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선 건조의 대략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제대로 된 건조는 옷을 드라이어에서 꺼냈을 때 드라이클리닝과 비교해서 전혀 다르지 않다. 잘 된 건조는 품질을 높여주고 Finishing 작업을 한결 쉽게 해준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세탁과정에만 신경을 쓰고 건조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분들은 통상 옷이 푸석푸석하다든가, 잔주름이 많아 다림질이 어렵다든가, 옷이 부드럽지 못하다든가, 광택이 빠져 매끈한 느낌이 없다든가 등의 문제들을 갖고 있을 것이다. 웨트클리닝이 어렵다고 말하는 분들이 건조과정의 올바른 방법을 익힌다면 그런 얘기가 없어질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건조과정의 중요성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오고 있었지만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이번 호에는 건조과정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온도.
웨트클리닝의 건조온도는 45℃ 안팎이 기본이다. 이 온도에서는 모든 섬유가 줄지 않고 안전하게 건조되기 때문이다. 옷이 많은 습기를 갖고 있을 때엔 온도를 다소 높이다가 차츰 온도를 낮추어 끝날 때엔 약 40℃로 조정하는 방법이 좋으나 이는 드라이어가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약 45℃로 셋업을 하는 것이 무난하다.
모든 옷이 낮은 온도로 건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겨울철에 많이 들어오는 패딩, 혹은 다운재킷 등은 높은 온도로 건조해도 무방하다. 이들의 재질은 높은 온도에도 변형되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2. 완전히 건조한다.
많은 분들이 완전히 말리지 않고 습기가 남아있는 상태로 finishing에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다림질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림질 후에도 바지의 봉합선이 우글거리거나 양복의 어깨선이 매끈하게 되지 않는 등 전체적으로 후줄근한 느낌을 주게 마련이다.
어떤 분들은 over drying (지나친 건조) 이 옷을 망가뜨린다 하여 완전건조를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적정온도에서는 아무 지장이 없다.
3. 텀블 드라이는 필수
필자는 자연건조 후 텀블 드라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다림질로 보내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다 말랐는데 무엇 때문에 드라이어에 넣느냐는 것이다. 그런 경우엔 분명 다림질이 어렵거나 품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필자는 텀블 드라이는 전체적인 생산성과 품질을 위해 필수라고 강조한다.
웨트클리닝에서 텀블 드라이의 주목적은 옷을 말리는 것에만 있지 않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컨디셔너의 역할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옷에 남아있는 잔주름이 펴지고, 부드럽게 해주고, 윤기가 살아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렇다고 모든 아이템이 텀블 드라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손빨래한 실크류, 넥타이, 종이 퓨징이 붙은 커튼, 깨지기 쉬운 비드가 많이 부착된 옷 등은 자연건조만으로 텀블드 라이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4. 텀블 드라이 시간을 최소화.
웨트클리닝의 건조에는 옷이 젖은 상태에서 드라이어 안에서 돌아가는 시간을 최소화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직물은 물에 젖었을 땐 조직이 약해진다. 이는 젖은 상태에선 실의 꼬임이 풀어지기 때문이다. 실의 꼬임이 풀어진 상태로 드라이어 안에서 장시간 mechanical action이 주어진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모직류의 표면에 잔털이 일어나거나, 실크 표면이 희끗희끗하게 닳거나, 색이 마모되거나, 윤기가 없어지는 등의 문제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웨트클리닝에서 자연건조 후 텀블 드라이가 정석이라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간혹 급히 처리해야 하는 아이템이 있어 자연건조를 생략하고 텀블 드라이 시키는 경우도 있다. 한 두 번이야 상관없겠지만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damage가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간 거듭해서 실행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5. 습기가 남아 있을 때 텀블 드라이
여러 번 강조했던 부분이다. 옷이 바짝 마른 후에는 아무리 텀블 드라이를 오래 한다 해도 잔주름이 펴지지도 않을 뿐더러 옷이 부드럽게 나오지 않는다. 약간의 습기는 필수다. 남아있는 습기가 증발하면서 주름도 함께 펴주기 때문이다. 얇은 천이나, 특히 여름철엔 옷이 지나치게 말라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물을 약간 분사해서 습기를 넣어주고 텀블 드라이 시키면 좋다.
6. 두꺼운 옷은 분리한다
드라이어 안에 두꺼운 옷과 얇은 옷을 함께 넣고 건조시킨다면 오히려 건조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두꺼운 옷이 다 말려질 때 까지 얇은 옷들은 불필요하게 드라이어 안에서 습기를 머금고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얇은 옷은 따로 먼저 돌려내고 두꺼운 오버코트나 스웨터 등을 나중에 처리한다면 생산성 면에서 효율적이다.
7. 린트 문제를 최소화 하는 노력.
원래 웨트클리닝에선 린트 문제가 거의 없다. 대부분의 린트는 빨래 과정에서 하수도로, 또 건조과정에선 연통을 통해 건물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또한 컨디셔너는 정전기를 없애주는 성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텀블 드라이 과정에서 린트가 잘 붙지 않는다. 따라서 린트 롤러를 사용하는 경우가 드라이클리닝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
그럼에도 스웨터나 두꺼운 모직물이 많은 겨울철엔 어쩔 수 없이 린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스웨터, 두꺼운 모직 코트, 모피류 등을 따로 건조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밝은 색 스웨터와 검은 양복을 같이 넣지 않는다는 것은 기본이다.
8. 장식이 부착된 아이템
최근 들어 여자 옷에 비드나 각종 장식물, 뿔 단추 등이 부착된 것이 많아졌다. 이러한 것들은 텀블 드라이 과정에서 드라이어의 벽에 부딪치면서 깨지거나 손상되기 마련이다. 이 문제는 드라이클리닝에서도 똑같이 발생한다. 작은 블라우스 정도라면 네트 백에 넣기도 하지만 부피가 크다면 뒤집어서 드라이 시키면 안전하다. 천이 얇은 파티 드레스에 수많은 장식물이 부착되었다면 행드라이만 하고 텀블 드라이를 생략하기도 한다.
9. 두꺼운 모직 양복과 오버코트
두꺼운 모직은 대개 조직이 촘촘하지 않아 천 자체가 약하다. 또한 모직은 많은 양의 물을 흡수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실의 꼬임이 많이 풀어지게 된다. 이렇게 젖은 상태의 모직은 mechanical action에 취약하기 마련이다. 건조를 잘못한 모직 양복은 표면에 잔털이 심하게 일어난다거나, 심지어 봉합선 부분이 헤어져서 뜯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이러한 아이템들은 자연건조를 충분히 해 주는 게 좋다. 울은 많은 수분을 흡수해도 fiber 안에 수분을 가두어 두기 때문에 손으로 만져도 습기를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충분한 자연건조가 진행되었다면 풀어졌던 실의 꼬임이 다시 환원되기 때문에 mechanical action을 견딜 수 있을 만큼 조직은 원래대로 단단해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텀블 드라이 전에 약간의 습기는 필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웨트클리닝을 오래 해온 분들은 빨래만큼 건조과정도 중요하다는 말을 이해 할 것이다. 초보라 할지라도 위에 열거한 건조 요령을 잘 익혀서 실행한다면 사고 방지는 물론 품질 향상에 관해 많은 부분 자신을 얻게 될 것이다.
김양수
필자는 아쿠아매스터 웨트클리닝 케미컬 개발자이며, 100% 웨트클리닝 스토어인 그린 라이프 클리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201) 699-7227 또는 yangkim50@gmail.com로 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