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아버지께서는 청국장을 좋아하셨다. 엄마는 종종 푹 삶은 콩을 따끈한 아랫목에 놓고 정성스럽게 담요를 덮어 두셨다. 하루가 지나면서 방 안엔 결코 좋은 향기라고 할 수 없는 청국장 뜨는 냄새로 가득했다. 코를 막고 얼굴을 찡그리고 냄새 난다고 불만을 터뜨리면 엄마께서는 청국장을 끓여 먹으면 너무 맛있으니까 조금만 참으라고 위로를 해주셨다. 드디어 보글보글 끓여진 청국장이 저녁 밥상에 올랐다. 아버지는 뜨거운 청국장을 훌훌 불어가면서 맛있게 잡수셨지만 어린 우리들은 지독한 청국장 냄새에 코를 막고 먹어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먹어보면 맛있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믿고 한 숟가락 입에 넣었더니 냄새는 더욱 심했다. 청국장은 단지 독한 냄새가 나는 된장찌개 같았다. 그 이후에도 종종 엄마께서 청국장을 끓이셨지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되고 수십 년 동안 살림을 하면서도 일부러 청국장을 끓여 먹은 적은 별로 없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 청국장이 입맛을 돋우는 맛있는 찌개가 되었다. 문득 오래전에 소천하신 아버지께서 청국장을 맛있게 드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제 청국장이 구수하고 맛있게 느껴지는 까닭은 어린 시절의 그리움이 함께 겹쳐진 때문인 것 같다.
얼마 전 남편이 청국장을 먹고 싶다고 해서 유튜브에 찾아보니까 청국장을 집에서 쉽게 만드는 영상이 있었다. 그대로 따라 해보니까 만들기도 정말 쉽고 냄새도 별로 나지 않았다. 찌개를 끓여 먹기도 하고 올리브 기름과 레몬즙, 꿀을 섞은 드레싱을 뿌려서 아침 식사 대용으로 먹기에도 좋았다. 콩 단백질이라 온종일 속이 든든하다. 청국장에는 콩에서 올리고당이 발효될 때 생성되는 폴리글루타메이드와 면역력을 높이는 고분자 핵산이 만들어지므로 항암 작용은 물론 콜레스테롤 저하, 골다공증 예방, 당뇨병, 성인병, 심장병 예방에도 매우 효과적이라 나이가 들수록 청국장을 자주 먹으면 건강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결식아동후원(Global Children Foundation)에서 굶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4월 하순에 먹거리 바자회를 하기로 했다. 나는 청국장을 만들기로 했다. 청국장을 띄울 때 하얀 실이 많이 나오는 동영상을 찍어서 올렸더니 300 봉지가 넘는 주문이 들어왔다. 당일 판매까지 생각해서 365 봉지를 만들 예정이다. 콩을 하룻밤 불리고 6시간 슬로우 쿡커에 익혀서 30시간 정도 전기장판에 올려놓고 덮어두면 맛있는 청국장이 되는데 꼬박 이틀이 소요된다. 하루에 30개 정도밖에 만들 수 없으므로 365개를 만들려면 한 달 동안 계속해서 청국장을 띄워야 할 것 같다. 아침저녁으로 몸은 바쁘지만 청국장 판매 수익금으로 아프리카, 남미 등 빈곤국의 불쌍한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일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니 더욱 정성을 들이게 되고 만드는 시간이 즐겁게 느껴진다.
문득 청국장 365의 숫자가 일 년 365일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국장을 띄우면서 바쁘게만 살아온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돌풍처럼 나타난 코로나 여파로 비즈니스는 너무 어려워졌다. 하지만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에 청국장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 마음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코로나가 준 선물이다. 자신의 시간을 누군가를 위해 할애할 때 보람으로 되돌아오는 감동이 삶을 더욱 값있고 풍요롭게 해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청국장을 만드는 일은 거의 시간의 줄을 붙잡고 있는 것 같다. 너무 느슨하지도 않고 또한 서두르지도 않으면서 적당한 시간을 맞추어 정성을 들일 때 청국장이 맛있게 숙성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 과정은 우리의 믿음 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콩을 깨끗이 씻어서 밤 새 불리는 일, 슬로우 쿡커에 고온으로 6시간 푹 삶는 일, 한 김 식혀 채반에 골고루 펼쳐주고, 쌀뜨물을 살짝 뿌려주는 일, 잘 덮어서, 따끈한 전기방석에 올려주고, 30시간 동안 온도를 유지해주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청국장이 잘 숙성되게 해주시길 하나님께 기도드리는 것이다. 이처럼 청국장을 잘 숙성시키는 시간은 또한 맛있는 청국장을 기대하는 설렘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 중에 한 공정을 거른다거나 시간이 너무 지연되면 청국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시커먼 곰팡이가 퍼져 썩게 되어 썩국장이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다 반드시 우리의 삶을 맛있게 숙성시켜야 하지 않을까?
매일의 삶을 항상 기쁨과 평안함으로 채우기 원하는 바램이 곧 기쁨과 평안을 누리는 삶의 초석이 된다. 전심으로 하나님을 믿고 지속적으로 말씀에 순종할 때 우리는 성령 충만으로 매일 기쁘고 즐거운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부터 천국의 삶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또 하루를 맞이하게 해주신 것을 감사하고, 성경 말씀을 읽으며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가족과 주변 이웃들을 위한 기도를 드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따듯한 미소로 맞이하고 사랑과 배려로 대한다. 평범한 일상을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하고 무시로 시간을 내어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기쁨으로 찬양을 드린다. 저녁에 퇴근해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 식사할 수 있음을 감사한다. 오늘 하루 동안 누린 축복을 돌아보고 감사기도를 드리고 말씀을 묵상하며 잠자리에 들면 수면 중에도 평안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러고 보면 24시간 성령 충만의 기쁨과 평안을 누리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마치 콩을 불리는 일로 시작해서 지속적으로 청국장 숙성에 필요한 시간표에 맞추어 집중하는 것과 너무도 똑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로 인해 더욱 춥게만 느껴졌던 들판이 이제 푸르름으로 채워지고 있다. 봄은 희망이고 기쁨의 상징이다. 하지만 그 희망과 기쁨은 그것들을 매일 누리기 원하는 사람들에게만 찾아가는 속성이 있다. 데살로니가 전서 5장 16절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과 잠언 19장 17절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어드리는 것이니 그의 선행을 그에게 갚아주시리라”는 말씀을 실천하며 하나님 안에서 1년 365일 매일의 삶을 기쁨으로 채우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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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남
필자는 다이아몬드 컴퓨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문의는 (224) 805-0898로 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