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과 모피류의 웨트클리닝

웨트클리닝에 대해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가죽과 모피류 또는 어그 부츠 등의 처리에 관한 문의일 것이다. 많은 분들은 아예 이러한 제품들은 받지 않거나 외부로 보낸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엔 가죽을 세탁하는 업소들이 많이 문을 닫아 보낼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또한 외부로 보낸다 하더라도 돌아오는 제품의 품질이 너무 엉망이고 솔벤트 냄새가 지독하게 배어있어서 비싸게 돈을 받고 손님에게 내어 줄 때엔 민망하기 일쑤라는 얘기다.

많은 업소에선 가죽류는 처리과정이 귀찮아서, 아니면 겁이 나서 아예 취급을 안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얘기는 필자에겐 “돈 벌기 싫다”는 말로밖엔 들리지 않는다. 업소에선 가죽이나 모피류의 세탁 값을 적지 않게 받아낸다. 가죽점퍼나 바지의 경우 40에서 80불이고 모피류는 100에서 200불 아니면 그 이상도 받을 수 있는 물품들이다. 만약 이러한 제품들의 세탁 과정이 일반 오버코트나 스포츠 재킷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그래도 포기할 것인가?

필자는 웨트클리닝만큼 쉽고 완벽한 가죽 세탁은 없다고 믿는다. 가죽은 물론 각종 모피류, 어그 부츠 등도 웨트클리닝을 정석대로 한다면 그 어떠한 솔벤트 클리닝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수한 품질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필자가 그동안 수 없이 처리해 왔던 가죽류의 세탁방법을 정리해 놓은 것이다.

준비물: 케미컬

모든 웨트클리닝은 물론 가죽류 세탁의 열쇠는 케미컬이 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좋은 케미컬이 없었다면 필자 역시 가죽류의 세탁을 포기했을 것이다.

▲ 산성 비누: 모든 동물성 섬유나 가죽, 모피류의 구성은 단백질로 되어있고 산성 계열이다. 알칼리성 비누는 단백질을 파괴하기 때문에 조직이 상하거나 표면이 거칠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와 반대로 산성 비누는 단백질 파괴를 막아주기 때문에 가죽 표면 상태를 원래처럼 보호해 준다.

▲ 컨디셔너: 세탁 후 텀블 드라이를 충분히 했는데도 가죽이 뻣뻣해 졌다면 가죽에 포함된 기름기가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모피류의 경우도 세탁 후 털의 윤기가 빠졌거나 촉감이 매끄럽지 못하다면 라놀린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라놀린이란 동물의 털뿌리(모낭)에서 분비되는 기름 혹은 왁스를 말한다. 비가 왔을 때 동물의 털을 젖지 않게 보호하고 보온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털을 매끄럽게 하여 서로 엉키는 것을 방지하는 물질이니 과연 조물주의 걸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컨디셔너는 세탁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탈지(기름기가 빠져나가는 것) 현상을 보완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스팟팅 케미컬: 가죽과 스웨이드의 경우 알칼리성이 강한 스팟팅 케미컬을 쓰게 되면 스팟 부위의 부분 탈색이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중성계열의 스팟팅 케미컬이 필요하다. 특히 가죽류는 물감이 비교적 잘 빠지는 (Color bleeding) 경우가 있다. 따라서 알칼리 성분이 강한 케미컬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상의 케미컬만 준비된다면 가죽 세탁으론 충분하다. 가죽을 부드럽게 하는 연화제니 광택제니 하는 별도의 케미컬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필요하지 않다. (실제로 필자는 그러한 별도의 제품들을 써 보지도 않았고 쓸 필요도 없었다. 필자는 그동안 Aqua Master 제품을 사용하여 가죽류를 처리하고 있음을 참고하기 바란다.)

스팟팅

일반적으로 가죽제품은 더러운 상태로 들어오기 마련이다. 특히 점퍼의 경우 목 부위나 소매 끝이 반질거릴 정도로 때가 묻어있는 경우가 많다. 가죽류의 스팟팅은 물에 적시거나 스팟 부분을 물을 분사하여 적신 후 처리하는 게 좋다. 이는 스팟팅으로 인한 부분탈색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특히 스팟팅 부위의 경계가 선명하게 탈색되는 경우가 있는데 물을 적셔놓고 스팟팅을 한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방지할 수 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이 케미컬 사용하였다.

1. Stain Out을 물과 1대 1로 섞은 용액을 스팟 부위에 분사하여 부드러운 솔로 문지른다.

2. Stain Out 12온스, Grease Out 12온스, 그리고 물 1갤런을 섞은 용액을 부드러운 솔에 적셔 스팟 부위를 가볍게 문지른다. 특히 두 번째 용액은 웨트클리닝뿐만 아니라 셔츠 칼라 처리에도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항상 준비하고 쓰는 것이 좋다.

모피류는 빨래 과정만으로 스테인이 쉽게 제거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스팟팅이 거의 필요치 않다. 다만 목 부위의 화장품이나 특별한 이물질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면 위의 1번 용액을 분사하면 된다.

세탁

가죽이나 모피류의 세탁이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다. 즉 보통 하는 웨트클리닝과 같은 방법으로 세탁하면 된다. 단지 가죽, 특히 스웨이드 같은 경우 물감이 빠질 우려가 있으므로 따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린스 때에 평소보다 약 두 배의 컨디셔너를 넣어준다. 그러나 스웨이드나 어그 부츠 등은 지나친 컨디셔너 사용은 표면의 부드러움을 죽이는 경우가 있으므로 평소와 같은 양을 사용하면 된다. 탈수는 강하게 하지 않고 보통 웨트클리닝과 마찬가지로 중간 혹은 낮은 속도로 탈수한다.

(왼쪽) 모피 코트를 웨트클리닝한 후 자연 건조한 상태. (오른쪽) 이 코트에 컨디셔너 희색액을 스프레이한 후 텀블 드라이어에서 한번 돌려준 후의 모습.

건조

세탁이 끝나면 자연건조 시킨다. 이때 가죽은 물을 많이 먹어 무겁고 바닥에 물이 흘러 떨어지기 때문에 두툼한 행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다음날 거의 건조된 가죽은 뻣뻣하게 굳어있고 모피의 털은 죽어서 형편없는 몰골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자연스런 과정이므로 절대로 놀라지 말고 다른 옷들과 함께 낮은 온도(45~50℃)로 텀블드라이를 한다. 다른 옷들을 함께 넣는다는 것은 옷들이 부드러운 마찰을 주어 가죽을 부드럽게 하고 윤기를 내어주기 때문이다.

주의할 점은 완전히 마를 때까지 텀블드라이를 시킬 것과 일반 건조와 마찬가지로 약간의 습기가 남아 있을 때 텀블드라이를 시키는 것이 좋다.

좀 더 좋은 품질을 원한다면, 가죽의 경우 텀블드라이 전 컨디셔너 1과 물 2의 비율로 석은 용액을 가죽 표면에 분사하여 손으로 문질러준 다음 텀블 드라이 하면 한결 부드러워지고 은은한 윤기도 더할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스웨이드나 어그 부츠엔 사용하지 말기를 권한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과도한 컨디셔너 사용은 표면의 부드러움을 죽일 뿐 아니라 불균형한 스프레이 자국이 남기 때문이다.

컨디셔너가 제 역할을 다 하는 때는 텀블 드라이 과정이다. 세탁 중에 없어진 기름기와 라놀린이 조직에 스며들면서 부드럽고 윤기를 더해주는 과정이다. 이렇게 건조한 후 드라이어에서 제품을 꺼냈을 때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모피의 털이 탐스러울 정도로 살아있음을 느낄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가죽이나 모피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것은 거의 없다. 다만 올바른 케미컬의 사용과 함께 한 두 가지만 주의한다면 훌륭한 가죽 세탁이 가능한 것이다. 경기도 좋지 않은데 돈을 벌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다. 추운 동부나 북부 지역에선 가죽류는 심심치 않게 들어올 것이다. 그때마다 포기하지 말고 스스로 처리하길 권한다. 내가 아는 동부의 한 업소는 위의 방법을 습득해서 훌륭하게 가죽과 모피류를 처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지인들의 업소에 들어오는 물품들을 처리해 주면서 재미를 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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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수

필자는 아쿠아매스터 웨트클리닝 케미컬 개발자이며, 100% 웨트클리닝 스토어인 그린 라이프 클리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201) 699-7227 또는 yangkim50@gmail.com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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