소리로 퍼져 나가는 경험을 한다. 이처럼 감정 전염은 매우 흥미롭다. 요즘 미디어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가 ‘행복 바이러스’다

실제로 감정이 전염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 연구팀이 18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만족, 불만족, 중립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감정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추적했다. 연구 결과 행복을 느끼는 감정은 감기처럼 전염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불만족한 감정 상태에 있는 사람이 행복한 감정의 사람과 접촉했을 때 행복한 감정으로 전염되는 확률이 대폭 증가했다. 이 연구는 ‘The Proceeding of the Royal Society B’를 통해 소개되었다.

어떻게 하면 매 순간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을까? 사실 사람의 힘으로는 쉽지 않다. 잠깐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는 있지만 매 순간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 그것은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성경 말씀에는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이 많이 있다. 왜냐면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다. 몸이 아픈 사람이 받은 안부 전화는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정성으로 끓여 가져온 따끈한 국 한 대접은 다시 기운을 추스를 힘을 준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고 가정한다면, 오늘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이 기쁨이고, 감사가 될 것이다. 그 마음에는 미움이 들어설 자리가 없으며, 무엇이라도 나누어 주고 싶은 배려의 마음으로 채워질 것이다. 그런데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도 수월한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마음엔 항상 나만을 위한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하는 욕심이 크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해주실 수 있는 분, 바로 하나님을 의지하고 그분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맡겨 드려야 한다.

찰스 스펄전은 함부로 말을 하는 사람들 속에 있는 것보다 이리떼 속에 머무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엄청난 비유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말을 해야 한다. 짧지만 이런 한마디 말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잘했어, 기도해줄게, 넌 항상 믿음직해, 넌 잘 될 거야, 네가 곁에 있어서 참 좋아, 어려울 땐 말해, 언제나 도울게, 속상해 하지 마, 내가 잘 알잖아, 네 맘 다 이해해, 우리 함께 하나님께 기도드리자”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말들이다. 어느새 올해 달력도 3분의 1을 넘기고 있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그래서 우리의 하루가 더욱 소중하다. 야고보서 3장 18절 “화평케 하는 자들은 화평으로 심어 의의 열매를 거두느니라”라는 성경 말씀을 상고 하면서 덤으로 받은 시간 동안 서로 사랑하며 나누는 삶, 함께 해야 더욱 행복하다는 진리를 깨닫고 그것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4월이 되면 좋겠다.

월간 세탁인 독자 여러분을 참~~ 많이 사랑합니다. 오늘도 하하하!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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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남

필자는 다이아몬드 컴퓨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문의는 (224) 805-0898로 하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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