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기

이달부터 몇 차례에 걸쳐 증류, 세탁, 탈수, 건조 등 현대적 드라이클리닝 머쉰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에 관해 설명한다. 각 작업에는 어떤 부품이 사용되고, 여러 부품이 어떻게 움직여 세탁이 이루어지는지 알아본다.

증류

증류(distillation)는 액체, 우리의 경우 솔벤트를 정화하는 공정이다. 솔벤트에는 옷에서 나온 그리스, 오일, 왁스 그리고 세제 등 불순물이 녹아 있다 (이런 불순물을 비휘발성 잔여물이라고 부른다). 또한 린트, 먼지, 흙과 같이 녹지 않는 고체 불순물도 들어있다 (이를 미립자라고 부른다). 증류 공정은 더러우진 솔벤트 내 불순물을 증류기 바닥에 남겨놓고 오리지널 상태의 깨끗한 솔벤트만 회수해준다.

증류는 2단계로 이루어진다.

1. 솔벤트 증발 – 액체 상태의 솔벤트를 증류기 안에서 가열해 끓임으로써 증발시킨다. 솔벤트는 마치 끓는 주전자의 수증기처럼 액체 상태에서 기체 상태로 바뀐다.

2. 솔벤트 증기 액화 – 솔벤트 증기가 차가운 표면(대개 수랭식 코일)과 만나면서 다시 액체로 바뀐다. 이는 마치 목욕탕 거울에 김이 서리는 것과 같다.

솔벤트 증발

증류기 안의 솔벤트는 주로 스팀을 이용해 가열하는데, 기계에 따라 진공을 함께 이용하기도 한다. 증류기를 진공 상태로 만들면 솔벤트가 발화점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게 된다. 이 글에서는 가열 수단을 스팀으로 한정한다. 스팀을 이용해 가열할 경우 가열 용기, 즉 증류기 바닥을 감싸고 있는 별도의 스팀 체임버 안에 생긴 응축수를 제거하기 위해 스팀 트랩이 필요하다. 또한 스팀을 넣고 빼는 스팀 밸브가 필요하다. 스팀을 가열 수단으로 사용할 경우 온도 조절이란 매우 바람직한 혜택이 따라온다. 스팀의 온도는 압력에 따라 변하므로, 스팀 압력 레귤레이터를 사용해 원하는 온도에 해당하는 압력을 설정하면 간단하게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솔벤트 증기의 응축

솔벤트를 가열해 증기가 되면, 증류기 라이저관(still riser)을 따라 올라가 증류기 콘덴서에 도달한다. 콘덴서 안에는 찬물이 흐르는 코일이 들어있다. 뜨거운 증기가 차가운 코일과 만나면 응축(증기가 액체로 변하는 것)된다. 증류기 안에 들어있던 솔벤트에는 물이 있기 때문에 솔벤트 증기와 함께 수증기도 따라 오므로, 솔벤트를 다시 사용하기 전에 물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워터 세퍼레이터가 필요하다. 워터 세퍼레이터는 물과 솔벤트의 무게 차이를 이용해 두 액체를 분리한다. 이렇게 분리된 솔벤트는 증류 솔벤트 탱크 또는 린스 탱크라 불리는 탱크로 내려가고, 물은 따로 모았다가 공해 폐기물로서 처리된다.

증류 찌꺼기 (비휘발성 잔여물과 미립자)

증류기에 있던 솔벤트가 다 끓고 나면 바닥에 찌꺼기가 남고, 이 찌꺼기는 주기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이러한 찌꺼기에 남아 있는 솔벤트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계에 따라 스팀 스위프 밸브(steam sweep valve)가 달린 것이 있다. 이 밸브는 증류 작업이 끝나기 바로 전에 사용되는데, 증류기 안에 스팀을 주입해 그 안에 남아 있던 솔벤트 증기를 밀어낸다. 펄크 솔벤트를 사용하는 기계인 경우, 스팀에서 나온 물이 솔벤트와 섞이면서 공비 혼합물(azeotrope)을 형성하는데, 이는 솔벤트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 끓어, 증류기 바닥에 남아 있던 솔벤트를 끝까지 제거할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