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펄크 사용의 전면 규제가 임박하면서 웨트클리닝에 관한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 기름빨래의 타성에 물든 많은 분이 웨트클리닝이라는 전혀 생소한 분야에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러한 분들을 위해 오늘날 웨트클리닝은 과연 어느 정도까지 와 있는가를 다시 한번 주지시켜드리고자 한다. 필자는 웨트클리닝 케미컬을 보급해 오면서 현재 웨트클리닝의 전국적인 현황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한 마디로 현재의 웨트클리닝은 솔벤트 클리닝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보급은 느린 수준이다. 웨트클리닝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웨트클리닝 보급의 문제점들을 지적해 나가고자 한다.
필자의 경험
필자는 지난 14년간 케미컬 개선과 클리닝 방법 등을 개발하기 위해 100% 웨트클리닝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단 한 피스도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가죽은 물론 모피류까지도 아무 문제 없이 처리하고 있다. 지난 14년 동안 웨트클리닝으로 인한 사고는 거의 없었다고 본다. 옷이 줄었다든가 이염 사고, 변형 등 물빨래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사고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문제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대부분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것들이어서 복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14년 동안 클레임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그 업소의 성적표다. 독자들은 혹 필자의 세탁기술이 엄청나게 좋아서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직접 세탁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종업원들에 의해서 처리된다. 그렇다면 그 종업원이 훌륭한 세탁기술자겠거니 하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도 않다. 세탁 경험이 전혀 없는 종업원이라도 2, 3일 가르친 후 거의 모든 빨래를 맡길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사람의 손기술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세탁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웨트클리닝의 안전한 케미컬과 프로그램, 그리고 웨트클리닝의 기본에 충실하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편한 세탁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웨트클리닝이 빠르게 보급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케미컬을 보급하는 업자의 관점에서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다. 경제적인 이유 등 많은 문제를 꼽을 수 있으나 필자는 그보다 근본적인 인식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선 웨트클리닝의 전반적인 추세와 보급상 문제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추세
지난 15년간 웨트클리닝은 빠른 속도로 발전해오고 있었다. EPA가 적극적인 것은 물론이고 많은 손님도 Wet Cleaning이라는 새로운 세탁기술에 관심을 보인다. 비록 느린 속도이긴 하지만 전국적으로 웨트클리닝으로 전환하는 업소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자의건 타의건 간에 웨트클리닝으로 전환한 업소들은 대부분 매출 증가를 경험하고 있거나 적어도 남들과 비교하면 불경기로부터 타격을 덜 받는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특히 이번 팬데믹으로 모두가 극심한 타격을 받았음에도 웨트클리닝 스토어들은 그나마 타격이 심한 편이 아니었다.
지역적으로는 아무래도 세탁업이 집중된 동부가 가장 활발하고 시카고를 중심으로 미시간 등 북부 지역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인다. 그다음으로 캘리포니아와 오레건 등 서부지역 역시 웨트클리닝에 관한 관심이 높아 실행하는 업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텍사스, 조지아, 루이지애나, 오클라호마 등 미국 경제의 큰 축을 차지하는 중남부 지역에선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웨트클리닝의 보급이 미미한 실정이다. 아무래도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남부지역에도 웨트클리닝으로 전환하는 업소가 늘고 있다.
기술변화
웨트클리닝의 기술은 누가 뭐래도 장족의 기술발전을 이루어 왔다. 현재 웨트클리닝 기술은 드라이클리닝과 비교해서 품질과 생산성 면에서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우수한 케미컬이 개발되어 있고 기계 또한 인버터와 컴퓨터 기술을 배합한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사람의 Hand Wash와 흡사한 동작을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웨트클리닝의 기본적인 이론 또한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차근차근 정립되어왔다. 지금의 기술이라면 세탁업에 입문하려는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드라이클리닝보다 웨트클리닝을 배우는 것이 훨씬 쉬울 것이라고 믿는다.
보급의 문제점들
1. 고정관념
그렇다면 왜 웨트클리닝의 실행을 주저하는 것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가 경험한 바론 세탁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세탁업 하면 무조건 기름빨래라는 공식이 오랜 세월 자리 잡고 있으므로 이를 깨고 새로운 대안에 접근하려는 용기가 부족한 때문이다. 미국의 세탁업은 늙어가고 있다. 그 말은 세탁업소 주인들의 나이가 노년이 아니면 노년기로 접어든 분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얼마 후면 은퇴를 생각하고 있는 마당에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할 이유를 절실하게 느끼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많은 분이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적극적이긴 하지만 오늘날 웨트클리닝은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에겐 버려야 할 고정관념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2. 체계적인 교육의 기회가 부족하다
웨트클리닝의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것에 비해 웨트클리닝을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흔치 않은 것이 문제다. 예를 들자면 캘리포니아와 오레곤 지역은 웨트클리닝에 관한 관심이 다른 지역보다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웨트클리닝을 배울 기회가 전무해서 높은 관심에 비해 실행률은 매우 낮은 게 사실이다.
이론 또한 정립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을 위주로 익혀가고 있는 실정이다. 심한 경우 이론적인 기본을 완전히 무시한 소위 ‘민간요법’이 버젓이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케미컬 회사가 세일즈맨을 통해서 웨트클리닝을 소개하고는 있지만, 그들 역시 웨트클리닝은 아직 생소한 분야이고 더욱이 그들은 실사용자가 아니므로 현장의 문제점을 일일이 알 수가 없다.
3. 주변의 어설픈 웨트클리너들이 부정적인 요인이다
체계적인 교육이 없이 시작한 웨트클리닝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케미컬의 적정한 사용법과 웨트클리닝의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면 이는 곧 각종 사고로 이어진다. 이렇게 실패를 보는 업소가 주변에 있다면 웨트클리닝을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웨트클리닝이 아닌 물빨래를 하는 ‘유경험자’들이 웨트클리닝이라면 쌍수를 들고 반대하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사고를 내 봤거나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변의 어설픈 실력자들의 부정적인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는 없다. 그들은 웨트클리닝을 모르기 때문이다.
4. 배우기를 소홀히 하다
교육의 기회가 적다는 것도 문제지만 정작 문제는 세탁인들이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본인의 업소를 웨트클리닝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에게 항상 열어놓고 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와서 보고 배우는 기회를 무료로 제공해왔다. 그동안 많은 분이 멀리서 찾아와서 견학하고 갔다. 그들은 한결같이 웨트클리닝에 대해 자신감을 느끼게 되었다면서 교육 여행이 충분한 가치가 있었음을 말한다. 필자는 그들의 배우고자 하는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솔직히 그들은 특이한 경우다. 대부분의 세탁인은 아예 관심이 없거나 시간을 투자해서 배우기를 꺼린다. 각자 사정이 있어 하루 이틀 몸을 뺀다는 것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세탁업은 전문성(Professionalism)을 전제로 한다. 가정에서 하는 세탁과는 비교될 수 없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배우는 자세가 바로 Professionalism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탁인 중에서 Professionalism을 갖추었다고 자부하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실행의 출발점
웨트클리닝 교육의 기회가 흔치 않은 현실에서 어떻게 웨트클리닝을 배울 것인가? 필자는 다음 두 가지를 권장한다.
첫째, 현재 하고 있는 물빨래를 웨트클리닝 개념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세탁소에선 적지 않은 물량을 물빨래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품질면에선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옷이 부드럽지 못하고 푸석푸석 하다든가, 광택이 빠졌든가, 줄었든가, 이염이 발생했다든가 등등의 문제를 갖고 있을 것이다. 웨트클리닝이라고 해서 반드시 전용 기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웨트클리닝 케미컬과 기본 요령만 안다면 좋은 품질의 웨트클리닝을 뽑아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업소가 전용 기계 없이 적지 않은 물량을 웨트클리닝으로 소화하면서 좋은 품질을 얻어내고 있다.
둘째, 월간 세탁인을 모아두라는 것이다. 현재로선 웨트클리닝의 기술적인 방법들을 지면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바로 월간 세탁인이 아닌가 싶다. 지난 수년간 월간 세탁인은 필자는 물론 여러 전문가의 웨트클리닝에 대한 조언을 실어왔다. 이들을 다 모아두었다면 한 권의 훌륭한 교본이 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직업상 웨트클리닝을 배우려는 많은 분과 상담을 해왔다. 대개는 월간 세탁인을 보고 전화했다면서 웨트클리닝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물어본다. 질문들 대부분은 필자가 칼럼을 통해 다루었던 내용이다. “월간 세탁인 몇 월호 칼럼에 그 질문에 관해 상세한 설명이 있으니 읽어보십시오”라고 말하면 십중팔구는 “다 버려서 없어요”라고 대답한다. 어떤 분들은 “예전에 읽어보았는데 다 잊어먹었죠.”라고 말하기도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유일하게 배울 수 있는 귀한 정보를 버리다니… 웨트클리닝 초보는 물론 유경험자라도 ‘온고지신’의 심정으로 월간 세탁인의 칼럼들을 모아둔다면 매우 유익한 웨트클리닝 교본이 될 것이다.
김양수
필자는 아쿠아매스터 웨트클리닝 케미컬 개발자이며, 100% 웨트클리닝 스토어인 그린 라이프 클리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201) 699-7227 또는 yangkim50@gmail.com로 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