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에 걸쳐 기술적인 문제들을 다루기 전 꼭 알아야 할 웨트클리닝의 개요를 설명했다. 이번 호부터는 본격적인 기술적인 문제를 다루려 한다. 그중 제일 먼저 이해해야 할 부분은 웨트클리닝에 쓰는 케미컬이라고 본다.
사고문의
그동안 필자는 많은 분으로부터 사고처리에 관해 문의를 받아왔다. 그분들은 필자를 무슨 스팟팅 전문가로 알고 문의를 해오고 있지만 사실 필자는 스팟팅 전문가가 아니다. 다만 웨트클리닝 케미컬을 보급하는 처지에서 케미컬의 올바른 사용방법을 알 뿐이다. 그동안 많은 기술적인 질문을 받아왔는데 대개는 각종 사고의 후처리 방법을 알려달라는 다급한 문의가 주를 이루었다. 본인이 취급하는 Aqua Master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라면 자신 있게 조언을 해 주고 성공 확률도 높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케미컬을 사용해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라면 필자로서도 조언에 한계가 있다. 심지어 드라이클리닝을 잘못해서 사고가 발생했는데 복원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문의를 해 올 땐 난감하기 이를 때 없다. 그런데도 오죽 답답했으면 나에게까지 문의했을까 하는 심정으로 아는 범위 내에서 질문에 응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효과는 미지수다.
필자는 본인이 취급하는 Aqua Master 제품의 고객들에겐 Technical Support 차원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의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사고 치기 전에 세탁방법을 물어보라고 늘 권고해오고 있다. 실제로 많은 분이 특별한 아이템을 처리하기 전 자문을 구하고 있다. 가죽, 스웨이드, 모피류, 울 양복, 색에 민감한 실크 등을 세탁하기 전에 케미컬 사용방법과 세탁요령을 물어올 때면 나는 경험을 토대로 성실하게 질문에 답변해오고 있다. 그리고 문의한 분들이 그러한 제품들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는 소식을 전해올 땐 고마움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일단 사고가 발생한 후엔 그 복원 과정도 어렵지만, 복원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간단한 전화나 이메일, 카톡 등으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면 그것처럼 값싼 보험은 없을 것이다.
사고의 주된 원인은 케미컬의 이해 부족에서 온다.
필자가 그동안 상담해왔던 사고의 주원인은 케미컬을 잘못 사용한 데에 있었다. 전체적인 탈색, 스팟팅으로 인한 부분탈색, 거친 표면, 탈 광택, 가죽의 경화현상, 수축 등등의 사고는 애초에 케미컬의 올바른 사용지식이 있었다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성공적인 웨트클리닝을 위해선 좋은 장비와 함께 좋은 케미컬이 필수다. 그러나 누군가 나에게 그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케미컬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좋은 케미컬은 기계의 단점을 많은 부분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많은 업소가 비록 웨트클리닝 전용 기계는 없지만 좋은 케미컬을 올바르게 사용하면서 훌륭한 제품을 뽑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세탁인들이라면 장비는 눈에 보이는 것이라 좋고 나쁜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케미컬은 이야기가 다르다. 케미컬의 내용물과 성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는 좋고 나쁜 것을 쉽게 판명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전문지식이 없이 어떻게 좋은 케미컬을 선정할 것인가? 필자는 다음 몇 가지 간단한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1.알칼리성이 강한 케미컬을 피한다.
이 부분은 필자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또 강조한 부분이다. 셔츠 론드리라면 몰라도 울과 실크를 소화해야 하는 웨트클리닝에서 알칼리성이 강한 케미컬은 절대로 피해야 할 것이다. 알칼리는 울이나 실크, 가죽 등의 단백질을 공격해서 분해하기 때문에 표면이 거칠어지는 결정적인 하자가 발생한다. 또한, 염료를 활성화해 비누나 스팟팅 케미컬의 알칼리 성분인 강할수록 탈색 현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많은 제품이 중성세제임을 강조할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pH 7에 해당하는 완전 중성세제는 거의 찾아보질 못한다. 통상 pH 8.5에서 9 이하라면 중성이라 여겨지기 때문에 대개의 중성세제는 알칼리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차라리 산성세제를 선택한다면 세제 선택에 실패는 없을 것이다. 산성은 동물성 섬유의 단백질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염료를 안정시켜 탈색을 현저하게 막아준다. 참고로 필자가 취급하는 세제의 pH는 1.5 정도로 강한 산성을 띄고 있다. 그렇다고 옷이나 피부를 상하게 하지는 않는다. 많은 경우 옷을 세탁기에 넣고 비누를 그 위에 뿌리고 세탁을 해도 아무 지장이 없다. 세탁기 안에 물이 채워져 산성비누가 희석된 물의 pH는 6 정도가 정상이다.
스팟팅 케미컬 역시 강한 알칼리 성분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론드리 쪽의 케미컬은 알칼리 성분을 강하게 갖고 있다. 이러한 케미컬을 웨트클리닝 스팟팅에 사용한다면 부분탈색을 피하기 어렵다. 웨트클리닝엔 웨트클리닝 케미컬을 쓰는 것이 안전한 세탁을 위해 정석이다.
2. 세일즈맨의 말을 너무 믿지 말 것.
케미컬을 선정하고 살 때 세일즈맨의 설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세일즈맨들도 취급하는 케미컬에 대해 교육을 받고 내용을 잘 숙지하고 있으므로 그들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웨트클리닝 케미컬만큼은 다르다. 이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충분한 현장경험을 쌓은 세일즈맨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은 케미컬의 실사용자가 아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종종 현장과는 거리가 먼 이론에 그칠 수 있다. 차라리 경험이 풍부한 주변 유경험자의 조언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좋은 케미컬은 장기간 사용을 통해 그 진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같은 옷을 오랫동안 수십 번을 빨았는데도 색이나 광택, 그리고 원형에 변화가 없었다면 그것은 좋은 케미컬이라고 비로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3. 케미컬은 인색하게 아껴야 할 재료가 아니다.
여러 번 강조해온 말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세탁에서 케미컬은 매우 중요하고 중요한 요소다. 좋은 케미컬은 업소에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된다. 좋은 품질은 물론이고 사고를 막아주고, 무엇보다 세탁일을 편하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분이 케미컬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싸고 좋은 케미컬을 찾고 있다.
세상엔 싸고 좋은 것이란 없다. 좋은 케미컬은 그만큼 내용이 충실하므로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케미컬을 쓴다 해도 업소의 케미컬 지출은 매출대비 1% 내외일 것이다. 거기에서 무엇을 더 줄일 수 있을까? 품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주는 케미컬을 아끼기보다는 차라리 다른 곳에서 (예를 들면 에너지 절약 등) 경비를 줄이는 것이 훨씬 쉬울 것이다.
4. 케미컬의 간소화
이 또한 언젠가 다루었던 내용이다. 세탁소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너무 많은 케미컬 병들이 사용되지 않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들 대부분은 그 많은 케미컬의 내용과 사용법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저 좋다고 하기에 사서 써 보았더니 별 효과가 없어서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지 못하는 케미컬을 사용한다는 것 또한 사고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필자의 경우 웨트클리닝에 필요한 스팟팅 케미컬은 매우 간단하다. 주로 Stain Out, Grease Out, Spray oil remover로 95% 이상 해결하고 그 외에 녹 제거제, 단백질 제거제, 잉크 제거제로 99.9%의 스팟팅이 해결된다. 케미컬의 종류가 간단하므로 종업원에게 각 케미컬의 사용법을 숙지시키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또한, 위에 열거한 케미컬은 사고 위험이 거의 없는 안전한 것들이어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쓰지 않는 케미컬은 미련 두지 말고 없애길 바란다.
케미컬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한 사고와 처리 (예)
얼마 전 세탁업을 하는 한 지인이 사고 난 옷을 들고 왔다. 진한 알몬드 색 실크 블라우스인데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스팟팅 과정에서 군데군데 색이 빠져버렸다. 물어보니 론드리용 케미컬로 스팟팅을 했다는 것이다. 강한 알칼리 계열의 론드리 케미컬은 아무리 물을 희석해서 쓴다고 해도 사진과 같은 실크의 부분탈색은 피할 길이 없다. 다행히 정도가 심한 것 같지 않아서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복원시켜 주었다.
침전.
물 1.5 갤런에 Aqua Master Grease Out 2온스와 Aqua Master Conditioner 3온스를 희석하고 블라우스를 물에 잠기도록 담가 놓는다. 시간은 물이 빠지는 정도에 따라 다르다. 재질과 염색방법에 따라 물이 빠지는 정도가 다르므로 수시로 점검하는 것이 좋다. 사진의 경우 3시간 정도 침전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은 블라우스의 색을 전체적으로 얇게 벗겨냄과 동시에 탈색된 부분에 색을 안착시키고 컨디셔너가 잃어버린 색을 보충해 주는 것이다. 간혹 Grease Out 대신 Stain Out을 쓰기도 하나 재질이 색에 민감하다면 Grease Out이 안전하다.
린스
이러한 침전과정을 거친 후 한 번 가볍게 린스를 한다. 마지막으로 린스할 때엔 같은 양의 물에 컨디셔너를 4~5온스를 희석해 다시 10분 정도 침전한다. 가볍게 흔들어 준 후 손으로 가볍게 짜주면 된다. (데친 시금치를 살짝 짜는 정도로…) 그대로 행어에 걸어 말리면 전조 과정에서 Grease Out과 Conditioner의 향이 증발하므로 냄새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김양수
필자는 아쿠아매스터 웨트클리닝 케미컬 개발자이며, 100% 웨트클리닝 스토어인 그린 라이프 클리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201) 699-7227 또는 yangkim50@gmail.com로 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