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어느새 단풍으로 곱게 단장하기 시작한 나뭇잎들이 그동안 지나온 날들을 추억하듯 가을바람에 바스락거리고 있다. 아침 이슬로 만든 영롱한 보석을 한껏 보듬은 갈댓잎도 넉넉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코발트 빛 맑은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고 있는 억새도 하늘을 도화지 삼아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는 것 같다. 바람결 일렁이는 대로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삼삼오오 짝지어 앉아서 노래하는 예쁜 새들도 익어가는 가을을 찬양한다. ‘행복’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그냥 바라봐도 좋은 것, 느낌이 편안한 것, 작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것, 이것들이 합해져서 가슴이 뭉클해질 때 우리는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80세 정도 되신 여자 어르신이 계시다. 그분과의 인연은 거의 20년에 가깝다. 20년 전 60대였던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나 20년이 지난 지금이나 그분의 나이는 어느 순간 정지된 것처럼 똑같이 함박꽃처럼 웃으시는 얼굴이다. 얼굴 근육이 항상 웃는 모습으로 예쁘게 주름이 잡혀 있어 가만히 계셔도 웃고 계신 것 같다. 그분은 평생을 일하셨고 80 중반이 된 지금도 여전히 일하신다. 그 연세가 되면 대부분 집에서 손주 재롱이나 보고, 자식들이 효도하는지 안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보내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분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시면서 틈틈이 빵을 구워서 다른 분들께 나눠주신다.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시면서도 얼굴엔 언제나 밝은 미소가 가득 차 있다. 얼마 전 엔 그분도 몹시 아프셔서 병원 신세를 지셨다. 몇 가지 지병도 있어서 약도 드신다. 몸은 아프고, 일도 해야 하고, 노인이시고, 도대체 어떻게 항상 웃으며 사시는지 너무 궁금했다. 얼마 전 함께 식사할 기회가 있어 많이 힘드실 텐데 어떻게 항상 즐겁게 사시느냐고 여쭤보았다. 그분의 대답은 놀랍고 너무 간단했다. “행복하니까…”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행복은 어떤 매우 간단한 법칙 안에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어느 집에 물질, 건강, 사랑이란 이름을 가진 손님 셋이 찾아 왔다. 손님들은 집주인에게 자기들 셋 중에 하나만 선택해서 그 집에서 머무르게 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래서 가족회의를 열었는데 부인은 물질을 초대해서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호화롭게 살기를 원했다. 남편은 건강을 초대해서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서로 사랑을 하면 마음이 즐거워지고 예뻐져요. 그러니 사랑을 초대해서 항상 행복하게 살아요.” 집주인은 밖으로 나가서 이렇게 말했다. “어느 분이 ‘사랑’이세요? 우리 집으로 들어오시지요.” 사랑이 일어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물질과 건강이 그를 따라서 함께 들어왔다. 집주인이 그들에게 물었다. “저희는 단지 사랑만을 초대했는데, 왜 따라 들어오시죠?” 이렇게 묻자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저희는 사랑이 가는 곳에는 어디나 따라간답니다.”

우리는 실제로 사랑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크게 성공하고 건강한 삶을 이뤄나가는 것을 자주 본다. 50대에 병을 얻어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은 대부호 록펠러가 자선 단체를 설립해서 90 가까이 건강하게 살았고, ‘로마의 휴일’로 대 스타가 되었던 오드리 헵번도 후반엔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구제하는데 많은 일을 했다. 얼마 전 만나 뵌 그분도 평생 빵을 구워 나눠 주셨다. 그들이 베푼 물질의 양이 많든 적든 관계없이 사랑으로 부화했고 그 대가로 행복한 삶을 선사 받았다.

‘사랑’이란 말은 참으로 소중하고 아름답고 포근한 말이다. 사실 사랑이라는 단어보다 더 좋은 말은 세상에 없는 것 같다. 독일의 신학자 에릭 프롬은 명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을 네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사랑은 관심이다. 관심의 최고 표현은 격려와 칭찬이다. 남편과 아내, 가족 모두가 항상 서로에게 “당신을 사랑해요,” “존경해요,” “당신은 훌륭해요,” “대단해요,” “아름다워요,” “당신에게 미안해요,” “언제나 당신 덕분이에요”라고 말한다면 언제나 행복을 창조할 수 있다.

또한, 사랑은 책임이다. 어려운 일, 고통스러운 일을 상대에게 미루지 않고 내가 책임지는 것이 사랑이다. 실력과 능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는 경우에도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겸허히 자신을 성찰하고 기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이해이다. 사랑은 상대를 바로 아는 지식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무리 열심히 사랑한다 할지라도 상대방에 대해 잘 모른다면 불평이 생기게 마련이다.

사랑은 헌신이다. 사랑하면 무엇인가를 자꾸만 주고 싶어진다. 많은 것을 주고도 아직도 더 많이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다. 말하기는 어렵지 않은데 실천하기 정말 어려운 문제다.

쉬운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메멘토 모리와 아모르 파티다.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아모르 파티’는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말이다. 죽음과 삶이라는 완전히 다른 의미의 두 단어가 흥미롭게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우리는 언제가 죽을 때가 있으니 현재 이 순간이 너무도 값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운명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운명은 ‘사랑’이라는 숙성과정을 거쳐 반드시 향기롭고 보배로운 ‘행복’이란 삶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관심, 책임, 이해 그리고 헌신을 다하여 사랑하고자 하여도 우리는 한계가 있는 부족한 인간이기 때문에 때로는 상대방에게 실망하고 마음이 상하기도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온전한 분이시므로 하나님께 의지하고 인간으로서 사랑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때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 주시며 그로 말미암아 더욱 풍요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로 삶이란 오직 지금 이 순간, 즉 현재라는 찰나에만 존재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살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히 하고자 노력하는 데서 오는 힘인 것 같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현재라는 시간은 무시하고 아팠던 과거, 또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방황하면서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하므로 지금의 삶을 힘겹게 사는 것이 아닐까? 수개월째 이어지는 캐나다 산불, 마우이섬을 태우고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산불, 지진, 대책 없는 홍수, 계속되는 전쟁들로 세상은 점점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다. 물가 상승 곡선은 멈출 줄 모르고 오르고 비즈니스 매상은 끝도 없이 추락한다. 노쇠해지는 육신으로 기력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진다. 그런데도 고단한 시간을 잘 살아가게 하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사랑하는 마음임을 확신한다. 고린도 전서 13장 4절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서로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는 9월이 되면 좋겠다.

월간 세탁인 독자님들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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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남

필자는 다이아몬드 컴퓨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문의는 (224) 805-0898로 하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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