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아!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뭐니 뭐니 해도 MONEY(돈)가 최고라고 한다. 정말 돈은 참 좋다.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있고, 멋진 대저택에 최고급 가구로 장식할 수 있고 명품 옷과 좋은 차도 살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명예라고도 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고,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것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주인공이 살아 있을 때 그 의미가 있다. 묘비에 쓰인 명예로운 공로는 비바람에 서서히 깎여 나가고 머지않아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힌다. 이렇게 볼 때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중요한 것은 돈과 명예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란 결론에 쉽게 도달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스스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며 살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고아를 후원하는 단체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우연히 오랜만에 김 권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몇 년 전에 남편과 사별하고 지금은 주로 봉사하는 일에 열심이라고 말씀하셨다. 80 중반의 연세인데도 젊어 보이셨다. 건강은 어떠시냐고 여쭈었더니 매우 좋다고 함박꽃처럼 웃으셨다. 어떻게 관리를 하시냐는 물음에 “나 스스로를 사랑해줘요”라고 수줍게 말씀하셨다. 문득 ‘나는 과연 나를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휙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자신을 사랑하시느냐고 되물었다. 그분은 “기억해야 할 것은 지나온 삶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며 오늘을 사는 생각과 태도지요, 오늘의 시간도 내일이면 어제가 돼요, 내일이란 시간에 어제가 되어 버린 오늘을 아쉬움과 후회로 보내는 삶이 아니라, 지금 내게 주어진 하루를 아낌없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지요”라고 말씀하셨다. 오늘의 삶을 무척 강조하시는 느낌이 들어 혹시 무슨 일이 있으셨느냐고 여쭤보았다.

정말 기막힌 사연을 한번 들어보겠냐며 얘기를 시작했다. 30년 동안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급한 일이 생겨서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기 집을 팔아 일주일 있다가 클로징을 하면 돌려주겠으니 며칠만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가족처럼 지냈던 오랜 친구라서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평생 세탁소에서 옷 수선을 하면서 조금씩 모아 두었던 노후 자금을 전부 빌려주었다. 클로징 날짜가 되어 친구에게 전화했다. 그런데 전화기에서 더는 서비스하지 않는 번호라는 날벼락 같은 메시지가 들려왔다. 어저께도 통화했는데 그럴 리가 없었다. 귀를 의심하고 몇 번을 더 걸었다.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하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친구네 집을 찾아갔지만, 그녀는 이미 잠적해 버린 후였다. 돈이 없어진 것, 믿었던 친구가 철저히 배신한 것, 멍청하게 당한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삶은 엉망이 되었다. 어떻게 그 상황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그 권사님의 머릿속은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처럼 처참했다.

곱씹고 또 씹어도 숨 막히는 분노와 허망함이 삭여지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을 학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살고자 하는 의욕도 전혀 없었다. 두문불출하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반년의 시간이 지나자 몸은 쇠잔해지고 허탈함은 풍선처럼 터질 듯 더욱 부풀어갔다. 평안한 노후를 꿈꾸며 그런대로 잘 살아오던 한 인생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한 술씩 뜨던 식음도 전폐했다. 자꾸만 잠이 왔다. 그리고 며칠을 죽은 듯 잠을 잤다. 꿈을 꾸었다. 멀리 강 건너 있는 사람들이 자꾸만 건너오라고 손짓을 했다. 갈 기운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면 또 건너오라고 소리를 쳤다. 계속 허공에 손사래를 치고 있는데, 그분의 친구가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자 집으로 찾아와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이승인지 저승인지 혼미했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버쩍 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날, 그분은 자신을 학대했던 이전의 삶에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냉장고를 뒤져서 반찬을 했다. 몇 달 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봉사 단체에서 일하는 분을 알게 되었고, 그 일을 열심히 하면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제 더는 아픈 과거에 매달리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매일 아침을 설렘으로 맞으신다. 그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시작이기도 했고 남에게 베푸는 일로 변화되었다. 매일 맞이하는 아침이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도화지에 행복을 채워 넣는 기쁨이라며 과거의 어느 때보다도 가장 행복하다고 힘있게 말했다. 문득 로마서 5장 3절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라는 성경 말씀이 떠올랐다.

우리의 두뇌는 어떤 상황에 의해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자신의 결정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즉, 행복할 것이냐, 불행할 것이냐를 스스로 결정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운동화를 만드는 나이키 회사에서 아프리카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두 사람을 파견했다. 그 당시 아프리카 사람들은 모두 맨발도 다녔다. 한 직원은 아무도 신발을 신지 않는데 어떻게 운동화를 팔 수 있겠냐고 낙담하고 되돌아갔다. 항상 비관적으로 일했던 그는 곧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하지만 다른 한 직원은 달랐다. 그의 눈에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맨발이 번쩍거리는 노다지로 보였다. 맨발의 아프리카에 신발 마케팅이 시작되었고 그것은 대박이었다. 이처럼 낙담과 희열의 차이는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에 달려 있다.

나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고 살아간다면 생각과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일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을 방치하는 때가 더 많다. 어린 시절은 철없이 지나고, 청년 시절은 꿈을 쫓기 바쁘게 지나고, 무엇인가 알 것도 같은 장년 시절은 일만 하다가 지나 버린다. 문득 거울 앞에 마주 서 있는 자신이 낯 설을 때가 있다. 풍성하던 머리숱은 사막에서 근근이 자생하는 식물처럼 듬성듬성해져 별로 빗어 내릴 것도 없이 푸석해지고, 복스럽던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그랜드 캐년 협곡처럼 굵고 가는 주름이 진 치고 있는 모습이 서럽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실망하지 말자. 생리적으로 변하는 우리의 인체는 자연에 따를 수밖엔 없지만, 마음가짐에 따라 그 모습을 아름답게 만들거나 추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종종 거리에서 주름이 많아도 너무도 예쁜 할머니와 몸은 쇠하였어도 품위가 넘치는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 그분들이 바로 본보기가 된다.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 몸과 마음을 사랑하는 법을 매 순간 실천해 나가야 한다.

김 권사님은 얘기하는 김에 꼭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그것은 신앙을 갖는 일과 타인에게 사랑을 베푸는 일이다. 자신이 그런 일을 당했더라도 하나님의 사랑을 믿는 믿음이 있었다면 거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학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연약한 인간이 갑자기 날벼락처럼 떨어진 고통을 감당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분은 성경 말씀을 읽으면서 용서와 사랑이 자신을 평안하고 행복한 길로 이끌어주는 지름길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고아들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동참함으로써 그 아픔으로부터 치유되었으며 그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고 말했다.

요즘은 점점 더 성경 말씀을 많이 읽고 열심히 외운다고 하신다. 정말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어서 모든 상황에서 지혜와 평안을 누리게 해주는 것을 깨달으셨다는 것이다. 젊어서 눈이 밝을 때 성경을 많이 읽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크지만 침침하더라도 돋보기를 끼고서 잘 읽을 수 있으니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성경 속에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희로애락의 시간을 보냈는데 그중에서도 하나님을 잘 믿는 사람들은 너무도 많은 축복을 누리고 산 것을 확인했다며 요즘 자신도 그들처럼 많은 축복을 받고 있다며 환하게 웃으셨다.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주변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을 찾아보았다. 어떤 사람은 사업이 잘되지만, 부부간에 문제가 있어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산다. 또 어느 가정은 서로 알콩달콩 살지만, 낮에는 아내가 일하고 밤에는 남편이 야간 근무를 해서 서로 만나기가 어렵다. 60대 어느 분은 평생 고생을 하다가 이제 좀 쉬려고 했는데 암에 걸려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러고 보니 행복하기만 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삶은 고해’란 말이 나온 것 같다. 하지만 그럴지라도 그곳에서 헤엄쳐 나올 방법은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권사님의 말씀이 마음으로 깊숙이 들어 왔다.

새 정권이 들어선 후에 전 세계정세가 더욱 어지러워졌다. 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물가는 나날이 솟아오르고 한순간에 해고되어 가족들을 부양할 수 없어 낙담하는 가장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온 세상은 모양만 다를 뿐 늘 많은 일로 사람들을 고달프게 해왔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 같이 우리 자신을 더욱 사랑해야 할 때다.

이사야 49장 5절 “나는 여호와의 보시기에 존귀한 자라, 나의 하나님이 나의 힘이 되셨도다”라는 성경 말씀처럼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 이제 자신에게 ‘사랑하는 사람아~’ 라고 따뜻하게 불러 보자. 그리고 그 사랑을 우리 가족, 이웃과 나누면서 더욱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계절의 여왕 5월이 되면 좋겠다.

월간 세탁인 독자 여러분을 참~~ 많이 사랑합니다.

오늘도 하하하 많이 웃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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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남

필자는 다이아몬드 컴퓨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문의는 (224) 805-0898로 하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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