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줘도 못 사는 행어 품귀 사태 연말까지 계속 될 전망
세탁소 매상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정상화 되고 있다. 여름 동안 잠시 주춤했던 회복세는 9월부터 다시 오르고 있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업소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회복세는 특히 대도시 지역보다 지방 및 교외 지역 세탁소에서 더 활발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지역 차이 없이 새로운 문제가 비즈니스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바로 행어 품귀 사태이다. 세탁소 매상 회복과 함께 드러나기 시작한 행어 공급 부족은 이제 돈을 줘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행어 품귀는 팬데믹이 초래한 공급 차질 때문이다. 팬데믹 중 폭증한 온라인 쇼핑으로 컨테이너선이 부족해졌을 뿐 아니라 항만과 육상 운송에까지 병목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세계 최대 해운 업체 중 하나인 Maersk는 최근 발표한 아시아 퍼시픽 마켓 업데이트에서 “우리는 고객에게 공급 체인을 특히 다가오는 할리데이 러쉬에 맞춰 공급 체인을 잘 계획할 것을 권장한다”라며 “아시아에서 나오는 수출 수요가 연말까지 계속 높을 것이고 특히 EU와 미국의 재고 수준이 낮아 소비자 수요가 하락한 후에도 화물 물량은 계속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NCA의 노라 니알리스 사무총장은 아메리칸 드라이클리너와 인터뷰에서 “다른 서플라이 제품은 대체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행어가 없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 접어서 손님에게 줄 것인가?”라고 말했다.
와이어 행어의 수입 물량 감축은 사실 팬데믹 기간 중 당연한 조치였다. 그리고 세탁소도 매상이 20~30% 폭락하면서 행어 소비가 함께 급락했다. 그 결과 한 달 치 요량으로 샀던 행어가 몇 달 이상 쓸 수 있었고, 행어를 주문해 받기까지 몇 주면 되던 게 몇 달이 걸려도 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백신 접종과 함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축소돼 있던 공급 물량이 문제가 된 것이다.
뉴저지주에 자리한 클린에어 서플라이의 홍승재 사장은 “행어를 공장에서 만들어도, 이를 담을 빈 컨테이너를 확보하기 힘들고, 컨테이너에 물건을 실었어도 이를 운반할 선박 예약이 어렵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컨테이너 운임까지 천정부지로 올라 행어 가격이 치솟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 업계 종사자는 “행어 컨테이너가 보통 주문하면 두 달이면 받고 늦어야 5개월 정도였다”라며 “이제는 빨라야 8, 9개월이 걸린다”라고 답답해했다. 그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시아에서 오는 선적비가 4배 이상 껑충 뛰었고 그나마도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Maersk사는 “우리는 4/4 분기에도 아시아 수입 물량이 높고 네트워크 활용률이 95% 이상일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항만에서 교통체증 그리고 공급 체인의 병목 현상이 “운송비 앙등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로스 엔젤레스 항구 사무총장 진 세로카 씨는 공급 체인 전체가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세로카 씨는 해상 운송 용량이 주요 태평양 항로에서 30% 증가했고, 선박 생산성도 항구에서 50% 상승했다며, 하지만 아직도 “항구에서 화물 대기 시간이 더 길고 그 결과 창고와 선박도 밀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M&B 행어는 알라바마주 리즈에 자리한 공장에서 와이어 행어를 직접 생산해 이런 해상 운송 문제를 겪지 않지만, 원자재 확보와 육상 운송 문제는 피할 수 없다.
맥 매그너스 부사장은 “우리는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생산량을 늘렸고 현재 계속 생산을 늘리고 있다”라며 “하지만 와이어와 종이 공급이 원활치 못하고, 육상 운송 역시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예전에도 행어 파동이 없지 않았지만 한, 두 달이면 해결이 됐었다. 과거 중국산 행어에 보복 관세가 부과됐을 때도 가격이 올랐지 물건이 없지는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행어 파동이 여러 번 있었지만, 지금처럼 돈을 줘도 사지 못하는 상황은 처음 본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행어 파동은 적어도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국의 행어 수입업자들이 살 수 있는 행어를 싹쓸이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주문량이 도착하기 시작하면 현재의 품귀 사태는 해결될 것이다. 행어의 국내 생산량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홍승재 사장은 “현재 관건은 필요한 재고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가격이 얼마이건 컨테이너가 일정대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최대 고비는 넘긴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