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숙이라는 중학교 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거의 말이 없었다. 마치 마네킹처럼 멍하니 앉아 있는 때가 많았다. 화장실조차 다녀오지 않는 듯 별로 움직임이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한창 사춘기에 멋을 내기에 바빠 거울에서 눈을 떼지 못했지만, 그녀는 세수조차 안 하는 것 같았고 머리는 언제나 지저분했다. 당연히 가까이 지내는 친구도 없었다. 그녀는 점심 도시락도 혼자 먹었다. 무용 시간에도 그녀와 파트너가 되기를 꺼려했다. 요즘 말로 그녀는 친구들의 무관심과 왕따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담임 선생님이 지숙이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잘 하는 것이 전혀 없는데 선생님은 여러 가지 예를 들며 그 친구를 칭찬했다. 예를 들자면, 다른 아이들은 쓸데없이 수다를 떠느라 시끄러운데 그녀는 조용히 자기 할 일만 하니 참으로 과묵하다고 칭찬했다. 또, 다른 친구들은 모양내느라고 공부를 소홀히 하는데 그녀는 머리 감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칭찬했다.
그 당시엔 성적순으로 이름을 붙여 놓았었는데 그때만 해도 지숙이는 그다지 공부를 잘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70명 반에서 중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도대체 선생님의 칭찬은 이해가 안 되고 앞뒤도 맞지 않아 아이들은 수군거렸지만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으셨다. 아마도 담임 선생님께서는 지숙이의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어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다른 친구들의 왕따로 지숙이가 더욱 고립되자 선생님은 그녀를 구해내는 방법으로 지속적인 칭찬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녀는 놀라보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가 그녀의 성적이 갑자기 상위권으로 올라왔다. 외모도 깔끔해졌다. 자신감이 생기자 친구들과도 어울렸다. 조금씩 아이들과 얘기도 하고 점심 도시락도 함께 먹기 시작했다. 그녀가 급격히 공부를 잘하게 되자 다른 과목 담당 선생님들도 우리 반에 수업을 들어오시면 그녀를 칭찬했다. 그리고 또 한두 달이 지나자 지숙이는 800명 정도 전체 학생 중 석차 10위 안에 들었다. 그녀가 최우수 학생이 되기까지는 겨우 석 달도 안 걸렸다. 2학기에 지숙이는 우리 반 반장이 되었다.
그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칭찬을 들은 사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전 과정이 생생했다. 그 이후부터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에게 칭찬해 줄 만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칭찬하는 버릇을 갖게 된 것 같다. 얼굴은 평범해도 웃는 모습이 예쁘면 그것을 칭찬해준다. 목소리가 좋든지, 옷 입는 맵시가 특별하든지, 남에게 배려를 잘하든지, 부모를 잘 봉양하는 효녀든지.. 등등 사람마다 찾아보면 칭찬할 것이 꼭 있었다. 그로서리에 가서 카운터를 보는 직원에게도 손이 빠르다든지, 목걸이 같은 악세사리가 예쁘다고 칭찬을 해주면 기분이 좋아 활짝 웃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함께 즐거워 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칭찬의 말을 들은 사람의 그날 하루는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껴 충만한 행복감을 갖고 타인들을 즐거운 미소로 맞이할 것이다.
사람은 보통 90%의 장점과 10%의 단점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모두가 완벽하게 100% 완벽한 사람은 만나기 쉽지 않다. 성격이 온화하면 결단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무슨 일이든 확실하게 해내는 사람은 너무 꼼꼼해서 시간이 너무 걸려 답답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90%의 장점에 주목해서 칭찬해주면 10%의 단점도 장점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칭찬한 사람과 칭찬받은 사람 모두 행복해진다. 반면에, 10%의 단점에 더 많이 집중해서 비난을 받으면 자꾸 의기소침해져서 90%의 장점을 보여 줄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 따라서 비난받는 사람은 더 부족해지고 남을 비난하는 사람 역시 주변 사람들이 거리를 두게 되어 외롭고 불행해진다.
칭찬에 관한 실제적인 연구 결과도 있다. 어느 체육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A, B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A 그룹에는 학교 대표급 우수 학생들로 구성했다. B 그룹에는 보통 학생들이 참가했다. 게임이 시작되자 A 그룹에 학생들이 실수한 것만 지적했다. 잘 한 것도 그것밖에 할 수 없냐고 야단을 쳐서 사기를 저하시켰다. 반대로 B 그룹에는 잘 한 것은 아주 잘했다고 극찬하고 잘하지 못한 것도 그 정도면 잘한 것이라고 칭찬했다. 게임 결과가 어땠을까? 놀랍게도 B 그룹이 압승했다. 이 법칙을 데일 카네기(D. Carnegie)는 “상대가 자신이 중요한 사람임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것은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두뇌는 칭찬을 들으면 이미 자신이 그것을 해냈다고 인식하고, 반대로 비난이나 지적을 들으면 자신은 그것을 해 낼 수 없을 것이라고 인정을 한다는 사실이 여러 신경정신과 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우리는 칭찬의 말이 얼마나 큰일을 해내는가에 대해 꼭 주목해야 한다.
얼마 전 한 독자님이 겪었던 아찔한 사건을 얘기했다. 한 고객이 결혼한다며 턱시도 수트 수선을 맡기고 토요일 오전까지 찾으러 오겠다고 했다. 그 날 따라 프롬 파티 드레스 수선도 많이 들어왔다. 수선할 옷을 집에 가져가 새벽까지 바느질했다. 토요일 아침이 되어 턱시도를 맡긴 손님이 왔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턱시도가 없었다. 분명히 수선해서 가져온 것으로 기억하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손님은 결혼식에 빨리 가야 한다고 아우성이고 턱시도는 없고…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옆에 있던 남편은 한술 더 떠서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해서 신랑이 턱시도 없이 결혼식을 하게 생겼다고 호통을 쳤다.
‘혼비백산’ 이 바로 그 경우였다. 경황없이 식은땀을 흘리며 혹시 하는 마음으로 컨베이어를 돌리고 또 돌리고 있을 때, 다른 손님이 턱시도를 들고 세탁소로 들어왔다. 아침에 양복 몇 벌을 찾아갔는데 턱시도가 함께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꼭 필요한 옷인 것 같아서 돌아왔다는 것이다. 너무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뺨 위로 후두두 떨어졌다. 턱시도를 가지고 되돌아온 손님은 독자님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바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다 해결되게 마련이에요. 봐요. 내가 이렇게 도로 가져왔잖아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테니까 잘한 거에요. Good Job, It’s OK!”
그 독자님은 20년 동안 세탁소를 하면서 중요한 옷은 항상 별도로 보관해서 이런 실수는 한 적이 없었다. 어떻게 그 턱시도 수트를 다른 손님의 양복 사이에 넣었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함께 내주었는지 도대체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날 이후 자신을 몰아붙였던 남편을 보면 주눅이 들어 말도 더듬거렸다. 너무 야속하고 섭섭해서 며칠 동안 말도 안 했다고 한다. 아무튼, 이 이야기는 다행히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났지만 비단 그 독자님만의 얘기가 아닐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생각할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아 머릿속이 복잡하다. 더구나 나이가 들면서 두뇌 세포가 점점 소멸되어 깜빡 까먹는 일이 잦아진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매사에 자신이 없어지고 자꾸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의 수명이 점점 길어져서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 60대는 120세까지 생존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것이 축복인지 재앙인지는 그때 가봐야 알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앞으로의 몇십 년을 즐겁게 살지, 우울하게 살지를 결정하는 것은 너무도 큰 과제이다. 그것은 두 가지로 나뉜다. 즉, 비난하면서 함께 불행할 것인가. 정신을 어디에 두고 사느냐, 또는, 맨날 그 모양이냐, 등등의 비난과 호통은 더 많은 실수를 초래한다. 주눅이 들기 때문이다. 다른 한 가지는, 모든 상황을 호의적으로 대해주고 칭찬함으로 함께 행복할 것인가이다. 그 정도만 기억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 또는, 다음엔 잊어버리지 않으면 된다고 격려하고 칭찬해주면 더 잘할 수 있다. 잘 했을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칭찬해줄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자.
칭찬의 능력 10가지
- 칭찬은 바보를 천재로 만든다.
- 칭찬을 들으면 꼭 칭찬받을 일을 한다.
- 칭찬을 받으면 발걸음이 가볍고, 콧노래가 나온다.
- 칭찬은 상대방에게 자신감을 준다.
- 칭찬은 대화를 부드럽게 시작해준다.
- 칭찬은 자신을 기쁘게 하고 상대방을 행복하게 한다.
- 칭찬은 모든 경우에 맞춰서 할 수 있다.
- 칭찬은 적군을 아군으로 만든다.
- 칭찬은 자기 사랑의 기본이다.
- 칭찬은 삶을 행복하게 하는 절대 요소다.
칭찬하는 방법 10가지
- 칭찬할 일이 생겼을 때는 즉시 칭찬하세요
- 잘한 점을 구체적으로 칭찬하세요
- 가능한 한 공개적으로 칭찬하세요
-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하세요
-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칭찬하세요
- 거짓 없이 진실한 마음으로 칭찬하세요
- 긍정적으로 관점을 전환하면 칭찬할 일이 보여요.
- 일이 잘되지 않을 때도 수고에 대해 더욱 칭찬하세요
- 작은 것이라도 잘한 것, 장점을 찾아 칭찬하세요.
- 찾아보면 모두 칭찬 거리니 찾아서 칭찬하세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중에서
녹음이 짙은 7월 나무엔 알알이 맺힌 애기 열매들이 올망졸망 빼곡히 달려 있다.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과 사나운 소낙비를 견디다 보면 가을엔 풍성한 열매로 변화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반장이 된 지숙이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연구는 사람은 책망보다 칭찬을 통해 숨겨진 능력이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생은 절대로 짧지 않다. 앞으로 우리 각자에게 얼마의 시간이 남아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너무도 중요한 것은 생활화된 격려와 칭찬은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도 어떤 고난과 역경도 견뎌 낼 힘의 원동력이 되어 함께 행복한 삶으로 이끈다는 것을 기억하자.
고린도 전서 4장 5절 “그러므로 때가 이르기 전 곧 주께서 오시기까지 아무것도 판단치 말라. 그가 어두움에 감추어진 것들을 드러내고 마음의 뜻을 나타내시리니 그때 각 사람에게 하나님께로부터 칭찬이 있으리라”라는 성경 말씀을 상고하면서 우리 모두 칭찬하는 일을 생활화하는 7월이 되면 좋겠다.
월간 세탁인 독자 여러분을 참~~ 많이 사랑합니다. 오늘도 하하하! 많이 웃으세요.
캐롤 남
필자는 다이아몬드 컴퓨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문의는 (224) 805-0898로 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