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시리아와 튀르키예에서 7.8의 엄청난 강진이 발생했다. 도로는 처참하게 찢어지고 건물들은 한순간에 무너져 쓰레기 더미로 변했다. 이미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수만 명이고 10만 명도 더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가상의 상황이 현실로 우리 앞에 펼쳐졌다. 그 어떤 재난 영화도 이번 재난보다 잔혹하진 않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랑하는 가족들이 흙더미에 갇혀 버려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건물 사이에 끼여 이미 세상을 떠난 딸의 손을 붙잡고 망연자실한 아빠, 딸의 시신을 앞에 두고 오열하는 엄마, 쓰레기장이 되어 버린 도로에 즐비하게 나열된 주검들을 보며 그 어떤 말로도 참담함과 슬픔을 표현할 수가 없다. 조금 전까지 따뜻한 이불 속에서 행복한 꿈을 꾸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생지옥으로 떨어진 것이다. 구출된 사람들도 있지만, 건물 잔해에 깔린 고통을 당하며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간절히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을 것이다. 피해지역에는 전기도 끊기고 도로도 망가져 식량과 후원 물자 공급을 받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추운 겨울 날씨를 견디기가 너무도 힘든 상황이다. 그곳 사람들은 한순간에 이런 참혹한 일이 생기리라고 감히 상상이나 해보았을까?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다섯 명의 제자가 있었다. 어느 날 제자들이 그에게 “어떤 사람이 인생의 승리자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다.” 그러자 한 제자가 다시 “자기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타고르는 다섯 명의 제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주시했다. 그는 잠시 침묵한 뒤 제자들에게 한 가지씩 질문했다. “첫째, 오늘 어떻게 지냈는가? 둘째, 오늘 어디에 갔었는가? 셋째, 오늘 어떤 사람을 만났는가? 넷째, 오늘 무엇을 하였는가? 다섯째, 오늘 무엇을 잊어버렸는가?” 그런 후 타고르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신에게 매일 이 다섯 가지를 질문하라. 이것이 자기를 이기게 하고 인생을 살리게 하는 질문이다.”
톨스토이의 단편집 「세 가지 질문」이라는 책 속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의 주인공 니콜라이라는 소년은 어떤 행동이 올바른 것인지 궁금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니콜라이는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알 수만 있다면, 언제나 올바른 행동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첫째,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일까? 둘째,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셋째,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이 세 가지 질문을 놓고 해답을 찾기 위해 애를 쓰던 중, 니콜라이는 나이가 많은 레오 할아버지를 찾아가 드디어 그 해답을 얻게 되었다. “할아버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와 가장 중요한 사람과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거야. 니콜라이야, 바로 이 세 가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란다.”
시리아와 튀르키예의 지진 재난의 여파는 지금 지구촌 사람들을 너무도 두렵게 하고 있다. 일본 동경도 수년 내에 대지진이 올 것이고, 한국의 남동 해안도 지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다. 일단 강진이 발생하면 그곳이 예전과 같이 복구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십 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비보들을 접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피해를 당한 그곳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았을 것이다. 시리아 주민들도 크고 작은 지진이 늘 있어 왔지만 그런대로 피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지진에 대해 방심했다고 한다. 설사 미리 대비를 했더라도 원자폭탄 3만 개의 파괴력을 가진 지진을 상대하기엔 그 어떤 대책도 무용지물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이번 시리아 지진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우리의 삶은 우리의 계획이나 우리가 원하는 바대로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득 만약 그들이 이렇게도 일찍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그렇게도 열심히 살았던 세상과 이별하게 될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하루하루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하기 위한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타인들에게 찾아오는 예상 밖의 일들이 자신에게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잠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문득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건강한 것, 비즈니스가 잘 되어 돈을 많이 버는 것, 자녀가 잘되는 것 등등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많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것들은 엄청난 노력 없이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이 모든 것을 선물로 받는다면? 아마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최고로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항상 이 많은 선물을 받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현재(Present)라는 단어와 선물(Present) 이란 단어가 같다. 즉, 현재는 그 모든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두 원하는 그렇게 좋은 선물,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의 책을 쓰는 집필자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 편의 책을 쓴다. 이것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제목으로 쓰여진다. 한 권은 과거라는 이름을 가진 책으로 말 그대로 지나온 과거가 배경이다. 지난날에 이룬 것이 많다면 자랑스러울 일이지만, 반대로 후회로 점철되었다 하더라도 돌이킬 방법이 없다. 그것은 이미 인쇄를 해 버렸으므로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능하다. 그 책은 이미 책장에 꽂혀 있다. 다만, 그대로 놔두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거울삼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두 번째 책은 ‘현재’라는 제목의 책이다. 이 책에는 현재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며 살아가는지 낱낱이 기록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것은 아직 출판하기 전이므로 언제든지 내 마음에 맞게 고칠 수도 있고 지울 수도 있는 큰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가장 중점을 두고 심사숙고하며 집필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책은 ‘미래’라는 이름의 책이다. 이 책이 어떻게 쓰여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재라는 점들이 연결된 선이 미래라는 이름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 책이 가장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 그건 바로 현재다.
현재(Present)라는 시간은 내일 좋은 선물(Present)이 되어줄 바탕이 되는 것임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미래에 대해 얼마나 많은 걱정을 하며 불안해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은지…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골칫거리에 대해 미리 지불되는 관심, 미처 끓기도 전에 넘쳐버리는 요리’ 이것이 걱정에 대한 재미있는 묘사이다. 모두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막상 현실의 난관에 봉착하면 이론일 수밖엔 없다. 마음속엔 온통 여러 가지 걱정뿐인데 어떻게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냐고 반문하는 것도 당연하다.
코로나 이후 세상은 너무 어려워졌다. 물가는 거의 두 배쯤 오른 것 같다.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고달픈 현실은 어느 특정한 한 두 사람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뜻과 관계없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이 소용돌이에서 헤쳐 나올 방법은 우리 스스로가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항해사가 내일 도착할 목적지 항구를 향해 키를 맞추고 항해를 하듯, 우리 마음의 키를 잘 맞추고 때로는 성난 파도에, 때로는 순풍에 배를 맡기듯 기다림의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심리학 투데이>라는 잡지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걱정거리를 일단 종이에 적어보라고 한다. 그렇게 글로 써 나가다 보면 객관적인 관점을 가지게 되어 때때로 근심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좋은 선물(Present)을 원한다면 걱정하고 근심하는 대신 그 시간에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잠깐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은 참 많다. 종일 일을 하고 돌아와서 고단한 몸으로 가족들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아내를 도와준다거나, 대화가 단절되고 있는 자녀들에게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자주 안아주는 일, 몸이 아픈 이웃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일, 이제나저제나 혹시라도 자식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부모님을 찾아 뵙는 일, 자주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 등등…그 잠깐의 배려가 힘든 사람에겐 감동을 주어 세상을 살아갈 기운을 얻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동은 또다시 자신에게 새로운 기운으로 되돌아온다. 그것은 자신 스스로를 믿고 존중하며 대담하게 시도할 수 있는 힘, 자신으로 하여금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바탕을 갖게 해주는 원천이 되어 어려운 때를 잘 견딜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일은 현재의 삶에 매일 매일 감사하면서 각자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런 노력이 우리의 힘으로 되지 않는 때가 많다. 하지만 하나님을 의지하고 삶의 지혜를 구할 때 매일의 삶은 기쁨과 평안으로 채워질 수 있다. 오랜만에 봄볕이 따사롭다. 그저께까지도 곳곳에 눈이 쌓여 있었는데 지난 이틀 동안에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고 비바람이 불더니 눈 밑에 있던 푸른 잔디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하룻밤 사이에 겨울을 떠나 봄이 온 것 같다. 지진으로 처참한 슬픔을 당한 시리아와 튀르키예 국민이 속히 슬픔을 딛고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사랑을 전하는 일에 우리 모두 동참하면 좋겠다. 잠언 19장 17절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어 드리는 것이니 그의 선행을 그에게 갚아주시리라”라는 성경 말씀을 기억하고 오늘 우리가 사는 Present(현재)를 은혜의 Present(선물)로 받는 축복된 3월이 되면 좋겠다. 월간 세탁인 독자여러분을 참~ 많이 사랑합니다. 오늘도 하하하! 아주 많이 웃으세요!
캐롤 남
필자는 다이아몬드 컴퓨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문의는 (224) 805-0898로 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