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웨트클리닝에서 케미컬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기회 있을 때 마다 강조해왔다. 케미컬을 잘만 쓴다면 좋은 품질은 물론 빨래가 쉬워지고 사고의 위험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분들이 케미컬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웨트클리닝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호부터는 독자들의 케미컬 이해를 돕기 위해 웨트클리닝에 필요한 비누, 컨디셔너, 그리고 스팟팅 케미컬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까 한다.
알칼리성 비누의 결함
지금까지 업소에서 사용하는 비누의 대부분은 알칼리 계열의 세제일 것이다. 알칼리 세제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능력이 있어 음식물, 피부의 각질 등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흙먼지는 산성 쪽이기 때문에 이러한 때를 중화시켜 없애는 효력이 있다. 그러나 그에 반해 알칼리 성분은 두 가지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첫째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특성은 실크나 울, 가죽 등의 빨래에 아주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모든 동물성 섬유는 단백질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세제로 빨래를 하면 조직 표면이 상해서 푸석하고 거친 느낌을 주게 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알칼리성 비누의 두 번째 결함은 색을 잘 뺀다는데 있다. 알칼리성이 높을수록 염색이 활성화 된다. 다시 말해 염료의 분자가 조직 밖으로 쉽게 빠져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업소들은 종종 이염사고와 색이 바래는 현상을 겪게 된다.
위에 열거한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오래 전 부터 ph가 낮은 중성세제가 개발되어오고 있으나 이 역시 어느 정도 알칼리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마련이다. 또한 미국 내 수돗물의 거의 대부분은 약간의 알칼리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색이 고운 실크나 울, 캐시미어와 같은 섬세한 직물을 빨기엔 중성세제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산성비누의 효과
세탁업계에 산성 비누는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다. 높은 세척율을 유지하면서 알칼리 비누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산성비누의 새로운 기술이다. 필자가 취급하는 Aqua Master는 ph 1.5로 강한 산성이다. 이는 식초보다 수십 배 혹은 백 배 이상 강한 산성을 띄고 있다. 그렇다고 피부나 직물에 해로운 정도는 아니다. 손으로 만지거나 원액이 직물에 직접 닿는다 하더라도 아무 지장이 없다. 이러한 비누가 워셔 안에서 물과 희석되면 물 전체가 ph 5 에서 6 정도로 약간의 산성을 띄게 된다. 산성 비누를 사용하면서 얻어지는 이점은 매우 많으나 중요한 몇 가지를 추려보기로 한다.
▲ 미네랄을 분해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옆의 사진은 미네랄을 분해하는 산성비누의 효력을 보여주고 있다. 동전은 공기 중에 노출되면 습기와 함께 산화되고 이산화탄소, 유황, 질소 등 오염물질로 검은 막이 얇게 코팅이 된다.
오른 쪽 사진의 오른 쪽 용기엔 일반적으로 쓰이는 알칼리 계열 비누를 물에 희석한 것이고 왼쪽 용기엔 Aqua Master 산성 비누를 물에 희석한 것이다. 상태가 비슷한 동전들을 용기에 넣고 10분을 기다려 보면 산성 비누 용액에 담긴 동전들이 눈에 띄게 깨끗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동전에 입혀진 검은 막을 분해해서 제거한 것이다.
세탁물에 묻어 있는 때의 많은 부분은 미네랄 성분이다. 예를 들면, 인체에서 분비되는 땀이나 오줌 등엔 칼슘, 포타슘, 마그네슘 등 여러가지 미네랄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같은 오염물질이 옷에 묻어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미네랄을 분해하는 데엔 산성 비누처럼 효과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세탁 업소에서는 옷을 다릴 때, 특히 바지를 다릴 때 역하게 올라오는 냄새를 경험할 것이다. 이는 사용하는 세제가 인체의 분비물을 녹여서 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성 비누를 사용한다면 냄새로 인한 괴로움은 없어질 것이다. 또한 실크 블라우스 등의 겨드랑이 부분이 땀으로 누렇게 변색되었다면 세제가 땀에 포함된 미네랄을 분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산성비누의 이러한 특성은 화재로 인한 Smoke Damage를 처리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이러한 옷들은 매연 속 이산화탄소가 잔뜩 배어있어서 그 냄새를 제거하는 것이 관건이다. 산성 비누는 이산화탄소 등을 쉽게 녹여내기 때문에 경미한 경우엔 한 번 세탁으로 해결 될 수 있고 심하다면 다시 한 번 세탁함으로써 대부분 해결될 것이다.
▲ 이염사고를 막아준다
이염사고는 세탁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물감이 빠져나오는 정도는 염료와 염색기술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특히 염색기술이 낙후된 나라들에서 수입된 직물들은 이염사고의 확률이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세탁 전 이염 가능성을 육안으로 판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윗부분이 순백색에 아랫부분이 검정색인 드레스가 들어왔을 때, 대부분 업소에선 잔뜩 경계할 것이다. 심지어 세탁 불가라며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
산성 비누를 쓰게 되면 이러한 이염문제로 고민하는 일이 별로 없게 된다. 이유는 위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알칼리 계열의 비누는 염료의 분자를 활성화 시켜 조직 밖으로 염료가 빠져나오지만 산성 비누는 염료의 움직임을 안정시키기 때문에 이염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이다.
이염이 없다는 것은 색이 바래지 않는다는 뜻이다. 청바지나 색이 진한 셔츠 등을 여러 번 반복해 빨아도 고유의 색깔을 오래도록 유지시켜주는 것이 산성비누의 또 다른 장점일 것이다.
▲ 모든 색깔을 밝고 화사하게 만든다
세탁을 하다보면 옷의 고유의 색이 바래거나 칙칙하게 변하게 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특히 드라이클리닝에선 흔히 보는 일이고 업소에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그러나 손님의 입장에선 만족할 리가 없다. 옷을 건네줄 때 색상이 밝고 화사하다면 그 손님의 반응은 어떨까?
산성비누의 또 다른 장점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고유의 색상을 화사하게 돋보이게 하는데 있다. 이는 산성 비누가 색을 빼지 않는데 주원인이 있지만 비누에 첨가된 Optical Brightener 가 한 몫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광택제의 일종으로 빛의 반사율을 높여서 색이 진하고 밝게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 사람의 피부를 보호한다
가끔 피부가 예민한 손님들이 피부의 가려움증을 불평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마찰이 심한 목 부위,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 에 부스럼이 생기고 가렵다고 한다면 알칼리성 비누에 의한 알레르기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사람의 피부는 ph 5.5로 산성이다. 이러한 피부가 알칼리성 비누의 잔재와 만나면 알레르기성 반응이 나타나면서 부작용을 만들어낸다.
산성 비누는 사람의 피부와 친화력이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업소에선 지난 십년간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손님은 한명도 없었다. 종종 다른 업소를 이용하던 손님이 와서 피부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산성비누의 특성을 설명해 주고 그들을 안심시켜 주었는데, 그 후 그들은 다른 세탁소로 옮기지 않고 만년 단골이 되고 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님의 건강을 위한 세탁을 한다면 장기적으로 매상증대와 이어지는 길임이 분명할 것이다.
다음호엔 웨트클리닝 품질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컨디셔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다루려고 한다.
김양수
필자는 아쿠아매스터 웨트클리닝 케미컬 개발자이며, 100% 웨트클리닝 스토어인 그린 라이프 클리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201) 699-7227 또는 yangkim50@gmail.com로 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