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문득 내일 아침에 쓰레기통을 내 놓는 날인 것이 생각났다. 잠시 드라마를 중지 해놓고 차고 안에 있는 쓰레기통을 밖으로 내어 놓았다. 아내는 남편이 다시 들어올 때까지 누워서 맨손 운동을 하고 있었다. 문득 밖을 내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밖에는 쓰레기통이 보였지만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했다. 집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어디로 갔는지 이상했다. 다시 한번 쓰레기통 주변을 살펴 보니 쓰레기 통 뒤로 슬리퍼를 신은 남편의 두 발만 보였다. 불안한 마음에 뛰어 나갔을 때 남편은 이미 의식이 없었다. 누구 없냐고, 도와 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에 놀란 이웃들이 나왔다. 다행히도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아는 이웃이 있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가슴을 압박했고 또 다른 이웃은 911을 불렀다. 그는 응급실로 옮겨졌고 심장 대동맥 90 %가 막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장마비였다. 갈비뼈를 자르고 오랜 시간에 걸쳐 심장 개복수술이 진행되었다. 그동안 그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두 마리 세퍼트를 자기 앞에 데리고 와서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을 보았다. 두려운 마음에 소리쳐 보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파란 하늘이 보였고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의 밝은 빛이 보였다. 그리고 깨어났다. 이것은 얼마 전 내가 잘 아는 분에게 생겼던 일이다.
또 2024 새해가 밝았다. 새해 인사를 하면서 신년 계획을 잘 세웠느냐고 물어보면 예상 밖의 대답을 듣는 때가 많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제 와서 또는 이 나이에 무슨 꿈과 비젼 이냐고 반문하기 때문이다. 그날이 그날이라고 맥 빠진 대답을 하기도 한다. 그저 몸이나 안 아프고, 꾸러 다니지 않고, 자식들에게 짐이나 되지 않으면 더 바랄 것 없다고, 매우 조촐한 소망 이지만 이것 역시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바램일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꿈꾸는 일과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일을 자꾸 미루면 안 된다. 당장 시작해야 한다. 시간 열차는 정말 빠르다. 우린 이미 2024년도 새해 열차를 올라탔다. 청년기의 시간은 느리게 지났던 기억이지만 노년의 시간은 더 빠르다. 그래서 한 순간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될 것이다. 몸의 쇠락과 비례해서 나날이 게을러지는 자신에게 새로운 꿈과 비젼을 심어주는 노력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는 믿음(Belief)이다. 사람들은 약한 존재다. 그래서 동서고금, 세대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능력을 지닌 절대자를 의지한다. 위태한 일을 당할 때 ‘아이고, 하나님 (Oh, My God! )’이라고 부르짖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경이롭게도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감과 성취도가 매우 높다는 통계자료가 많다. 그 이유는 믿음은 기쁨을 주고 마음을 평안하게 해줄 뿐 아니라 절대자를 의지함을 통해 자신감을 고취시켜주기 때문이다. 마치 아버지의 손을 잡은 어린 아이가 두려움 없이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는 담대함을 갖게 되는 것과 동일하다.
둘째는 네트워킹(networking)이다. 나이가 들수록 해보지 않은 것을 혼자 시작하기에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하나 보다는 둘이 낫고, 둘 보다는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밖으로 나가서 공감대가 같은 사람들과의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시작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취미, 신앙, 봉사는 매우 다양한 분야가 있다. 혼자 하는 것을 즐기는 성격이라면 이제부터는 여럿이 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을 시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셋째는 참여(attending)이다. 요즘은 무엇이든 모방이나 섞는 것이 많다. 한국 전통 악기인 해금이 만나면 애절함이 더욱 깊어지는 것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질이 있다. 참여는 숨겨진 자신의 능력 개발에 불을 붙여주는 부싯돌 같은 역할을 한다.
넷째는 구성(Organizing)이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이론이다. 구슬 그 자체로는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면 예쁘고 귀한 보물이 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질을 바탕으로 작업이 구성되면 그것은 작품이란 이름으로 새로 태어난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과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교감은 즐거운 일이며 서로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아름다운 관계가 싹트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너무 평범할 뿐 아니라 잘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미리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재 무엇인가 이뤄낸 다른 사람들도 과거엔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다.
다섯째는 실행(Acting) 이다. 자신은 외우는 것은 절대로 못한다고 했던 한 친구는 3년 전부터 하루에 성경 말씀 한절씩 암송을 시작했는데 이제 거의 400 절을 통암송하고 있다. 그녀는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말씀이 자신의 삶을 이끄는 축복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TV 프로에 53세부터 틈틈이 동양화를 그려온 분식집 할머님이 소개 되었다. 80이 넘은 지금까지도 수 만 여점의 동양화를 그리고 계시다. 그들의 오늘은 실행의 보답이다.
잠깐 ‘솔개의 삶’을 소개하려 한다. 솔개는 부리가 기역자로 날카롭게 구부러져 있고 발톱도 칼날처럼 매섭다. 시력이 얼마나 좋은지 8Km 떨어진 곳에 있는 먹이 감을 볼 수 있다. 솔개의 눈은 인간이 가진 시력의 20배나 좋다. 날개를 활짝 펴고 부드럽게 날아가다가 목표물이 나타나면 시속 200 마일 속도로 급강하해서 먹이를 날렵하게 챈다. 그런데 이 솔개가 40년 정도를 살면 날개도 터부룩하게 무거워지고 부리도 둔해지고 발톱도 뭉툭해지면 생존의 위기를 맞이한다. 이때 솔개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첫째는 사냥을 못해서 굶어 죽는 길이고, 둘째는 사냥을 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즉, 사냥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흥미롭게도 대부분의 솔개들은 굶어 죽지 않고 새로운 변신을 통해 새로운 삶을 추구한다. 마치 수도승이 고행의 길을 가듯이 높은 산의 정상에 올라가 부리로 바위를 쪼아서 자신의 부리를 전부 깨뜨려버린다. 그 끔찍한 일은 매우 아프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솔개는 자신의 부리를 매섭게 깨는 일을 쉬지 않는다. 깨지고 부서진 부리가 몽땅 빠져버리면 신기하게도 새싹이 돋아나오듯 새로운 부리가 자라기 시작한다. 예리하고 튼튼한 부리가 나오면 그 다음 작업이 시작된다. 그것은 그 새부리로 자신의 발톱을 하나씩 뽑아내는 일이다. 피가 나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견디며 솔개는 그 발톱을 남김없이 모두 부리로 쪼아서 뽑아낸다. 그러면 또다시 날카롭고 건강한 발톱이 나온다. 마지막 작업은 부리로 깃털을 한 개씩 뽑아내는 일이다. 발톱을 뽑는 일에 비하면 깃털을 제거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깃털이 뽑혀진 자리에서는 새로운 깃털이 다시 돋아난다. 그렇게 약 6개월이 지나면 그 솔개는 노인이 아니라 세련되고 멋진 청년 솔개로 다시 태어난다. 새롭게 변신한 그 솔개는 그 이후로 약 30년을 더 살게 된다. 솔개의 후반전 삶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100세 인생이 회자되는 이 때에 우리의 후반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한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신 그 분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심장마비를 당하기 전의 삶은 그날이 그날이었다. 때때로 즐겁기도 하고 종종 감사하기도 했지만 일상은 무료했다. 하지만 다시 살아 난 후에 그가 보는 세상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햇빛도 더욱 찬란했고 눈에 보이는 모든 자연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들의 힘이 아니라 바로 실제로 살아 계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 분은 심장마비를 통해 새롭게 태어났으며 이제부터는 하나님을 온전히 믿고 하나님을 더욱 알아가는 일에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고백하셨다. 그분은 이제 새 사람이 되었다.
생각하고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그날이 그날이라며 되는 대로 살기엔 우리 삶의 날 수는 턱 없이 짧을 수도 있다. 보람 있고, 행복하고, 평안하고 기쁨에 찬 삶을 누리기를 원한다면, 더 늦기 전에 인생 후반전을 향한 새로운 꿈과 비젼을 재정립하고 실천해야 할 바로 그때다. 이사야 40장 31절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성경 말씀을 상고하면서 인생 후반전을 새로운 젊은이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재정비하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더욱 세워가기를 갈망하는 2024년 새해가 되길 바란다.
월간 세탁인 여러분을 참~~많이 사랑합니다. 오늘도 하하하! 많이 웃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캐롤 남
필자는 다이아몬드 컴퓨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문의는 (224) 805-0898로 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