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은 버텨냈다. 하지만…

코비드 팬데믹은 단지 세탁소뿐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에 참고할 “선례”가 없는 위기를 가져왔다. 동시에 소비자 동향을 크게 바꿔놓았을 뿐 아니라 원자재와 물품 수급 체계마저 뒤흔들어 놓았다. 세탁산업은 이미 오랜 불경기를 겪었고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지난 4, 5년간 전국적으로 6천여 업소가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잘 버텨온 세탁소는 급변한 시장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지속적인 미래의 열쇠가 될 것이다.

팬데믹으로 약자도태 가속

세탁소 불경기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20, 30년 전과 바뀐 게 없이 늘 하던 대로 하면서 근근이 버텨오던 세탁소들이 팬데믹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거나 이른 은퇴를 했다. 지나친 표현이 될지 몰라도 팬데믹이 오랜 불경기로 약해진 세탁소들을 걸러냈다.

지난 10여 년간 세탁업계는 웹페이지 구축, 소셜 미디어 마케팅, 앱을 이용한 픽업 & 딜리버리, 가정 직물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 개발 등 형태로 꾸준하게 변하고 있는데,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않고 “과거에 머문” 답습형 세탁소의 도태가 팬데믹으로 가속된 것이다.

익명을 당부한 한 업계 관계자는 “미안한 얘기지만 가만둬도 4, 5년 후엔 문 닫았을 세탁소들이 팬데믹으로 일찍 문 닫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탁소 수가 이렇게 많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내 몫”이 커졌다는 말이다. 세탁소 시장 규모가 줄었다고 해도 워낙 많은 세탁소가 사라지면서 남은 세탁소가 가질 수 있는 몫은 오히려 커졌다. 사무실 직원 출근의 지연으로 고전 중인 대도시 지역 세탁소를 제외하고 대부분 팬데믹 이전 매상으로 회복을 했고, 오히려 매상이 증가한 곳도 많다. 특히 서플라이 가격 앙등으로 최근 대부분 세탁소가 가격을 올리면서 총매상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익명의 한 세탁소 운영자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세탁소 운영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라며 “지금부터라도 마케팅 공부도 하고, 비효율적이고 낡은 장비도 바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탁소는 서비스 비즈니스

세탁업계 올드 타이머들은 “내가 ○○ 옷 빨아주면서…”란 표현을 심심치 않게 했다. 코로나 이후 세상에서는 이런 마음가짐부터 바꿔야 한다.

세탁소는 손님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서비스 업종이다. 손님의 옷을 세탁하고 다리는 건 그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세탁소는 단지 손님에게 깨끗하게 다린 옷을 내주는 게 아니라, 새 옷을 입는 것과 같은 기쁨을 안겨줘야 한다. 단순히 세탁이란 필요를 충족시키는 게 아니라, 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단지 “빨래”만 잘 해선 안 된다. 스토어에 걸린 간판과 쇼윈도우가 깨끗해야 하고, 카운터 부위는 항상 잘 정돈돼 있어야 한다. 들어온 손님을 “진심”으로 반갑게 맞이하고, 단지 “Thursday OK?”라는 말만 할 게 아니라, “What a beautiful blouse!” 등 손님이 기분 좋은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이렇게 소비자의 거래 경험이 즐거워지면, 이 손님은 집에서 빨래하기 귀찮은 날 빨래를 다 싸 들고 세탁소에 오지 않을까?

한 업계 관계자는 “세탁소를 오래 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무엇을 잘못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다”라며 “하루하루 일 하기에 바빠 경영자이길 포기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세탁산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팬데믹을 거치면서 세탁산업이 크게 바뀌었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세탁소가 어떤 모습일 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대규모 디스카운트 클리너가 대세가 될 것이란 의견도 있고, 라우트 서비스가 대세일 거란 의견도 있고, 최고의 전성시대가 올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어떻게 바뀐 모습이건 미래에도 세탁소는 계속 존재할 것이란 점이다. 만일 미래의 패션이 모두 물빨래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뀐다 해도 세탁소는 존재할 것이다. 현재이건 미래이건 세탁소는 손님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팬데믹은 지금까지 상상조차 못 했던 큰 소리로 기상나팔을 불어줬다. 팬데믹을 버텨낸 세탁소는 줄어든 경쟁 덕분에 좀 더 편하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웹사이트와 세탁소 앱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담당 회계사와 상의해 나의 진정한 생산원가가 얼마인지 계산해 본다. 요즘 젊은이들이 틱톡을 좋아한다니 세탁소 ‘짤’을 만들어 틱톡에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을 잘 모른다’라고 핑계를 대 왔다면 인터넷을 잘 아는 사람에게 임무를 맡기면 된다. 경영자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역할 분할이다. 이런 변신이 말만큼 쉽지는 않다. 하지만 작년 4월 이래 겪은 고통을 생각한다면, 하지 못할 일이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