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트클리닝을 처음 시도하는 분들이 가장 처음 당면하게 되는 문제는 피니슁 작업이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잔주름이 잘 펴지지 않는다, 양복 어깨선이 우글거린다, 왠지 모르게 뻣뻣하고 푸석푸석한 느낌이다, 드라이클리닝처럼 매끄럽지 못하다는 등등의 문제로 처음부터 실망을 한다는 푸념들을 종종 들어왔다.
분명 그들이 시도하는 것은 웨트클리닝이 아니라 물빨래였기 때문일 것이다. 제대로 하는 웨트클리닝이라면 텀블 드라이어에서 꺼낸 옷들의 상태가 드라이클리닝과 비교하여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피니슁 시간이 드라이클리닝과 차이 나지 않으면서 좋은 품질을 뽑을 수 있다. 이번 호에는 이러한 경험을 하고계신 분들을 위해 몇 가지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지나친 탈수를 피한다. 드라이-투-드라이 (Dry-to-Dry) 방법을 쓴다면 위에 언급한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즉 탈수 후 곧바로 텀블드라이에 넣는 방법이다. 이 경우 건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강한 탈수가 요구된다. 폴리에스터와 같은 비교적 안전한 직물들은 이 방법을 쓰는 것도 무방하다. 그러나 울이나, 실크, 레이온, 색이 진한 카튼, 양복, 오버코트 등 많은 직물들은 약하게 탈수한 후 걸어서 자연건조 시킨 다음 짧은 동안만 텀블드라이 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 이유는 첫째, 모든 직물은 물을 머금고 있는 상태에선 실의 꼬임이 풀어져서 약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장시간 텀블 드라이를 하게 되면 약해진 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즉, 울 표면에 잔털이 일어난다거나, 조직 표면의 광택이 빠진다거나, 색이 마모되는 등의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부분의 물기를 자연 건조를 통해서 날려 보내고 텀블 드라잉 시간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덜 마른 상태로 피니슁에 넘긴다면 다림질이 잘되지 않을뿐더러 박음질 부분이 매끄럽게 다려지질 않는다. 때문에 완전히 건조시키는 것이 좋다. 온도는 섭씨 45도 에서 53도 사이가 이상적이다.
둘째, 중간정도의 탈수를 권장한다 (Medium Spin). 탈수 후 옷에 물기를 많이 남겨 둔다면 마르는 과정에서 그 물기가 아래로 움직이면서, 혹은 증발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주름을 대부분 펴 주게 되는 것이다. 건조과정에서 컨디셔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강한 탈수를 하게 되면 컨디셔너의 함량이 그만큼 빠져나가게 마련이기 때문에 원하는 품질을 얻기가 어렵다.
셋째, 강한 탈수는 종종 옷에 영구적인 주름을 만들어 아무리 잘 다린다 하더라도 그 주름을 없애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실크, 실크를 포함한 니트류, 레이온 등에서는 그러한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반대로 약한 탈수방법에선 이러한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탈수가 적당한가? 필자는 그간 많은 분들로부터 “RPM (분당 회전속도) 이 몇이면 좋습니까?”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죄송한 얘기지만 이러한 질문은 황당한 질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탈수의 힘은 G-Fore, 즉 원심력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G-Force는 회전 지름과 RPM의 상관 계수이다. 다시 말해서 같은 원심력을 얻기 위해선 드럼 직경이 작다면 RPM이 높아야 하고 드럼 직경이 크다면 RPM이 낮아도 된다. 혹, 장비 세일즈맨이 “이 워셔는 RPM이 800입니다, 1,000입니다” 라고 자랑한다면 그런 말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 RPM만으론 원심력을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필자는 과학적인 이론으로 설명하기 보단 이해가 빠른 대답을 선호한다. 즉, 손으로 옷을 비틀어 짰을 때 물이 한 두 방울 떨어지는 정도가 적당한 탈수라고. 그 상태를 얻기 위한 RPM은 각 기종과 크기마다 다르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원한다면 각자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적당한 RPM을 결정하면 된다.
적정량의 컨디셔너 사용
위의 방법을 썼는데도 옷에 주름이 많이 남아 있다면 적정량의 컨디셔너를 사용했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컨디셔너엔 물에 의해 경직된 조직을 부드럽게 펴주는 이완제 성분이 있어 텀블 드라이 후 잔주름을 없애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텀블드라이 과정에서 컨디셔너의 매끄러운 성분은 옷을 윤기 나고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강한 탈수를 피하고 적당한 수분을 남겨 두는 데엔 조직 안에 함유된 컨디셔너를 최대한 많이 유지시키는 목적도 있다. 충분한 컨디셔너는 그만큼 품질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웨트클리닝에서 컨디셔너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예 컨디셔너를 사용하지 않았다거나 정량 미만으로 조금밖에 사용하지 않았다면 위의 문제들을 피할 수는 없다.
텀블 드라이 전 적당한 습도 유지
위의 방법을 적용했는데도 아직도 잔주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드라이어에 넣기 전 옷이 너무 말라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옷이 바짝 말랐다면 아무리 텀블드라이를 오래 해도 잔주름은 펴지지 않는다. 적당한 습도는 드라이 과정에서 잔주름을 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손으로 만져봐서 약간의 습기를 느낄 정도면 좋다.
이런 문제는 특히 여름철에 많이 나타나고 주말이 지난 후 월요일에 많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일요일에 나와서 빨래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텀블드라이 직전에 프레스에 붙어있는 water spray를 사용해서 물을 분사해 옷에 적당한 수분을 공급하면 된다. 물을 골고루 뿌리기 위해서 지나치게 애쓸 필요도 없다. 대충 뿌려놓으면 드라이어 안에서 습도가 자연적으로 평준화 되어서 물이 닿지 않은 부분이라도 잔주름은 펴지게 되어있다.
사실 텀블 드라이 전 적정한 수분 유지는 웨트클리닝을 오래 한 분들이라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몰라서가 아니라 귀찮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 제시한 방법을 쓴다면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 권장한다.
위에 제시한 방법들을 적용한다면 다림질 때문에 고생한다는 얘기가 많이 없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위의 방법들은 전체적인 품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이니 꼭 실행하시기를 권고한다.
김양수
필자는 아쿠아매스터 웨트클리닝 케미컬 개발자이며, 100% 웨트클리닝 스토어인 그린 라이프 클리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201) 699-7227 또는 yangkim50@gmail.com로 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